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되고 길었던 여정의 끝이
마침내 저 너머에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여정의 끝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아마도 역려에 들어
잠시 몸을 누이겠지만
오래지 않아 주섬주섬
다시 여장을 꾸릴 것임을.
그래왔듯이 그 길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묻고 사유하고 걸을 것이다.
2023년 가을 삼성동에서
늦지 않았는가.
오랫동안 그물처럼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는 화두이다.
그래서 늘 두려웠다. 몇 번을 눈을 질끈 감았다 떴을 때에야 비로소 사람과 풍경의 서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시편들은 내 몸을 부리고 살았던 시대의 중심과 주변에 대한 비망록이다. 중심에 선 사람들, 중심에서 주변으로 혹은 주변에서 중심으로 옮겨 선 사람들, 내내 주변에 머문 사람들 그리고 내 시선이 머물렀던 곳과 사람들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