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비평가, 영화제작자이다.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1920년대에 프랑스로 이주한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1940년 전사한 데 이어 어머니는 1943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페렉은 고모에게 입양되어 자랐다.
1954년 소르본대학교에 입학해 역사와 사회학을 공부했지만 중도에 그만두었다. 대학 재학 시절 문학 잡지에 기사와 비평을 기고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59년 군복무를 마친 뒤 파리에 있는 국립과학연구소 신경생리학 자료조사원으로 일하며 꾸준히 글을 썼다.
1965년 발표된 데뷔작 『사물들』은 출간 즉시 큰 성공을 거두며 같은 해 르노도상을 받았다. 1967년 페렉은 당시 전위 문학의 첨단에 섰던 실험 문학 그룹 울리포에 가입한다. 형식의 제약이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여 풍요로운 작품을 낳게 한다고 주장하는 울리포의 실험 정신은 페렉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페렉은 작품마다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모음 e가 없는 단어로만 쓴 소설 『실종』(1969)이 대표적이다. 특히 1978년 메디치상을 수상한 『인생사용법』은 퍼즐을 둘러싼 인간의 승부와 지혜, 모략 등을 치밀하게 그려낸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을 계기로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서지만, 1982년 45세의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잠자는 남자』(1967), 『공간의 종류들』(1974), 『W 또는 유년의 기억』(1975), 『나는 기억한다』(1978),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1979)을 비롯해 사후에 출간된 『생각하기/분류하기』(1985), 『겨울 여행』(1993) 등 40여 편의 작품을 남기며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페렉은 오늘날 프랑스 문학의 실험 정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