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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국내저자 >
시
이름:
정병근
출생:
,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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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
우리 동네 아저씨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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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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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나라의 별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373
구판우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23년 11월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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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우 시인은 묻어갈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생존을 지탱해 주는 ‘식탁’의 상징을 통해 화합을 지향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묻어간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비겁한 사람의 행동을 지적하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지만 시인은 그것을 역으로 한 번 더 돌려서 독자에게 제시한다. 단번에 주목을 끄는 역설적 수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식탁은 입맛을 홀리는 무덤이다/끼니마다 다소 빈약해 보여도 육체를/거스르는 법이 없다/문 걸어 잠그는 일 없이 곧이곧대로 묻어간다는 말이다”(「묻어간다는 말」) 식탁을 ‘무덤’이라고 표현하는 시적 통찰이 놀랍고 아름답다. 식탁은 식사를 도와주는 도구이지만 죽을 때까지 우리의 생존을 둥글게 품어주는 장소이기도 하므로 무덤과 같은 것이다. 『청소부 나라의 별』은 이러한 구판우의 예리한 통찰력이 직조해 낸 빛나는 시집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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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ㅣ
시인동네 시인선 174
서상민
(지은이) |
시인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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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민의 시에는 노장(老莊)의 사유가 보인다. 이성적 논리를 초탈하려는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사유는 과거와 현재, 여기와 저기, 있고 없음의 인과를 넘나드는 불연속적 모순화법으로 나타난다. “나무가 걷는다/산이 흐른다”(「새가 울다」) “배를 던져 봐도 타 봐도/배는 배 안에 없는 듯하고”(「배에 관한 몇 가지 오해」) “비상에는 이유가 없고 심장에는 향방이 없네”(「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등의 구절은 매우 의미심장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그의 시에는 ‘나비’가 많이 나온다. 시에서 나비는 초월과 환상을 이끄는 상징매개물이다. 시인은 나비를 통해 ‘필생의 거짓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언어적 한계를 뼈저리게 각인한다. “단 하나의 주문을 완성하기 위해/자신을 버린 마술사처럼/거짓말을 믿기 위해 날개를 다친 나비처럼“(「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에서, ‘단 하나의 주문’은 참에 이르기 위한 필생의 거짓말이다. 날개를 다칠 정도로 필사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생성하는 참의 세계. 그의 시적 사유는 중첩되고 얽혀 있는 양자역학적인 존재론과도 맞닿아 있을 법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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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
ㅣ
b판시선 42
조기조
(지은이) |
비(도서출판b)
| 2021년 2월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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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만들고 움직이는 ‘기술’이라는 용어는 여러 직종의 이름 뒤에 붙여져서 만능열쇠처럼 쓰인다. 조기조 시인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기술을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로 보고 이번 시집 전체를 꿰뚫는 알레고리로 삼고 있다. 자연 만물의 존재양태 속에 내재하는 기술은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의 생존에 골고루 작동하면서 ‘조기조 식’ 세계관을 형성한다. 시인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사태를 기술이라는 상징으로 설파한다. 조기조의 시에서 기술은 단순한 복무의 의미를 넘어 시간을 움직이고 변화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섬겨진다. 일찍부터 노동문학에 몸담고 살아온 시인의 비애가 시의 곳곳에 박혀 있다. 노동문학이 빠지기 쉬운 상투적인 항변을 자제하고 계획된 가설을 증명하는 철학자적 태도로 시의 뼈와 살을 내화하여 탄탄한 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 기술이라는 유물적 용어에 사람살이의 서정성을 새겨 넣어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 점이 이번 시집의 돋보이는 면모라고 생각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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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물떼새
ㅣ
시에시선 24
김길전
(지은이) |
시와에세이
| 2019년 7월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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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전 시인의 이번 시집은 관조와 응시의 눈으로 빚은 ‘무한화서(無限花序)’라 할만하다. 시인은 ‘쓰는 자’이기 전에 ‘보는 자’이다. 김길전 시인은 부처의 화엄과도 같은 시안(詩眼)으로 현상을 목도하고, 그것의 근본을 거슬러 오르는 사유를 통해 우주의 질서 속에 있는 생사의 이치를 꿰뚫어낸다. 김길전 시인의 묵중한 만년체적 문장은 인생을 제대로 달관한 사람만의 깊은 내공을 느끼게 한다. 시에 쓰인 ‘별자리, 우주변방, 적색왜성, 백색왜성, 임계점, 블랙홀’ 등의 용어들을 통해 그의 우주적 사유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시는 대개 뼈아픈 아이러니적 모순에 닿아 있으며,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는 유희 지향적 깨달음을 불러온다. 시인은 현상의 편린들을 “꼬리가 뭉툭한 도마뱀의 시선으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인생의 숙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이미 어른이 된 손자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미래를 북돋는 것으로 시집을 유쾌하게 갈무리한다. “이따가 아이스크림 사주께/전화기 속 강 낙조의 물빛을 가득 채운 내 손자가 들어 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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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밀고 가는 것들
ㅣ
시작시인선 255
이명기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18년 3월
9,000
원 →
8,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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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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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기의 시에는 ‘선비 정신’이 깃들어 있다. 뼈 말 같은 것인데, 다단한 세파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 대신 아물고 단단해질 때까지 되새긴 자문자답으로 원상처의 정곡을 찌른다. “언젠가 몸이 떠돌던 곳을, 그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언제나 떠도는 것은 상처였으나,/ 그것은 중심이었다.”(「시인의 말」). 시인은 첫 시집 『식물의 시간』에서 인내하는 상처들에 무한한 경배를 보낸 바 있다. 이번 시집이 나오기까지 18년 동안 묵혀 온 세월도 ‘식물의 시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시인은 오래된 처마 아래서 “저 빗방울이 파놓은 단단한 파문들/ 저 빗방울이 파놓은 단단한 울림들”(「오래된 처마 아래서」)을 불러내어 그 사연과 내력들을 껴안고자 한다. 시인은 ‘모르는 것에 대해 묻지 말고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몰운대」),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져 있는 멸치’의 존재를 감각하며 어떤 대답을 슬쩍 내놓는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렇게 누군가 다시 돌아와 서로 뉘우칠 때까지”(「멸치」). 시의 궁극은 헤어진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일 테다. 그래서 화해와 대동의 세상이 오기를 갈망한다. 이명기 시인은 돌올한 선비의 자세로 자신을 성찰하고 모든 지나간 것들의 상처를 위무한다. 시인은, 시는 응당 그래야 할 것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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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낮은 소리
ㅣ
천년의 시 76
서수자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18년 3월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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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서수자 시인의 시집은 등단 30년 만에 내는 첫 시집인 만큼 시인 본인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말은 어디로 가는가. 서수자 시인의 시적 목소리는 나지막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하지 못한 말의 다채로운 무늬들이 행간마다 얼룩져 있다. 고단한 현실 생활을 견디며 살아온 인생의 내력이 만들어낸 그 얼룩들을 시인은 따뜻하게 보듬고 있다. 시인은 몸과 정신의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과거를 되새기고 현재를 자각한다. “깨어진 퍼즐 조각들 다 꿰맞춰/ 유리 날개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거울」)고 고백하는가 하면, ‘파리지옥’을 자신의 마음에 빗대면서 “마음의 근육을 얼마나 간절히 조였으면/ 마침내 합장해 파리 한 마리를 잡게 되었을까”(「파리지옥」)라는 간절한 표현을 얻어낸다. 추억을 불러내는 「아주 낮은 목소리」 「사보텐」 같은 시편들은 서수자 시인만이 쓸 수 있는 수작으로 읽힌다. 시의 곳곳에 주술과도 같은 속말들이 발화되고 있다. 쏟아내는 말들이 다글다글한 구슬처럼 보배롭다. 고단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서 일구어낸 그의 끈질긴 시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첫 시집을 거듭 축하드린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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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제면소
한우진
(지은이) |
책나무
| 2017년 9월
4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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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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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실험적인 의도가 분명한 만큼 고도의 전략적 감각으로 편집되어 있어서 시 한편 한편보다 시집 전체가 하나의 텍스트로 읽힌다. 낯선 외국어를 차용한 섹션, 주석註釋과 부연附椽을 거듭하는 언술, 중의적이고 생소한 한자 조어造語들과 현학衒學에 가까운 인용구들, 제목만으로 된 시, 중얼거림 같은 구절들, 운문과 산문을 넘나드는 문장전개, 서체의 엄격한 부림 등등은 관성적인 문법(독법)을 회피/거부하려는 시인의 치밀한 디자인으로 읽힌다. 더불어 ‘허벅지를 적시는 일로/남자의 지루함을 씻는다.’(「능암온천」), ‘내 등골에서 네 초야初夜를 파가라’(「십면매복十面埋伏」)와 같은 표현은 ‘한우진류’의 진경珍景이다. 한우진 시인은 시에 돌진하는 야수의 인광燐光과 우렁찬 성대를 가지고 있다. 시인과 독자의 머리를 쾅쾅 쥐어박으며 다그치는 견자見者의 ‘벼락과 피’가 한 몸으로 휘몰아친다. 사자후! 앎을 발화發話하고 설파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대체 어떤 모습으로 낯설어야 하는가…… 내 능력 밖에서 번뜩이는 그의 시안詩眼과 언어의 조탁彫琢에 경외심을 느낀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서정과 분절로 점철된 우리 시 언어의 철륜鐵輪에 맞서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지뢰밭이라도 좋다. 가지런한 생각들은 낄 틈이 없다. 그의 시집은 ‘읽는다’가 아니라 ‘겪는다’에 가깝다. ‘내 저녁을 뿌리노니, 쇄석灑夕! 어두워져라.’(「쇄석灑夕」). 이 시집은 의심할 바 없는 한우진 시인의 역저力著이다. 한국시단의 귀한 자리에 놓일 것으로 믿는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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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설렘
ㅣ
천년의 시 71
유문식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17년 6월
9,000
원 →
8,100원
(
10%
할인), 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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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택배
로 주문하면
1월 21일 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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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함
마이리스트
이 시집은 스치면서 우뚝우뚝 멈추는 마음의 정처를 톺은 보고서이며 사념을 다한 유문식 시인의 ‘사랑경전’이라 할 만하다. 그리하여 시인의 사랑은 ‘너(그대)’를 향한 “명치 끝으로만 들리는/ 명치 끝으로만 읽히는(「사랑 11」)” 외로운 황홀에 바치는 헌사이다. 사랑은 결핍과 고뇌를 유발하는 추상으로서 시인의 마음속에 끊임없는 자문자답을 일으키고 반성과 성찰을 거듭하게 하는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갈등의 끝에서 합의되는 가장 원만한 귀결점이기도 하다. 감히 생각하건대 시의 ‘제1 효용’은 누군가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것일 테다. 미학적 말법을 따지는 일은 그 다음의 일. 진솔한 발성이 바탕이 되지 않은 시는 산만하고 가볍기 마련이다. 더 큰 것을 이룰 수 없다. 유문식의 시는 그런 면에서 지극함을 품고 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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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노래
임호상
(지은이),
이민하
(그림) |
시인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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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하자면 여수 찬가(讚歌)이다. 시각, 청각, 미각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통해 여수의 아름다운 풍광과 넉넉한 인심을 감각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여수에 가고 싶은 충동에 빠질 것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임호상 시인이 정서를 키워온 본향이니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일 만하다. 그의 시 「여수의 노래」와 「거문리서(巨文理書)」는 서정주 시인의 『질마재 신화』에 실린 시편들이나 문정희 시인의 「율포의 기억」, 곽재구 시인의 「전장포 아리랑」 등의 정서에 견줄 만한 애향가라 할 수 있다. 고향이야말로 마음껏 찬양해도 모자람이 없는 원형공간이 아니던가. 누구보다 여수를 사랑하고 지금까지도 여수에 생활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시인의 고향 예찬에 귀를 기울여보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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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핍의 자유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209
송병호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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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호 시인의 시는 ‘말씀 밖의 말’을 찾아 보듬는 긍휼한 마음이 담겨 있다. 겪어온 삶의 장면들을 불러내고 세상의 풍경을 껴안으면서 그 속에 배어 있는 슬픔을 오롯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방향도 알 수 없는 첫 줄”과 “수십 개의 문장이 겹쳐지는 사유”(「습작」)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이다. 늙은 어머니를 꽃으로 은유한 구절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가지런한 식탁에 꽃이 앉아 있다/꽃은 꽃/저를 닮은 꽃은 그대로인데//내일 아침이면 사라지더라도/또 다른 꽃이 저 닮은 꽃 그대로/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치매」)에서처럼 그의 시는 자신과 타인(사물)에게 보내는 위로이고 사랑이다. 계절이 만들어내는 풍경들에게조차 아린 연민을 보내는 시인의 마음은 만물의 본성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현재의 시간을 기웃거리며 가버린 시간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문득, “분홍빛 열병”을 앓으며 “잊힌 인연들이 창문 너머로/유성처럼 쏟아져 내리는” 꿈을 꾸기도 한다(「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그러나 곧 “예배당 찬마루에 무릎을” 모으고, 길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면서(「길을 묻다」) 흩어진 마음을 다잡는다. 이러한 그의 시적 자세는 ‘시인의 말’에도 잘 나타나 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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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이 개똥벌레에게 끼치는 영향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158
윤명수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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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수 시를 관통하는 주요 정신은 능청과 해학이다. 주로 자연물을 통해 인물(상황)의 한 전형을 찾아내고 풍자적인 언술로 그 인물의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든다. 그 웃음 속에는 에로티시즘도 있고 세태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그의 시는 첨예하거나 날카로운 미학적 이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열려 있다. 말로 치면 ‘설화’ 같고, 그림으로 치면 ‘민화’ 같은 푸근함과 친근함이 배어 있다. 이는 모진 세파(가난)를 겪으며 살아온 시인이 스스로 터득한 말법이기도 할 터이다. “나는 행복했다/구르고 구르다 보니/지구마저도 다 닳아 있었다”(「바퀴도 없이 굴렀다」 부분). 마냥 웃고 있는 듯하지만 간혹 눈물이 얼비칠 때, 시인은 잠시 정색을 하고 우리의 안색을 살핀다. “곱게 늙은 외등 하나가/키 낮은 대문 앞에 서서/집 나간 어린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외등」 부분). 더러 풍자적인 언사가 거칠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의 시편들은 잘 정제된 여백을 밀도 높게 압축하고 있는 만만치 않은 시적 경지를 보여준다. 짧은 시 한 편을 보자.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가장 더럽게 사는 새들//다만 굴뚝새에게 미안할 뿐이다”(「굴뚝새」 전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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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의 힘
ㅣ
현대시 시인선 126
고선주
(지은이) |
한국문연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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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따뜻하다. 그 따뜻함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색종이로 알록달록 오려붙인,// 화사한 꽃이 내 가슴에 피었다// 그날 이후 모든 것들이 시들어갔지만/ 그 카네이션은 늘 싱싱했다”. 시인에게 가족은 고단한 일상을 버티는 힘일 테다. 여기에서 “그날 이후”의 ‘그날’은 언제일까?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어 짐작하건데 몇 해 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한 대통령의 서거일이 아닐까 싶다. 그분은 가셨지만 시인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그날의 충격과 상처가 “얼룩”으로 남아 있다. 항의하듯 시인은 현실 정치의 실정을 비판하는가 하면 ‘비빔밥’의 그것과 같은 대동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지천명의 나이에 든 시인은 나그네의 심경으로 세상의 장소를 떠돌며 존재의 형국을 관망하고, 문득문득 찾아오는 깨달음을 통찰한다. 그리고 다시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은 또 다른 희망이다. 쉬 벗어나거나 떠나보내지 못하는 ‘어떤 것’ 때문에 시인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가까이는 핍박받는 노동자의 현실이 그러하고, 멀리는 30여 년 전의 광주가 더욱 그러하다. 개별자의 절망과 생활자의 애환이 담긴 이 시집은 시인이 살아온 세월의 강물에 띄워 보내는 간절한 연등과도 같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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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그물
ㅣ
푸른사상 시선 10
조항록
(지은이) |
푸른사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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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속에는 속도가 들끓는다. 그 속도는 “사랑의 속도가 아니라/낯선 풍경이 어디론가 데려가는 질주의 생활”에서 비롯된다. 자본을 좇아 맹렬하게 질주하는 현재의 “쾌속”은 동반과 소통에 기여하기보다 분열과 단절을 조장하는 데 더욱 골몰한다. 암묵적 대세를 등에 업은 속도가 개인의 삶을 압도할 때, 개인은 ‘무명자(無名者)’ 혹은, 순 욕망을 거세당한 ‘욕망 실패자’로서의 본분을 뼈저리게 앓는다. 이 극복 불능의 시간 속에 그가 살고 그의 시가 존재한다. 그는 속도의 요구에 부역한 ‘강제 질주자’이며 따라서, 욕망 실패자이다. 그의 이번 시집은 그것에 대한 회한과 자기부정의 한 정수(精髓)로 읽힌다. 어제와 오늘이 다름없고 내일 또한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예언할 때, 요지부동의 일상을 무명자로 살아내기란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가 세월에 대한 회한과 분노로만 끝나지 않은 것은 바로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그토록 환멸하는 일상의 나날들이 그에게 준 선물 같은 것이다. 그는 “아무도 말 걸지 않는 불굴의 가장”으로서 “성실한 복사와 표절의 생애”를 묵묵히 수행한다. 그는 “라이프아파트” 곧 인생아파트(!)에 사는 소박한 가장이며, 성(聖) 가족을 위해 날마다 바다로 나가 그물을 던지는 굳센 가장이기도 하다.
14.
북극곰과 장미
정준영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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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팜 파탈도 뷰티도 아닌, 그래서 더더욱 절망하는 한 여성(시인)의 자기 소명서이다. 고단한 삶의 관계망에 얽힌 내적 편린들… 말하자면 좌충우돌의 자초지종인 셈인데, 그는 왜 묻지도 않을 법한 글을 불쑥(!) 내밀었을까. 아마 마음 한구석에 도사린 상처가 깊거나 어떤 소문이 만들어낸 피해의식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거북한 것을 삼켜야 하는 목젖 같은 것 말이다. 그 목젖은 나도 당신도 가지고 있다. 다만 삼키지 않을 뿐. 그는 ‘4차원’이다. 그는 엉뚱할 뿐만 아니라 천진하다. 그는 노회한 침묵의 표정을 견디지 못하고 풍자의 음험한 연대를 감당하지 못한다. ‘곧이곧대로’의 미덕과 악덕으로 자기 앞에 놓인 세월을 용감하게 가로질러 갈 뿐이다.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오로지 사랑받고자 하는 이 천진한 독재자를 어찌하나. 그에게서 잠언적 교시를 기대하는 독자는 어이없이 실패하고 만다. 그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싶다. 5월이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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