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김동규

최근작
2020년 12월 <마음놓고 뀌는 방귀>

김동규

1954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경기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련한 뒤 신경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 교실 주임교수 겸 과장과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세부 전공은 뇌종양 수술이며 특히 독일 쾰른대학에서 연수한 뒤 방사선 수술을 국내에 정착시키는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국내외 정위 뇌수술 및 방사선 수술 관련 학회의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국제 학회를 세 차례 서울에 유치했고, 350여 편의 국제학술지 논문 발표와 여러 권의 영문 교과서를 집필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지의 편집장으로 5년 동안 일하면서 학회지를 SCI에 등재했고,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 신경외과 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뇌종양 치료의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네 차례의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상, 대한암학회 학술상, 대한민국 학술원상 등을 받았다. 중앙 일간지에 여러 편의 칼럼을 기재했고, 수필집으로 『브레인』과 『삶의 기쁨』이 있다.
  

대표작
모두보기
저자의 말

<마음놓고 뀌는 방귀> - 2020년 12월  더보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의 주제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아재 개그’로 ‘라떼는 말이야…’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커피의 한가지 종류인 ‘라떼(Latte)’가 어떻게 ‘말(馬)’이 되는지 상식적으로는 난센스지만, 툭하면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훈계조로 말을 시작하는 ‘꼰대’들을 비웃는 말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세대 간 사고의 차이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크고 작은 세대 간의 갈등이 항상 있었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 양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다. 이런 견해 차이는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나아가 인류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실제 부닥치는 개개인에게는 풀기 쉽지 않은 난제인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즈음은 세상 변하는 속도가 정말 쏜살같아서 세대 차가 아니라 나이 차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한 학년 차이에도 갈등이 있을 정도다. 자식을 낳아 키우다 보면, 자식들이 부모의 생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심심찮다. 심지어 단도직입적으로 집의 애들에게서 면박을 받은 적도 여러 번이다. 부모 말씀을 거역할 수 없는 지상 명령으로 알고 산 구닥다리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자식 또래 제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저항이 없는데, 왜 자식들은 부모에게 반항할까. 자식을 잘못 키웠나 아니면 제자들이 유독 착하고 순한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깨닫게 됐다. 자식들이 일러준 방식으로 제자들을 대하니 관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젊은 사람들 생각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제자들은 선생이 어려워 말을 못 했을 뿐이었다. 시대 흐름에 맞추지 못하는 어리석은 부모가 안타까워 직설적으로 잘못을 지적한 자식을 이해하게 됐다.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사고와 행동이 모두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옛날 방식 그대로, 혹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옛것의 기반 위에 새롭게 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많다. 새로운 세대는 오랜 기간 선대에서부터 축적된 삶의 지혜를 배우고, 기성세대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흔쾌히 받아들일 줄 아는 아량을 가져야 마땅하다. 나이 60줄에 들고부터 젊을 적 생각이 많이 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만한 능력이 없어졌고, 또 그럴 이유나 필요도 없는 데다 시간 또한 바쁠 것 없이 한가하기 때문이다. 공연히 안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우울해지기도 하고, 아름다운 아내와 신혼의 달콤한 꿈에 젖어 있던 때를 그리며 혼자 미소 짓기도 한다. 자식 낳아 키우며 우왕좌왕하던 젊은 날, 작지만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포효하던 순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반대로 잘못이나 실수가 생각날 때면 지금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모두 지나간 일이건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어르신들은 과거에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와 더불어 새로운 화젯거리가 없는 따분한 생활이 반복되니 레퍼토리를 계속 우려먹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다. 젊은 사람들은 처음 한두 번은 그런대로 견디지만 나중에는 자리를 슬슬 피한다. 결국 노인 스스로가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말수를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각오가 잘 지켜지는지 판단할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추측해 보건대 흉보면서 닮는 우를 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젊은이들과 모임에서 혼자 목청을 높이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기도 한다.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주책바가지 늙다리가 되고 싶진 않지만, 기억할 만한 삶의 지혜를 정리하는 것은 괜찮을 듯했다. 말싸움을 통한 세대 간의 갈등을 피하고, 원할 때 볼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남기면 노추(老醜)는 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에 하나 글을 읽은 젊은 세대 중 한 사람이라도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을 발견한다면 더없이 뜻깊은 일이다. 글쟁이가 아닌 사람에게 글은 항상 어렵다. 글이 서투른 만큼 내용이라도 좋아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남은 것은 진솔함밖에 없다. 특징 없는 밋밋한 글이라도 빼지도 더하지도 않고 사실 그대로를 기술하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가족과 살을 맞대며 사는 이야기, 40여 년간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생활과 의료계에 대한 단상, 일반 사회 현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과 느낌, 급변하는 세상과 그로 인한 신세대와의 갈등 이야기,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소회를 담았다. 내용은 모두 옛이야기라도 행간에 비전 제시의 흔적을 남기려고 나름대로 애썼다. 지금까지 생의 첫 삼분의 일은 부모님의 그늘에 있었고, 나머지 삼분의 이는 아내와 애들이 안주할 그늘을 만들었다. 아무리 순간순간이 뜻깊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 하나하나가 소중해도, 하늘이 맺어주신 부모님과 스스로 선택한 아내와의 인연은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다. 부모님에게서 더할 수 없는 애정과 보살핌을 받았다. 엄하시지만 한없이 자상하신 아버지, 자식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신 어머니의 은혜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당신께서 주신 건강한 신체와 살아가는 지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이다. 지독하리만큼 철저한 선비 정신을 선친에게서 보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식에게 스스럼없이 내주시는 희생정신을 어머니에게서 보았다. 꿈에도 잊지 못 할 일이다. 평생의 반려자인 아름다운 아내를 만난 것은 못난 사람에게 더할 수 없는 행운이다. 나약하고 무능한 남편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뒷받침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남자가 바다처럼 마음이 넓은 여자에게서 사는 법을 배우면서 고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많은 것을 주지 못했어도 딸과 아들은 스스로 훌륭하게 자랐다. 자식을 볼 때 미안함과 기특함이 함께 머리를 스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사위와 딸의 모습이 보기 좋고, 귀엽고 예쁜 외손주들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삶의 활력소다. 듬직한 아들도 앞으로 큰 몫을 하리라 기대된다. 신경외과 의사가 된 것 또한 큰 행운이다. 훌륭하신 선생님을 만났고 좋은 선후배와 동료로부터 많은 도움도 받았다. 수많은 환자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하면서 기쁨도 좌절도 경험했다. 분에 넘치는 자리에서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면서 어려운 처지의 환자들을 도우려 했으나 기대에는 많이 못 미쳤다.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늘 마음속에 품고 진료에 임했으니 후회는 없다. 외국 여행을 꽤 많이 다녔다. 혼자 국제 학회에 참석하는 경우 말고는 아내의 주도로 가족 여행을 즐겼다. 기막힌 경치에 가슴이 벅찼고, 맛 좋은 음식에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삶의 지혜도 많이 배웠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유연하고 폭넓은 사고를 갖자면 외국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신통치 못하지만 용기를 내서 경험한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를 몇 가지 적어 본다. 첫째는 새롭게 벌어지는 일들을 따라잡기에 힘이 달리고 진땀이 났던 과정을 남기고 싶다. 신세대와의 갈등을 혼자서 삭이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다.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살아오는 동안 많은 것들이 눈앞에서 변했고, 그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상이 되고, 흔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것이 보물이 되는 것이 나름대로 재미있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나 최근에 나타나는 변화의 속도와 정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둘째로 주제넘은 생각이지만 ‘우물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하자’는 교훈을 알려주고 싶다.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듯 매사에는 뿌리가 있기 마련이다.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들의 행태를 진부하고 답답하게만 보지 말고, 지금의 밑바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라는 뜻이 아니다. 발전의 과정을 이해하면 좋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르신들은 신세대를 폭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자신과 다른 것을 이해하고 포용하지 못하면 영원히 ‘꼰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인류가 생긴 이래 수만 년을 이어온 세대 간 갈등은 어찌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기성세대가 먼저 마음을 열고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세대에 무언가를 먼저 요구하면 일이 꼬일 수밖에 없다. 셋째로 잘난 것 없는 인생이었지만 개인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 마음속 생각을 글로 구체화하면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죄책감이 조금은 덜해질 것 같다. 넷째로 살면서 아내에게 직접 사랑의 말을 못 한 미안함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서양 사람들이 왜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의 말과 입맞춤을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부부 간의 사랑도 자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로 졸장부 배필을 만나 고생이 막심한 아내의 정년 퇴임을 기념하는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수년 전 어느 선배가 교수직을 퇴임하는 아내에게 색소폰 연주로 감사를 표현하는 광경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책을 보고 아내가 좋아했으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마지막으로 신세대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아비를 묵묵히 따라준 자식에게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부족했지만 자식의 사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면, 애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아빠는 꼰대’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는 희석되지 않을까. 살면서 인연을 맺은 모든 이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도움을 주신 모든 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20년 맹하

- 서문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