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가는 길이 참 멀었어요. 들판에서 여름에는 땡볕을, 겨울엔 매서운 바람을 고스란히 안고 다녔죠. 소달구지를 만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올망졸망 끼어 타기만 해도 그날은 재수 좋은 날이었어요. 그 먼 길을 참 재미나게 다녔어요. 길동무해준 이야기보따리 언니가 있어서죠. 언니는 옛날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해주었어요.
길을 걷는 것. 그것은 이야기를 따라 가는 것이었지요.
『깜장미르』는 〈전주역사박물관〉 홈페이지에 전주의 한 지명인 ‘용머리고개’ 에 관해 소개된 설화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누구나 처음은 어설프죠. 깜장미르도 자꾸 여의주를 떨어뜨리고, 잃어버린 여의주를 찾는 과정에서 물고기들을 괴롭히지만 결이의 목숨을 살리고, 원님에 의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지요. 『깜장미르』는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제 마음속 이야기 중 하나예요.
제가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 이야기와 함께였던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함께 하면 좋겠어요.
책이 나오기까지 힘써 주신 박예분 작가님, 함께 해 준 문우들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