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겨레〉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이자 중앙대 겸임교수이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산하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원장으로 복지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한 전문성을 살려 《복지국가를 만든 사람들: 영국 편》 등 복지에 대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는 대담 진행과 서문 집필을 맡았다.
역사는 인물사다. 모든 역사적 사건의 성취와 비극은 당대의 인물들의 생각과 행위의 결과다. 이 책은 복지국가 발달사를 인물로 조명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복지국가의 원조 격인 영국편을 먼저 들여다보았다. 모두 11명의 영국인들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당대의 사회정책 화두와 과제를 짚고자 했다. 인물 선정과 순서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 영국 복지국가의 형성과 발달에 영향을 크게 끼친 인물을 중요도와 역사적 순서 등을 감안해 전개했다. 선정 기준을 굳이 말하라면 저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시드니와 비어트리스 웹 부부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이들 부부가 영국 복지국가 이념의 기원을 열었으며, 동시에 그 발전에 끼친 공로가 매우 컸다는 생각에서다. 윌리엄 베버리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덧붙이고 싶은 말은, 복지국가를 연 세기적 보고서인 가 아직도 국내에 번역돼있지 않아 일반 독자는 물론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자와 학생들조차 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 보이는 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 나라의 복지 발전에는 빈곤 등 삶의 실상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이를 가능케하는 사회과학적 방법이 사회조사다. 찰스 부스와 시봄 라운트리의 생애를 통해 우리는 이들의 사회조사가 어떻게 빈곤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빈곤퇴치 등 삶의 질의 개선은 실천이 수반되지 않고선 이뤄질 수가 없다. 옥타비아 힐의 열정을 통해 우리는 사회사업과 주거복지의 의미와 사회복지실천가의 열정이 이루는 성취를 새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사회개혁은 좋은 정치 또는 정치가 없이 가능하지 않다. 로이드 조지와 어나이린 베번의 생애를 통해 독자들은 좋은 정치인이 어떻게 한 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가를 생생히 목격하게 될 것이다. 정치와 정치인은 비난과 혐오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그것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시민들이 얼마나 그들을 쓰임새 있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지지 혹은 비판하는가가 중요하며, 또한 정치인은 스스로 타협, 설득, 지혜 등을 통해 스스로 역량을 발휘하는가가 중요함을 인식하게 된다. 복지국가 사상의 원초적 기저는 평등에 대한 갈구다. 리처드 토니의 삶과 사상적 궤적을 통해 독자는 좋은 사회란, 본질적으로 평등과 형평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란 생각을 다시금 깊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복지국가는 단순히 빈민의 삶을 어제보다 좀 더 낫도록 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것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가 복지국가다. 이런 생각을 시민권이론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립한 이가 토머스 험프리 마셜이며, 이를 위한 학문을 수립한 이가 리처드 티트머스다. 두 사람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사회권과 사회정책의 의미를 각각 곱씹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