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선정한 유구한 베스트셀러, 고전古典
평생을 가슴에 품어온 화두이건만 요즘 들어 문득문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자문이 강하게 일곤 합니다. 돌아보면, 전각가로서의 나의 인생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것이었습니다. 한 가정의 튼실한 책임을 다 하는 역할을 뒤로 하고, 나는 ‘내 안의 꿈’을 좇아 평생을 달려왔습니다. 이제 마침내 내가 꿈꾸던 바에 근접한 삶을 이루었으나 가족에 대한, 특히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또한 내가 어쩔 수 없이 평생 안고 가야 할 ‘굴레’일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이제 100년의 생(生)을 기약할 수 있는 좋은 시절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물질문명의 놀라운 발전으로 풍요의 극치를 누리고 있는 현대인들이건만, 웬걸 여기저기서 ‘힘들어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또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아이러니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나라 간, 지역 간, 가까이는 너와 나 사이 삶의 질이 확연히 다르다 보니 상대적 빈곤감이 사람살이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살 것인가?’ 잠자리에 누워서도 쉬이 잠 못 드는 이들이 많은 이유일 것입니다.
고전(古典)을 새겨보리라 마음먹은 건 그래서입니다. 수천 년, 수만 년 이어져온 시간의 두께, 그 속에서 거르고 또 걸러져 오늘에까지 전해온 책이 바로 고전이 아니던가요. 몇날 며칠 반짝하고 마는 유행서적이 아닌, 이른 바 세월이 선정한 유구한 베스트셀러인 것입니다. “왜 시(詩)를 공부하지 않느냐. 시는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라고 한 공자의 말씀에서 헤아릴 수 있듯, 고전은 단순히 옛 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경영하고, 어떻게 ‘인간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인가를 슬기롭게 조언하고 있는 인생의 나침반인 것입니다. 세월과 함께 발전하고 변화해가야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이 이어지고 지켜져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