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로 태어나 동네 꼬마들한테 선망의 대상이었다. 엄마 몰래 과자를 훔쳐 친구들과 나눠 먹길 좋아했으며, 특히 수업 중에 먹는 비비탄 사탕 ‘짝궁’을 좋아했다. 인생이 과자처럼 달지 않다는 걸 알면서부터 시를 쓴 것 같다. 2023년 현재는 고양예고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으며, 아이들의 과잣값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메일링 서비스 주간 <슈퍼맨>을 운영 중이다.
사는 일이 녹록지 않을 때마다 방울 슈퍼가 내어 주던 풍경이 그립습니다. 가난해서 소중한 게 많았고, 살아낼 것이 많아서 사랑이 아닐 수 없었던 그 시절. 방울 슈퍼는 골목의 따뜻한 서랍이자, 신도 함부로 열어 보지 못할 사람의 편지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늦게 그 편지를 읽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란 책이 아니라 삶으로 깃드는 것인데, 너무 오래 마음의 문맹으로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이웃을 사랑합니다. 이 말이 어려워서 단어로, 문장으로, 문맥으로 떠돌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 이 책은 모르는 마음의 편린일 것입니다. 모른다는 건 알려고 하는 욕망이 아니라 삶의 신비였습니다. 과자 한 봉지만 한 신비로 밤새 글을 쓰게 하고, 그리워하던 시간은 세상 어떤 선물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주소불명의 희망이 도착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반드시 살아서 그 신비로움을 읽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을 쓰면서 너르게, 깊게 자주 했던 말입니다. 글은 제가 썼지만, 받는 마음으로 쓰게 해 주는 말이었습니다. 입술이 닳도록 한 말 같은데, 이 말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의 처음이자 끝인 가족, 제 글의 처음 독자이자 마침표인 주간 〈슈퍼맨〉 구독자님들, 부족한 남편의 모든 것이 되어 준 이가은, 오체투지의 자세로 감사합니다.
제게는 알게 모르게 희망의 좌표를 찍어 준 벗들이 있고, 호명해야만 닿는 마음이 있습니다. 류근 형, 정환이 형, 홍래 형, 새별 형수님, 병일이 형, 지영 쌤, 민호 히야, 노식이, 혜인이, 병철이와 백수, 농구 모임 라스트샷, 17사단 전차대대 전우들, 김광신 대표님, 고양예고 문예창작학과 제자들과 동료 선생님들입니다. 이분들은 절망의 주소를 희망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제 인생을 있게 해 준 아름다운 신비 앞에 거듭 고개 숙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걷는사람’ 김성규 대표님을 비롯해 편집부에도 특별한 마음을 남깁니다. 아이 둘을 낳고 어렵던 시절, 삶의 무게를 다른 방식이 아니라 글로써 견딜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걷는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걸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울 슈퍼는 사라졌습니다. 방울 슈퍼를 찾던 사람들도 아스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는 일이 녹록지 않을 때마다, 그리운 자리가 욱신거릴 때마다 이 편지 같은 『방울 슈퍼 이야기』가 도착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별자리가 돋아나 어두운 길을 비추는 지도가 되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 우리 안의 방울 슈퍼는 언제나 빛나고 있을 겁니다.
황종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