오랜 동안 나는 내가 아닌 줄 알았다.
나 대신 누군가가 나를 사는 것이라 믿었다.
나는 나를 함부로 저질렀고 함부로 용서했다.
불혹이 넘어서야 그게 고스란히 내 죄임을 알겠다.
이 달콤한 빛의 감옥에서,
앞서 살다 간 뭇생명들처럼
나도 나의 刑期를 묵묵히 채워갈 것이다.
모르는 만큼 알고, 아는 만큼 모르는
죄 하나를 나는 가졌다.
어린 우리를 밥 먹여주신 어머니께,
그리고, 이제 그 어머니를 밥 먹여주시는
늙은 아버지께, 이 시집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