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리멸렬한 운촌을 사랑한다. 작은 마을은 정이 뚝뚝 흘러넘쳤다. 운촌 사람들이 형제지간 같이 삼촌. 아주버니. 형님. 동서, 조카라 부르는 호칭이 유달리 정감이 묻어났다. 나는 극성맞은 정 때문에 내 삶의 일부를 저당하였다. 아주 오래된 기억들이 짠하여 때론 망각하려고 애썼지만 토담너머 포구나무번지는 아주 오래된 기억들이 늘 추억으로 머물렀다.
현재의 이야기가 아닌 오래된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넋두리 하듯 웅얼거리다 끝까지 게을렀던 글쓰기는 쓸쓸하고 씁쓸하여 나는 부끄럽다. 변명처럼 핑계 같지 않는 핑계로 운촌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
2021, 늦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