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대학에서 그림과 디자인을 공부하였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북아트 작가로 참여했으며 별자리 동시집 <북두칠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심연구소 동시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인디무크지 <동심>에 동시 부문으로 데뷔했습니다. 지금은 카린.J.북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동심>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말을 배우고 세상을 배워 가는 네 살 아들의, 일상의 말과 상상의 말을 동씨로 받아씁니다.
말을 전혀 하지 못하던 돌쟁이 아기 시절부터 아침의 시작은 항상 창가 옆 식탁이었어요. 내 아들 건호는 우유를 마시고, 난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어요. 창밖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이야기ㆍ하늘 이야기ㆍ날씨 이야기ㆍ가족 이야기ㆍ단골 빵 가게 이야기.
언제부턴가 건호가 그 일상의 이야기를 먼저 하기 시작했어요. 조그마한 입으로 종알대는데 하루가 시끄러울 지경이었지요. 그러한 말들을 나는 메모지에, 노트에, 스마트폰에 일단 재빨리 받아 적어 놓았어요. 항상 밝고 웃음이 넘치는 건호의 일상과 추억을 일기로 기록하는 대신, 건호의 말을 받아쓴 것이지요. 건호의 마음ㆍ생각ㆍ상상이 더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기억되었어요.
얼마 후, 건호의 말이 온통 동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순수한 동심이 가득 담긴 말들에 시적인 요소를 더해 동시로 만들다 보니 건호와의 대화가 하나하나 더 소중해지고 기록할 말들이 더 많아졌어요. 하루하루가 행복했어요. 매일 어떤 말을 해 줄까 기대가 되기도 했지요.
1년 사이 약 300개의 동씨를 받아썼으니 1일 1동씨를 심은 셈이에요. 하루하루 쌓인 동씨와 동시를 다시 읽다 보면 아들의 1년이 보여요. 1년 동안 동씨도 자라고 동시도 자라고 건호도 함께 자랐어요. 그중에 잘 자란 동시 100편을 먼저 선보여요.
지금은 다섯 살이 된 건호가 네 살 때처럼 아기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아쉬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가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에게 지금, 이러한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해요.
건호의 말이 동씨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동시로 들리게 해 주신 최명란 선생님에게도 감사해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동시로 수정하는 재미에 1년의 시간이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