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야말로 인간을 인간적이게 하는 인간의 비밀을 가장 완전하게, 그리고 가장 명백하게 표시한다. 생각건대 언어가 그 존재에 의해 표시하는 인간에 대한 비밀이란 '사회성'이다. 설령 완전히 고립되어 있을 때조차 인간의 정신에는 불가피하게 타자성이 각인되어 있다.
설령 완전히 고립되어 있을 때조차 인간의 정신에는 불가피하게 타자성이 각인되어 있다. 자신이 타자와 함께 있고, 자기 자신 역시 바로 그 타자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가장 근원적인 사태다. 언어의 가능성은 이러한 인간의 사회성을 아주 현저하게 나타낸다는 데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시점에서 주로 언어를 둘러싸고 고찰해온 논문들을 수록했다. 모든 논문은 이러한 관점 하에 느슨하게 통일되어 있지만, 각장에 대응하는 각 논문은 모두 다른 기회에 쓴 것이어서 원칙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읽울 수 있을 것이다.
3월 11일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인해 할 말을 잃은 일본인에게 불교는 어려움을 극복할 실마리를 시사해 왔을까요? 아쉽게도 그렇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불교는 거의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죠(그렇게 보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왜 불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걸까요? 불교가 무능할 리는 없습니다. 불교에는 2500년간 축적된 인식과 실천이 있으니까요. 불교 쪽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면, 우리 쪽에서 불교에게 물어봅시다. 불교, 당신은 누구입니까? 불교, 당신은 지금까지 어떻게 생각해 왔습니까? 불교, 당신에게는 세계가 어떻게 보입니까? 불교, 당신은 어떤 실천을 제안합니까?… 이런 질문들을 우리가 해보는 겁니다! 불교 쪽에서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불교에게 응답을 강요해 봅시다. 대답하게 해봅시다. 이런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 이 책,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선생님과 저 오사와 마사치의 대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