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지어 <정의의 사람들>의 주인공 칼리아예프에게는 그가 실제로 지녔던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도록 했다. 나태한 상상력 때문이 아니라 가장 잔혹한 과업을 수행하는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마음을 간직했던 그 남자들과 여자들에 대한 존중과 찬미의 심정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때 이후 우리는 진보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이 예외적인 영혼의 소유자들을 짓눌렀던 증오심은 이제 안락한 체제로 변했다. 그럴수록 더욱 이 위대한 인간들의 그림자를, 그들의 올바른 반항을, 그들의 힘겨운 동지애를, 그들이 살인 행위와 일치시키기 위해 바친 그 엄청난 노력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고 그럴수록 더욱 우리의 변함없는 충정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서평의뢰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