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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번역되어 소개되는 아동문학 책은 반 이상이 넘는다. 그러다보니, 몇몇 잘 옮겨졌다는 책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고, 옮긴 사람들을 눈여겨 두었다가 신간이 나오면 그 이름을 살펴보는 것이 어느새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김경연' 씨는 그 분 중에 한 분이다. 현재 독일에서 연구중이신데, 어렵게 기회를 얻어 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어린이 담당 유여종)
최근의 근황과 번역 이력 알라딘: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렇게 글로나마 인터뷰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최근에 나온 <빔블리>(풀빛)를 보면서도 느낀 건데, 참 부지런히 책을 번역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작업하고 계시는 것 있으시지요? 최근 하고 계시는 작업 내용을 조금만 소개해주시겠어요? 김경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최근에는 아무래도 번역보다는 연구(?)에 더 힘을 쏟고 있는 편입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박사후 연구에 신청했던 주제('판타지와 현실 관련성')가 우선이긴 하지만 독일의 아동청소년문학 연구들을 두루 구경(!)하고 있답니다. 단편적인, 또는 구체적인 작품 비평보다는 체계적인 문학론 시도라든가 이슈 중심의 연구들에 더 눈이 가고 있어요. 독일 이론들과 우리나라 아동문학 상황하고의 차이, 접맥 가능성, 그런 것들이 머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번역하고 있는 작품들은 한국에서 이미 골랐던 것이 대부분이에요(핀두스 시리즈외 빔블리도 여기 속합니다). 지난 1월에 뇌스틀링거의 <수호 유령 로자린데> 원고를 넘겼는데, 아직 출간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번 7월에는 마르틴 아우어의 <독수리 소녀>(인터뷰 당시는 준비중이던 도서였으나 곧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로 발간됨)를 끝냈는데 <종이 봉지 공주>처럼 당차고 적극적인, 통념을 깨는 여자아이 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다음으로는 <행복한 청소부>의 콤비, 페트와 보라틴스키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고요. 그리고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의 새로운 서사 형식'(옌스 틸레 엮음, 마루벌 출간 예정)을 열심히 우리 말로 풀고 있고, 아동청소년문학 개론서 작업에 필요한 자료 구하고 쓸 수 있는 항목 쓰고, 그러고 지내고 있어요(흑. 제대로 여행 한번 못가보네요.) 알라딘: 꽤 오래동안 번역을 하셨었지요? 그동안 번역 작업을 하시면서 꽤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인지요? 김경연: 책에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고 하잖아요? 거의 전부 다 사연이 있는 책들이라 어느 것을 특별히 거론하면 다른 책들이 슬퍼할 거예요. 어린이 책은 아니지만, 석사 논문을 쓴 작품으로 생애 최초로 번역한 <몽유병자들>(헤르만 브로흐, 현대소설사 1991)은 내 청춘의 1년을 열병을 앓듯 함께 보냈어요. 출간은 10년 후인 1991년에 되었지만요. 번역은 두번째 했으나 출간은 가장 먼저 된 <미학 이론과 문예학 방법론>(페터 뷔르거, 문학과지성사 1989)은 당시 문학 이론을 공부하면서 꼼꼼이 읽으려는 생각에 우리 말로 옮기며 보았던 건데, 우연히 출판사에 알려져 그 자리에서 출간 결정이 나고 아직도 계속 쇄를 거듭하고 있어 기쁩니다. 워낙 대작이라 마음 설레며 시작했던 하인리히 만의 <앙리 4세>(하인리히 만, 미래M&B 1999)는 '청춘' 편만 나오고 '완성' 편은 나오지 않아 안타깝고요. 역사에서 가려진 여성들의 이야기 <길들일 수 없는 자유>(막달레나 쾨스터&주자네 헤르텔 엮음, 여성신문사 1999)도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어린이책 쪽으로 오게 되면 원본이 뭔지 모를 정도로 각색되어 소개되던 그림형제의 동화를 완역하고, 이어서 뇌스틀링거, 헤르틀링, 파우제방, 우베 팀 등 가장 인정 받는 현대 독일 아동청소년 작가들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게 되어 뿌듯했고요, 최근에는 <행복한 청소부>가 저를 참 행복하게 했어요. 기라성 같은 경력의 아동 편집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작품인데, 의외로 공감해준 분들이 많아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책을 통해 또 다른 친구들을 얻은 기쁨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책을 친구와 같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찬탄하고 인정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곧 내 친구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느 시점에선가 어떤 마음 자리에 있을 때 가만히 다가오는 친구가 있잖아요. 남들이 그 친구가 이렇더라 저렇더라 흉을 봐도 내게는 소중한 친구 말예요. 너무 주관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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