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는 문명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연암 박지원 선생에게 주목했다. 그는 중국에 보내는 사절을 따라 227년 전인 1780년 음력 7월 중국을 방문했다. 연암은 그 여정에서 '중국인의 담'을 발견했다. "3리마다 성이요, 5리마다 곽"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리고 만리장성의 산해관에 이르러 중국인이 쌓은 담의 견고함에 찬탄을 금치 못했고, 베이징 근처에서는 "왜 마을에도 이런 성을 쌓아야 하는 것이냐"라는 물음을 남겼다. 이 책에서는 먼저 그의 오래된 물음에 답하기로 했다. 227년 된 조선 지식인의 이 물음에 그 후손인 현대의 한국인은 옳게 대답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