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을 내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꽃들도 예쁘게 피어납니다.
사계가 구분되는 지구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얼어붙은 동토의 땅, 산들은 검게 변하고 바람은 차갑게 몰아칩니다. 대지는 흰 눈에 덮여 잠자는 듯 고요합니다.
새롭게 벽에 걸린 달력이 한 장씩 뜯기고, 햇살이 창문을 열고 들어오면 냉기 가신 바람도 들어와 앉습니다.
따스한 손길이 두 뺨을 쓰다듬듯 온기를 머금은 바람이 산과 들과 시내와 강을 쓰다듬고 지나가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요술처럼 나무 등걸에 빨갛고 노랗고 하얀 꽃들이 피어나고 초록 풀들이 흙을 뚫고 솟아오르고 나무에 새순이 돋아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거듭된 반추로 우리의 감각은 해마다 경험하는 자연의 변화라고 무덤덤하지만 세월을 제법 살아온 지금은 새파란 초록 줄기에서 너무도 선명한 빨간색이 쏙 나와 조각한 듯 예쁜 모습으로 피어나는 장미꽃 한 송이가 너무 신기합니다.
우리의 삶도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곱씹어 볼수록 신통방통합니다.
태어나서 살아온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이던 일제 강점 말기에 태어나 엄마 등에 업혀 해방을 맞고, 사는 걸 더듬어 알아 갈 때 6.25 전쟁을 겪고, 보릿고개에 배고파하며 의식이 깨어갈 때 4.19 민주화를 경험하고, 밤새워 일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며, 그렇게 젊음을 바쳐 부모 형제를 공경하던 순수의 세월, 파독 광부 간호사, 중동 열사의 노동, 베트남 파병,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불어온 개발의 바람, 도시는 아파트의 놀이터가 되고, 개인 손에 퍼스널 컴퓨터가 들리고,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나의 존재는 어떤 모습으로 그 시대를 헤쳐왔는가 감개가 새롭습니다.
이 길고도 짧은 세월을 주님이 인도해 주셨습니다. 내가 알 때도 전혀 알지 못 할 때도…….
남은 세월은 늦었지만, 마지막 인생을 준비해 가면서 시를 쓰겠습니다. 징 때리는 손목의 힘이 쇠하여 다듬어지지 않아 어색하고 거칠지라도 백옥 돌판을 다듬어 탑을 쌓겠습니다.
성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문학고을 조현민 회장님과 해설을 맡아 수고해주신 김신영 박사님과 시우 님들께 감사드리며 항상 기도해 주시는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영광, 전능하신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
2022년 3월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