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1958년부터 1964년 사이에 씌어졌다. 그 가운데 네편은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쓴 것이고, 다섯번째 작품인 「은밀한 통합」(1964)은 습작생을 뛰어넘어 신인 작가의 작품에 가까운 것이다. 설사 말소된 수표라 하더라도, 이십년 전에 쓴 작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자신에게 얼마나 큰 충격일지 여러분은 아마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편들을 다시 읽었을 때 나의 첫 반응은 한마디로 ‘오 맙소사’였다.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신체증상이 동반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고 나서 들었던 두번째 생각은 완전히 다시 쓰자는 것이었다. 이 두가지 충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나는 중년다운 평정심을 내세워, 그 당시 어린 작가였던 나를 이제 있는 그대로 봐줄 나이가 된 것처럼 행세하기로 했다. 이 어린 친구를 내 인생에서 내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