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가 1982년 공사장 노동자로 전국을 떠돌았으며, 현재 순천에서 공사장 일을 계속하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이며, <일과 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1984년 <시여 무기여>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는 <인부수첩>, <우리들의 사랑가>가 있다.
오래 걸어왔습니다. 춥고 어두운 길이었습니다. 1981년 처음 내가 공사장 노동자로 길을 잡았을 때, 흘러흘러 삼십 년이라는 별명을 지닌 어른 앞에서 "노가다살이 삼십 년이라니"하며 기가 막혔는데, 어느새 나도 노가다살이 이십 년이 훌쩍 지나 머잖아 흘러흘러 삼십 년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전라도에서 강원도까지 방방곡곡을 흘러 다니던 6년 동안의 떠돌이 노동자 생활을 접고, 고향에서 주암댐 공사장 일을 하면서부터 동생이 갖다 준 조그만 올림푸스 하프사이즈 필름 사진기를 들고 댐이 막히면 물에 가라앉을 마을들의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찍으면서부터 시작된 들꽃사진도 이십 년이 되었습니다. 그 들꽃들에게 이렇게 다 늦어서야 집 한 채를 마련해줍니다. 이 책은 나의 문학이 아니라 순전히 그동안 내가 만났던 들꽃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온 세상 가난한 노동자의 아내들에게, 공사장 철근더미 아래서 고개를 내밀던 쑥부쟁이에게, 조계산의 얼레지에게, 모후산의 매미꽃에게, 물봉선에게, 히어리에게, 이 책에서 이름 불러주지 못한 더 많은 꽃들에게, 그 꽃들마다 깃들어 있는 여순의 영령들에게, 가난한 꽃편지를 아름답게 받아보는 꽃편지 식구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