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미술에 대한 관심은 멕시코 유학생활과 중남미 미술을 연구하던 중에 생겨났다. 1989년 이화여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멕시코의 아카데미 산 카를로스 조각과에 입학하여 조형작업에 주력하는 동안, 차츰차츰 라틴아메리카의 원주민 미술과 그들의 예술세계에 도취되어갔다. 내 작품에 대한 고민이 더할수록, 그들의 미술을 이해하는 눈이 뜨이게 되었다.
더욱이 멕시코미술을 알고 있다는 것은 페루미술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이런 나만의 경험이 농축되어 페루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안데스미술에 대한 이론을 쌓았고 그들의 미술에 대한 사색에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페루에 도착해서 그동안의 준비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해가면서 페루미술을 내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여행에서 돌아와, 직접 보고 온 ‘정직한’ 페루미술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