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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예술

이름:이장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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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국경을 넘는 음악외교>

오페라 보다가 앙코르 외쳐도 되나요?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미각의 생리학>에서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의 문제이므로 자기 ‘입맛’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피에르 부르디외 등 많은 사회학자들은 교육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나 직업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다르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스포츠, 즐겨 입는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주간지 ‘누벨 옵제바튀르’는 2004년 커버스토리에서 “돈 많은 부자들에게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처럼 풍요롭게 생활하는” ‘신흥 부르주아’가 탄생했다고 진단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현금이나 주식, 예금, 유가증권, 별장, 콘도나 골프 회원권, 고급 승용차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부자가 아니다. 경제적 자본 외에도 사회적 자본(인맥), 상징적 자본(가령 유니세프 기부금 납부), 문화적 자본이 있어야 진정한 부자다. ‘누벨 옵제바튀르’는 부르디외가 말하는 문화적 자본의 보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박사학위가 있을 것, 외국어를 두 개 이상 구사할 것,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관람할 것, 미술 작품이나 골동품을 구입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월 1회 이상 음악, 연극, 무용, 오페라 등 공연을 관람할 것 등이다. 최근 공연예술 관객이 늘어나고 문화예술 관련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문화적 자본’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매월 한 번 이상 제 돈 내고 티켓 사서 공연장 나들이 하는 것은 돈이 많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표를 예매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도착하는 것은 라이브 공연에 대한 남다른 관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음악회와 오페라는 비슷한 것 같지만 공연 장소부터 다르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다목적홀에서 교향악 연주회도 하고 오페라 공연도 하지만, 콘서트홀과 오페라극장을 따로 짓는 게 원칙이다. 다목적 공연장 시대가 끝나고 다시 전용 음악당, 전용 오페라극장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오페라 애호가와 교향악 연주회를 좋아하는 음악 팬도 상당부분이 겹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매우 다르다. <음악회 가려면 정장 입어야 하나요?>와 함께 <오페라 보다가 앙코르 외쳐도 되나요?>를 따로 출간하는 이유다. 오페라는 귀족적인 예술이어서 일반 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음악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페라가 궁정에서 시작했고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돈 많은 부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난한 서민과 부자가 함께 공존하면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시대건 부유층과 더불어 호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도 오페라를 즐겼다. 오페라극장은 사회 구조의 축소판이다. 사실 심포니 공연보다 초심자가 접근하기도 쉽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 선율이 대부분인데다 무대 세트, 무대 의상, 연기, 발레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유명 오페라 작품에 대한 해설서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줄거리에 대한 설명 위주다. 하지만 이탈리아어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해 주는 자막字幕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오페라 공연에서는 왜 앙코르를 연주하지 않는지, 앙코르 연주는 언제부터 없어졌는지, 오페라와 뮤지컬은 어떻게 다른지, 오페라극장의 무대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언제부터 좌석 번호를 적은 티켓을 발행했는지, 많은 출연진이 어떻게 함께 연습을 하는지 등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책은 거의 없다. 오페라극장에 처음 가는 분들이 주눅 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궁금증 때문이다. 오페라 줄거리는 미리 대본을 한 번 읽어 본 다음 자막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중앙일보 음악전문기자로 있으면서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관객의 입장에서 오페라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 나간 것이다. 내용의 일부는 ‘중앙 SUNDAY’에 연재했던 ‘무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끝으로 책 출간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서울대 음대 이석원 교수님과 서양음악연구소에 고마움을 전한다. - 책 머리에

위기의 아트센터

뉴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음악회를 찾는 청중은 늘어간다. 모든 게 바삐 움직이고 점점 각박해지는 도시 생활에서 음악회는 현대인에게 자신을 잠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명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청력까지 손상하게 만드는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침묵과 정적의 고마움을 새삼 깨닫게 하는 음악의 세계로 빠져든다. 하지만 최신 음향 설비를 갖춘 쾌적한 음악회장에서 음악을 듣건만 생연주의 감동은 예전만 못하다. 새로운 음악 작품의 생산은 거의 멈춘 것이나 다름 없다. 잠재적인 청중도 많고 음악가도 많은데 이들의 만남이 감동의 무대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중략) 이 책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15년간 중앙일보에 기고한 것이다. 신문사에 들어 온 것은 마음껏 음악평을 써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몇 년 안가서 음악회가 끝난 후에 쓰는 공연 리뷰로는 음악회 문화를 바꾸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올바른 공연장과 오케스트라 운영에 대한 글을 많이 써왔다. 그동안 개선된 것도 많지만 아직도 마치 아름다운 전통인양 관례로 굳어져 버린 것도 많다. 중간에 흐지부지 되어 취소되다시피한 계획 때문에 신문 기사를 고쳐서 실은 것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 가운데 대부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 머리말에서

음악회 가려면 정장 입어야 하나요?

개그 콘서트, 토크 콘서트, 청춘 콘서트, 과학 콘서트, 경제학 콘서트…. TV를 켜도 서점가를 둘러봐도 온통 ‘콘서트’ 열풍이다. 이제는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라 ‘무대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여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행사’로 의미가 확대된 느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콘서트’라고 하면 주로 대중 가수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라디오 방송이나 TV 출연이 아니라 무대에서 관객과 직접 만나는 ‘라이브 콘서트’의 준말인 셈이다. 이 책은 오케스트라 연주회, 실내악, 독주회 등 클래식 콘서트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그래서 책 제목을 ‘콘서트 가이드’라고 할까 하다가 콘서트라는 말이 워낙 다양한 의미로 변질된 것 같아 그냥 ‘음악회’로 정했다. 서점의 음악 코너에 가 보면 명곡해설류의 책은 많다. 음악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나 감상을 위한 팁은 ‘음악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해 주는 ‘구명 조끼’ 같은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요즘엔 작품에 대한 정보는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음악회장 로비에서 배부하는 프로그램 노트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하지만 음악회 내내 온통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갖가지 궁금증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신문을 펼쳐 봐도 다음 공연에 대한 안내나 인터뷰 일색이다. 엉뚱한 타이밍의 박수나 휴대폰 신호음 때문에 음악회에서 해프닝이 자주 벌어진다고 짤막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간다. 만약 내가 그 소음의 주범이 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지도 모른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음악회 도중에 아무도 내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 뿐이다. 음악회에도 ‘불문율’이 있다. 음악회가 자기 집 안방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경지에 다다르면 저절로 터득하게 되겠지만 대부분은 음악회 관람이 ‘특별 행사’다. 공연장 관람 예절을 읽어 보아도 그때뿐이다. 그런 예절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회’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작곡자는 어떤 사람인지, 언제 어떻게 작곡해 초연했는지, 작품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연주자의 음반이 가장 유명한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은 어디인지를 설명해 주는 것은 이 책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음악회 자체를 거대한 ‘작품’으로 본다. 성공적인 음악회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 즉 청중, 지휘자, 오케스트라, 독주자, 실내악단, 콘서트홀 등이 서로 어떻게 유기적으로 도와가면서 음악회라는 이벤트를 만들어 내는지에 주목한다. 대부분 청중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게 마련이겠지만 무대 위의 연주자나 오케스트라, 즉 상대방의 속사정도 알아두면 지루하지 않는 음악회 감상이 될 터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인 백스테이지에서 공연 직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외국에서 오는 교향악단은 악기를 어떻게 옮기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 보았다. 처음엔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위한 관람 예절을 자세히 정리한 책을 쓰고 싶었다. 중앙일보 음악전문기자 시절에 신문에 연재했던 ‘매너? 매너!’, ‘무대의 심리학’이 출발점이었다. ‘악장 사이의 박수’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아 저자의 박사 논문(2011년) 주제로 발전되기도 했다. 음악회 관람 예절 중 일부를 ‘십계명’ 스타일로 옮겨 보면 이렇다. 십계명으로는 모자랄 것 같아 ‘20계명’이다. 하라는 것은 별로 없고 온통 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음악회의 최대의 적이 ‘소음’이라는 기본적인 원리만 알면 음악회 관람 예절처럼 쉬운 것도 없다. · 늦게 도착하거나 일찍 퇴장하지 말지어다 · 늦게 도착했을 때는 도우미에게 떼쓰지 말고 로비에서 기다릴지어다 · 가까스로 입장해도 연주자가 무대에 나왔다면 뒷자리에 앉을지어다 · 7세 이하의 유아는 공연장 내 놀이방에 맡길지어다 · 네 아이를 동반할 때는 맨 뒷좌석에 앉을지어다 · 네 가방이나 코트는 물품 보관소에 맡길지어다 · 음악회 직전엔 향수를 뿌리지 말지어다 · 진한 양념 곁들인 식사 마치고 객석으로 직행하지 말지어다 · 네 휴대폰은 전원을 아예 끄고 열어 보지도 말지어다 · 옆 사람과 귓속말로도 이야기하지 말지어다 ·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거나 머리를 흔들거나 발을 구르지 말지어다 · 네 프로그램을 뒤적이거나 소리 내어 읽지 말지어다 · 네 프로그램을 들고 있다가 깜빡 졸려 바닥에 떨어뜨리지 말지어다 · 네 이웃의 프로그램을 탐내지 말지어다 · 네 이웃이 들리는 곳에서 껌을 씹거나 사탕껍질을 까지 말지어다 · 기침을 할 때는 손수건이나 손바닥으로 가릴지어다 · 딸랑거리는 보석을 달지 말지어다 · 네 지갑을 딸깍 열었다 닫았다 하지 말지어다 · 지루하다고 헛기침 하거나 한숨 쉬지 말지어다 · 정말 감동을 받았을 때가 아니면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말지어다 · 남들이 친다고 무턱대고 기립박수 치지 말지어다 음악회 예절 중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실수’하기 쉬운 것이 악장 사이의 박수다.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관습도 따지고 보면 독재형 지휘자들의 무언의 압력 때문에 생겨난 전통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음악이 완전히 끝났을 때나 악장과 악장 사이에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을 때는 언제든 박수를 쳐도 된다는 사실이다. 연주자들이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언제든 박수는 대환영이다. 악장 사이의 어색한 헛기침이나 음악이 끝나자마자 여운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안다 박수’보다 차라리 악장 사이의 박수가 낫다. 하지만 ‘소음 차단’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요즘도 공연장 안내 데스크에 심심찮게 걸려오는 문의 전화가 있다. “음악회에 갈 때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나요? 꼭 양복이나 드레스를 입어야 하나요?” 음악회에 입고 갈 옷이 없어서 못가겠다는 사람도 있다. 공연장 입구에 레드 카펫을 깔아 놓은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이 밖에도 지휘봉은 꼭 써야 하는지, 피아니스트는 왜 독주회 때 악보를 보지 않는지, 오케스트라마다 악기 배치가 조금씩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의 의문에 대한 제법 자세한 대답을 이 책에 담았다.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적어도 2~3년에 한 번씩은 내한하는 해외의 유명 교향악단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또 이들이 레퍼토리, 협연자, 지휘자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신입 단원을 어떻게 선발하는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피아노는 어떤 제품인지, 세계 유명 교향악단 지휘자의 연봉이 얼마인지 몰라도 음악을 감상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싼 값에 더 좋은 자리를 고를 수 있는 노하우는 알아두면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팬 중에는 음악회와 오페라를 골고루 즐기는 분이 많다. 하지만 콘서트 형식의 오페라 공연이 있긴 하지만 음악회와 오페라는 공연 장소가 다른 만큼 공연의 성격도 다르다. 그래서 <오페라 보다가 앙코르 외쳐도 되나요?>는 따로 펴냈다. 암표, 초대권 등 티켓에 관한 궁금증은 이 책에서 다뤘다. 끝으로 책 출간에 많은 도움을 주신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서양음악연구소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 책 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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