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갈 때는 좌표가 필요하다.
내 고향 개펄 어귀에 해마다 적도에서 찾아오는 뱀장어는 어디에 나침반이 들어 있길래 잊지도 않고 고향으로 회유하는 것일까. 강릉 남대천의 연어는 무엇이 그리워서 자신이 부화했던 모천으로 돌아와 몸을 온통 바위에 짓찧으면서 죽어가는 것일까.
나는 언제 좌표를 얻었고, 나의 나침반은 어떤 것이었을까. 살아오면서 나는 묻곤 하였다. 그리고 그 좌표에서 어긋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차를 타고 갈 때 생기는 어지럼증을 멀미라고 한다. 멀미를 앓으면 자칫 길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노선은 그 멀미를 막을 수 있는 지혜이자 용기이고, 그 길의 궤적이다. (……)
이 책은 나의 노선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노선이 구부러졌는지, 곧았는지, 올바랐는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읽는 이의 몫이다. 다만 나는 나의 길, 나의 노선에 관해 이 책에서 진솔하게 말하고자 했을 따름이다.
눈이 내린다. 자, 다시 길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