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학자, 미래학자, 환경학자, 운동가, 저술가. 제레미 리프킨에 대한 평가는 항상 극단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너른 시야로 지구적 구조와 미래를 바라보는 탁월한 사상가이자 활동가로 추앙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과학계에서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라는 「타임」지의 표현대로 그를 사이비 저술가, 기껏해야 영향력있는 선동가로 본다.
리프킨에 대한 이런 엇갈린 평가는 그의 30여년간의 활동이 언제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열렬한 것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77년 '경제조류재단'을 창설한 이후 리프킨은 십수권의 논쟁작을 썼고, 전세계 20개국 500여개 대학에서 강연했으며, 미국정부의 각종 환경.경제정책 방향에 입김을 넣었다.
그가 가장 천착하는 문제는 기술이 환경 및 제반 사회구조에 미치는 영향. 환경과 경제가 일정하게 통합된 구조임을 역설한 <엔트로피>는 그의 초기 대표작이자 8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논쟁작 중 하나이다.
이후 리프킨은 광범한 현실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에 매진하여, <노동의 종말>에서는 정보화로 소수 엘리트를 제외한 인간의 노동이 서서히 제거되어 나갈 것이라는 노동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바이오테크 시대>에서는 산업시대와 비견될만큼 중요한 '유전자의 시대'가 인간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을, <소유의 종말>에서는 문화마저 자본에 잠식되어 모든 경험과 시간이 상품화되는 '접속 시대'의 그림을 펼쳤다.
또한 부인 캐롤 그룬왈드 리프킨과 함께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는 채식운동과 녹색생활운동도 그의 활동 궤적에서 빼놓을 수 없다.
리프킨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주로 그의 과학적 엄밀성을 문제삼는다. 리프킨은 경제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을 뿐 정식적인 과학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비판자들은 그 점을 꼬집으며, 리프킨이 몇몇 과학적 사실을 수집하여 망상적인 종말론을 구성한다고 지적한다.
사실 리프킨의 초기 저작들은 '사이비 과학'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할 정도다. <엔트로피 2>로 번역된 <Algeny>는 영적인 세계관을 역설하여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로부터 "학문으로 가장하여 교묘히 짜집어진 반(反) 지성적 프로파갠다"라 비난받았다. 이후 <바이오테크 시대> 등에서 드러낸 유전자 공학에 대한 반감 탓에 '기술혐오자', '신-러다이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추종자나 비판자 모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대중설득가로서의 그의 역량. 우리나라에서도 바람을 일으켰던 '종말' 시리즈를 비롯한 그의 책은 새롭지 않은 주장을 풍부한 실례로 뒷받침해 인상깊게 제시한다. 효과적인 선전선동술을 무기로 미국 정부의 정책결정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그 과정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주장을 퍼뜨린다.
2002년 9월,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분석.지지하는 <수소 경제(The Hydrogen Economy)>라는 책을 펴냈다. - 김명남(starla@alad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