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일기 작가이자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엄마.
수많은 아이들을 꿈나라로 안내해 준 잠자리 동화 『잠이 오는 이야기』, 아이들과의 따뜻한 일상을 담은 그림일기 『이렇게 이상한 사랑은 처음이야』를 쓰고 그렸으며, 『부모는 관객이다』,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우는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가족과 함께한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담은 그림일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네이버 스토어 ‘유희진 그림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yooheejin1
저는 사실 학창 시절 운동회의 기억이 썩 좋지 않았어요. 달리기에서 매번 꼴찌를 했거든요. 어른이 되어 좋은 점 중 하나가 ‘이제 운동회 안 해도 된다.’였을 정도로 저는 진짜로 운동을 못했어요. 이제 운동회는 나갈 일이 없지만, 제 아이들과 달리기 시합을 할 때면 여전히 꼴찌는 저의 몫입니다. 아이들은 이미 여섯 살이 되면서부터 엄마를 이기는 어린이였답니다. 저는 이렇게나 달리기를 못해요. 그래서 『꼴찌 가족』 이야기를 읽고서, 이 그림을 그리기에 저야말로 제격인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어릴 적 달리기 시합을 할 때, 다른 친구들은 이미 다 결승선에 도착하고 나 혼자만 덜렁 남으면 생각했어요.
‘어차피 꼴찌인데, 힘들이지 말고 대충 뛸까? 아니면 그래도 남은 트랙을 최선을 다해 뛰는 게 나을까?’
열심히 달려 놓고도 결과가 꼴찌인 게 어쩐지 창피했거든요.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야, 남은 경기에도 최선을 다하는 게 오히려 더 멋진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국어사전을 찾아 보니 ‘최선’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하나는 ‘온 정성과 힘을 다하는 것’, 다른 하나는 ‘가장 좋고 훌륭함’입니다. 서인이가 꼴찌로 들어왔을 때 친구들과 어른들이 박수를 쳐 준 건, 이렇듯 온 정성과 힘을 다한 훌륭함에 대해 응원하는 마음에서였을 거예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달리기 실력이 궁금합니다. 혹시 항상 1, 2등을 하고 계주 대표로 뽑히는 친구들이 있나요? 너무 부럽습니다. 물론 저나 서인이처럼 매번 꼴찌를 하는 어린이도 당연히 있겠죠? 달리기뿐 아니라, 반장 선거만 했다 하면 가장 많은 표를 휩쓰는 친구와 자기가 써낸 한 표만 받은 친구도 있을 거예요. 또 받아쓰기를 하면 언제나 다 맞는 친구와 거의 다 틀리는 친구도 있겠죠.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온 정성을 다해 보아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기만 한다면 그건 등수와 관계없이 가장 좋고 훌륭해서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니까요. 그거야말로 정말 멋진 일이란 걸 알아챈다면, 앞으로의 운동회가 훨씬 더 기대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