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문탁네트워크’에서 동양고전 관련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이 재미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중국의 4대기서(奇書), 「요재지이」(聊齋志異)와 같은 지괴(志怪)와 전기(傳奇), 시사(詩詞), 문화사, 나아가 중국 역사에 흥미가 있으며, 계속 공부 중이다.
“『변강쇠가』는 판소리 안에서도 순전히 하층 유랑민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특이한 작품이다. 떠돌이들의 삶을 그리다 보니 그 이야기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다른 판소리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반해 『변강쇠가』는 등장인물이 죽거나 사라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사람들이 『변강쇠가』를 읽으면서 연신 유쾌해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주인공들이 고통을 고통으로만 여기지 않으면서 자신의 운명을 씩씩하게 짊어지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벽가』에는 소설에서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 그것이 이 판소리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전쟁터에 억지로(?) 끌려와 참전하게 된 병사들의 사연이다. 원래 『삼국지』는 영웅들이 치르는 전쟁의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며, 그 속에서 일반 군졸들은 ‘팔십만 대군’이나 ‘삼천 군사’, 혹은 몰살당하거나 토성을 쌓거나 땅굴을 파는 군사 같은 집합명사로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적벽가』는 이 일반 병사 한 명 한 명에게 생생한 목소리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