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만 해도 요란하게 울던 매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나둘 잎이 지는 소리와 함께 풀벌레도 숨어 버렸다. 내가 즐겨 찾는 산책로 옆으로 경의선 열차는 열심히 오간다.
소나무, 전나무 숲을 걷다 길가에 앉아 무심히 돌을 들추어 보면 개미들의 살림살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개미들의 부지런함이 부러워 개미에게 “참 열심히 산다.”라고 말을 건넨다.
나는 배움도 끈질김도 없다. 그런데 하늘은 내게 과분한 은혜를 주셔서 문학의 길을 걷게 해 주셨다. 무섭고 냉정한, 그러나 참으로 신실한 스승을 만나게 해 주었다. 유영숙 선생님은 나이 먹고도 철없는 나를 지도하느라 나보다 더한 인내를 해야만 했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찔끔거리면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자연을 보라고 더 애타셨다. 남편이 지레 지쳐서 잠만 자는 나를 묵묵히 기다려 주었기에 그 인내심에 내던졌던 연필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은인들의 애틋한 사랑으로 그동안 써 모은 시와 수필을 하나로 묶게 되었다. 어릴 적 무지개 같은 꿈을 이룬 것이다. 글 쓰는 시간만큼은 내 삶에 활력소가 된다.
바쁘신 중에도 시와 수필을 꼼꼼히 읽어 주시고 촌평을 써주신 유영숙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참이나 부족한 글이지만 더욱 분발하여 좋은 글을 쓰라는 뜻으로 출판을 맡아주신 한국문화사와 편집부장님, 담당 직원들께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나에게 관심과 격려 아끼지 않았던 가족들과 지인, 선후배 문우들에게도 감사한다. 부끄러운 글 읽어주실 독자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