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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름: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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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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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완전한 구원
ㅣ
리더스원 큰글자도서
에단 호크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
다산책방
| 2025년 1월
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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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의 소년들 중에도 제일 여렸던 그 아이가 책상에 쿵 올라서던 순간을 기억한다. 제발 무사히 어른이 되어줘. 나는 객석에서 소리 없이 빌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의 기원은 응답을 얻고도 남았으니, 알고 보니 에단 호크는 평생 자라는 유형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작품, 관계, 성취, 무엇보다 실패를 통해 자신을 교육하고, 마침내 그 체험을 허구의 ‘이야기’로 만들어냄으로써 삶의 주권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그는 호러 영화에서도 “나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일인칭의 배우다. 〈비포 선라이즈〉의 수다쟁이 배낭여행자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놀라지 않겠지만 『완전한 구원』의 주인공은 수다스럽다. 세상을 향한 사랑은 물론 반성과 허영까지 몽땅 고백하고자 해서다. 정직함에 다가가기 위한 말의 폭포를 환영하는 독자에게, 무대 뒤 예술가들의 신랄한 통찰과 투쟁을 궁금해하는 관객에게, 『완전한 구원』은 사랑스러울 것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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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 노트 · L홀더 (마음산책 도서 구매 시)
[큰글자도서] 정확한 사랑의 실험
ㅣ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신형철
(지은이) |
마음산책
| 2024년 11월
2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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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지난 몇 해 동안 영화 잡지 기자로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신형철에게 영화에 대한 원고를 청해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내러티브 비평이란 고작해야 “영화의 줄거리와 메시지에 붙이는 자의적 코멘트”라는 인식을, 신형철의 글은 차곡차곡 뒤엎었다. 청탁한 날부터 고대한 그 광경을, 나는 질투를 누르며 바라보았다. 신형철의 영화 서사론을 읽는 나의 즐거움은 희미한 유대감으로 배가됐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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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셋> 포스터(랜덤발송)
완전한 구원
에단 호크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
다산책방
| 2024년 9월
17,000
원 →
15,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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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의 소년들 중에도 제일 여렸던 그 아이가 책상에 쿵 올라서던 순간을 기억한다. 제발 무사히 어른이 되어줘. 나는 객석에서 소리 없이 빌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의 기원은 응답을 얻고도 남았으니, 알고 보니 에단 호크는 평생 자라는 유형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작품, 관계, 성취, 무엇보다 실패를 통해 자신을 교육하고, 마침내 그 체험을 허구의 ‘이야기’로 만들어냄으로써 삶의 주권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그는 호러 영화에서도 “나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일인칭의 배우다. 〈비포 선라이즈〉의 수다쟁이 배낭여행자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놀라지 않겠지만 『완전한 구원』의 주인공은 수다스럽다. 세상을 향한 사랑은 물론 반성과 허영까지 몽땅 고백하고자 해서다. 정직함에 다가가기 위한 말의 폭포를 환영하는 독자에게, 무대 뒤 예술가들의 신랄한 통찰과 투쟁을 궁금해하는 관객에게, 『완전한 구원』은 사랑스러울 것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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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송경원
(지은이) |
바다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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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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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라는 호칭을 부담스러워하는 영화기자가 있는가 하면, 평론가의 정체성과 규율을 지키며 과로하는 영화기자도 있다. 키오스크 주문에 쫓기는 햄버거 가게 점원과 비슷한 처지인 주간지 기자로서 후자가 되기란 지극히 힘든데, 송경원은 긴 시간 그렇게 일해왔다. 동시에 잡지쟁이의 DNA도 만만치 않아서, 거대이론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수행한 인터뷰와 자료, 동시대 동료들의 견해를 징검돌 삼아 글을 쓴다. 저자는 자기를 비관적인 사람이라 소개하지만 나는 그 말을 절반만 믿는다. 비관주의자는 극장의 미래나 시네마의 운명을 송경원처럼 진지하게 근심하지 않을 테니까. 극장의 불이 꺼질 때마다 자신이 비관주의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진 않을 테니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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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 노트 · L홀더 (마음산책 도서 구매 시)
정확한 사랑의 실험 (10주년 기념 특별판, 양장)
Choice
신형철
(지은이) |
마음산책
| 2024년 8월
17,000
원 →
15,3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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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지난 몇 해 동안 영화 잡지 기자로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신형철에게 영화에 대한 원고를 청해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내러티브 비평이란 고작해야 “영화의 줄거리와 메시지에 붙이는 자의적 코멘트”라는 인식을, 신형철의 글은 차곡차곡 뒤엎었다. 청탁한 날부터 고대한 그 광경을, 나는 질투를 누르며 바라보았다. 신형철의 영화 서사론을 읽는 나의 즐거움은 희미한 유대감으로 배가됐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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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송경원
(지은이) |
바다출판사
| 2024년 5월
17,800
원 →
16,0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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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라는 호칭을 부담스러워하는 영화기자가 있는가 하면, 평론가의 정체성과 규율을 지키며 과로하는 영화기자도 있다. 키오스크 주문에 쫓기는 햄버거 가게 점원과 비슷한 처지인 주간지 기자로서 후자가 되기란 지극히 힘든데, 송경원은 긴 시간 그렇게 일해왔다. 동시에 잡지쟁이의 DNA도 만만치 않아서, 거대이론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수행한 인터뷰와 자료, 동시대 동료들의 견해를 징검돌 삼아 글을 쓴다. 저자는 자기를 비관적인 사람이라 소개하지만 나는 그 말을 절반만 믿는다. 비관주의자는 극장의 미래나 시네마의 운명을 송경원처럼 진지하게 근심하지 않을 테니까. 극장의 불이 꺼질 때마다 자신이 비관주의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진 않을 테니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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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로고 머그 · 플립 노트 (대상 도서 구매 시)
위험을 향해 달리다
- 기억과 대면한 기록들
세라 폴리
(지은이),
이재경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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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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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에 따르면, 배우란 자기가 택한 예술의 실제에 대해 매우 과묵하거나 말해도 소용없다고 체념한 사람들이다. 이 책을 애지중지하게 되는 이유다. 세라 폴리가 ‘거울 나라의 앨리스’로 살았던 10대의 한 시기를 회고한 첫 글 〈앨리스, 무너지다〉를 읽으며 나는 좋아하는 배우들에게 이 책을 당장 선물하지 못해 안달하는 마음을 몇 번이고 꾹 눌러야 했다. 붕괴하고 잉태하고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여섯 편의 에세이들은 속도감 있게 읽혔지만 나는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장면’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짧지 않은, 내가 아는 저자의 재능 목록에 한 줄을 더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찍지 않고도 ‘영화’를 보게 하는 능력.”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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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없다
-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정혜승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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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록광 정혜승 작가가 10·29 이태원 참사 이래 연쇄적으로 맞닥뜨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에 대해 기록을 넘어 원인과 해법까지 헤아리고자 ‘폭주’한 결과다. 어찌 보면 정혜승 작가 안의 정혜승 기자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긴 기획 기사로 보이기도 한다. 책의 문체는 저널리즘의 건조한 그것이지만 나는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내내 2022년 10월 29일 밤의 위협적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있었다고 느낀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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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토킹
미리엄 테이브스
(지은이),
박산호
(옮긴이) |
은행나무
| 2023년 5월
1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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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의 시타델로부터 탈주하던 여자들도, 사막에서 기수를 돌리기 전 오나와 살로메, 마리케처럼 밤새 토론하지 않았을까? 〈위민 토킹〉을 영화로 먼저 접했을 때 가장 큰 놀라움은 극중 사건이 19세기가 아닌 21세기의 실화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메노파 신자 여성들이 집단 강간을 용인한 그들의 공동체를 떠날지 남아서 싸울지를 논의한 기록인 이 책을 천천히 넘기는 동안, 우리 사이의 거리는 훌쩍 좁혀졌다. 그들이 당하는 이례적 폭력에 나머지 세계의 일반 모순이 증류된 형태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노파 여성들은 사회구성원과 재화를 몸이 닳도록 생산하지만 교육과 재산권에서 배제되고, 피해자임에도 죄책감과 용서를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여자들은 복수 방법이 아니라 “우리와 다음 세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이 온당한가?”를 놓고 문답법을 밀어붙인다. 멋진 점은 그들이 연령과 입장, 기질 차를 끌어안은 채 공동의 내일을 준비한다는 사실이고 그중에서도 제일 멋진 점은 여자들이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관계를 살피고 타자를 보살피는 여성들은 ‘근심의 예술가’일 뿐 아니라 토론의 예술가도 될 수 있다.
10.
미리보기
<급류>, <대온실 수리 보고서> 미니 러그 (오늘의 한국문학 도서 2종 이상 구매)
사랑의 꿈
Choice
손보미
(지은이)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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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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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꿈』에 묶인 소설 속 아이들은 꽤나 큰일을 당하며 살아남는다. 그들은 버림받고 (자진해서) 납치당하고 부모의 결별에 하릴없이 동행한다. 불장난에 한철 중독되고 ‘허언증’ 있는 생판 남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돌아보건대 이 위험천만한 사건들은 보편적 경험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 일들이 파국이나 구원으로 귀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잊었을 뿐이다. 손보미는 결과로 종합되지 않은 조짐들에 대하여, 서로를 상쇄하며 유야무야된 허다한 모순에 관해 집요하게 쓴다. 머지않아 착각으로 판명될지언정 생이 초점거리 안으로 들어와 명료해지는 드문 찰나에 바로 소설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듯이. 이렇다 할 야심이 없어 보이는 손보미 소설의 야심은 독자를 움찔하게 한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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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조금 달라지겠습니다
- 한민용이 전하는 희망의 기록
한민용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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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차별에 영향 받지 않는 주류의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던 한국 사회이 낭떠러지를 더듬을 수 있게 해준다.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라는 고풍스러운 대명제를 잊지 않으면서도, 모순의 가장 구체적 얼굴을 찾아다닌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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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슬리브 (한강 출간작 포함국내도서 3만원 이상)
[큰글자도서] 바람이 분다, 가라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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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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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는 집요한 ‘탐정’이 이끄는 미스터리이자, 두 여자가 나눈 사랑의 역사다. 풀잎 같은 인물들이 피 흘리며 전투를 벌이는 이 이야기의 동력은, 타인의 삶이 그린 궤적에 자신의 그것을 포개어 놓으려는 우리 안의 이상한 갈망이다. 여러 시제의 기억과 사색을 그러모은 다음 산산이 흩뿌리는 한강의 문체는 전에 없이 안으로부터 파열하려는 욕망으로 떨려 읽는 이의 몸을 긴장시킨다. 김혜리(『씨네21』 기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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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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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용어를 검색하며 책장을 넘길 줄 알았는데 어째 자세가 슬금슬금 무너지더니 급기야 침대에 올라가 단숨에 읽었다. 태양계 모형처럼 늘어놓은 귤을 하나씩 까먹으며.?천문학이 인간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 끈질기게 생각해온 것이 분명한?저자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를 사랑한다. 달 크레이터 풍화에 관한?논문을 쓰는가 하면, 제목에 달이 들어간 영화도 꼼꼼히 뜯어본다. 교양 과목 ‘우주의 이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이메일에 성실한 답신을 보내고 여성 우주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지적한다. 근사한 노을에 감동한 날이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소행성에서 일몰을 연달아 보려면 의자를 어떻게 옮기면 되는지 계산도 한다. 그리하여 심채경의 에세이는 우리를 두 종류의 우주로 안내한다. 하나는 천체들이 길을 가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의 소리 없이 분주한 일상이다. 어느 쪽이 더 흥미로운 지 측량하긴 쉽지 않다. 일기 쓰는 천문학자의 시야 넓고 보폭 정확한 글을 읽으며 확신이 들었다. 일이 세상을 만든다면 우리에겐 직업에 관한 더 많은 글이 필요하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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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Choice
심채경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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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용어를 검색하며 책장을 넘길 줄 알았는데 어째 자세가 슬금슬금 무너지더니 급기야 침대에 올라가 단숨에 읽었다. 태양계 모형처럼 늘어놓은 귤을 하나씩 까먹으며. 천문학이 인간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 끈질기게 생각해온 것이 분명한 저자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를 사랑한다. 달 크레이터 풍화에 관한 논문을 쓰는가 하면, 제목에 달이 들어간 영화도 꼼꼼히 뜯어본다. 교양 과목 ‘우주의 이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이메일에 성실한 답신을 보내고 여성 우주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지적한다. 근사한 노을에 감동한 날이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소행성에서 일몰을 연달아 보려면 의자를 어떻게 옮기면 되는지 계산도 한다. 그리하여 심채경의 에세이는 우리를 두 종류의 우주로 안내한다. 하나는 천체들이 길을 가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의 소리 없이 분주한 일상이다. 어느 쪽이 더 흥미로운 지 측량하긴 쉽지 않다. 일기 쓰는 천문학자의 시야 넓고 보폭 정확한 글을 읽으며 확신이 들었다. 일이 세상을 만든다면 우리에겐 직업에 관한 더 많은 글이 필요하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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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만화 소식 (매주 업데이트) + 키캡 키링
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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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
,
정이용
(지은이)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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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과 정이용은 누구 하나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금씩 몸을 기울여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다. 『진, 진』의 젊은 진아는 한발만 디디면 사회적 안전망이 끊긴 구역으로 실족할 듯하고, 중년의 수진은 연애를 해도 가족이 늘어도 혼자일 뿐임을 절감한다. 두 여자는 고시원 방처럼 협소한 그림칸 안에서 몇번째인지 모를 삶의 위기를 끌어안고 연신 돌아눕는다. 카타르시스에 인색한 편인 두 작가는 주인공들에게 해방이나 대오각성을 베풀지 않는다. 어찌어찌 뒤척이고 부딪히다보면 또 한고비 넘어가 있는 것이 삶이라고 여겨서다. 『진, 진』의 묘(妙)는, 각자의 스토리를 살아낸 수진과 진아가 서로를 내내 도운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 내 경우엔 진아와 수진이 극중에서 조우할까 잠시 궁금해하다가 부질없게 느껴져 그만뒀다. 첫째, 둘의 곤경이 동시대 보편적 고민으로 보여서고, 둘째 만약 한명의 진이 낙심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다른 진이 본다면 반드시 부축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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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 노트 · L홀더 (마음산책 도서 구매 시)
아녜스 바르다의 말
- 삶이 작품이 된 예술가, 집요한 낙관주의자의 인터뷰
ㅣ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Choice
아녜스 바르다
(지은이),
제퍼슨 클라인
(엮은이),
오세인
(옮긴이) |
마음산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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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 바르다하고는 세 번 사랑에 빠졌다. <방랑자>가 최초였다. 시체로 시작하는 이 이상한 여행기는 영화 안에서 생은 죽음으로, 서사의 종결로도 끝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설령 내가 평생 방랑만 하다 더러운 신발을 신은 채 죽는다 해도 영화는 거기서 의미를 볼 수 있었다! 극장에서 뒤늦게 관람한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가 두 번째 매혹이었다. 이 작품과 바르다의 초기작들로 인해, 누벨바그라는 영화사적 사건은 비로소 내게 사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정작 영화기자로 취직한 다음 한동안 바르다는 책 속 거장의 이름이 되어갔다. 그러고는, 똑똑. 경이로운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가 문을 두드렸다. 21세기의 아녜스 바르다는 시네마로 쓰는 에세이의 정점에 도달해 느긋이 머물렀다.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과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 이어지는 바람에 나의 세 번째 사랑은 끊길 틈이 없었다. 1962년부터 2017년까지 이뤄진 스무 편의 바르다 감독 인터뷰를 모은 이 책이 나를 질투심으로 괴롭힌 것도 놀랍지 않다. 특히 그의 모국어로 진행한 예술가의 인터뷰에는 대화의 깊이와 별개로 드러나는 체취와 결이 있기 마련이다. 오래 동경해 왔지만 책을 덮은 이제야 그의 영화사 시네타마리스의 현관을 열고 들어간 기분이 드는 이유다. 때로 내용이 겹치고 숫자가 오락가락하기도 하는 이 인터뷰들을 따라 나선형으로 걷다 보면 당신도 히치하이커를 지나치지 못하는 운전자, 존경받지만 투자는 못 받는 감독, 여성영화의 생동하는 정의, 장난기 넘치는 만담꾼을 만나고 포옹하게 될 것이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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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서사음 에디션)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
,
황선우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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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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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와 황선우의 현재는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독립 10년차 무렵부터, 나는 친구와 '우리 집'을 소유하고 함께 사는 생활을 그리기 시작했다. 계획에 그쳤지만 실제로 도모하기도 했다. 동거가 독거보다 경제적이고 편리하리라는 셈 때문은 아니었다. 편하기로는 혼자가 최고다. 그러나 나는 더 성장하기 위해, 신뢰하는 타인만이 줄 수 있는 적당한 긴장과 협상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 김하나가 쓴 대로, 사람의 변화에서 중요한 변수는 누구와 함께 사느냐, 또 어디에 사느냐다. 삶을 그나마 '견디는' 법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 무성한 가운데, "우리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또박또박 명세서를 열어 보이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아직 그들만 한 행운을 만나지 못한 1인 세대주에게는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듀엣 응원가다. 게다가 두 여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다부지고 청량한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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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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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
황선우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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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와 황선우의 현재는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독립 10년차 무렵부터, 나는 친구와 ‘우리 집’을 소유하고 함께 사는 생활을 그리기 시작했다. 계획에 그쳤지만 실제로 도모하기도 했다. 동거가 독거보다 경제적이고 편리하리라는 셈 때문은 아니었다. 편하기로는 혼자가 최고다. 그러나 나는 더 성장하기 위해, 신뢰하는 타인만이 줄 수 있는 적당한 긴장과 협상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 김하나가 쓴 대로, 사람의 변화에서 중요한 변수는 누구와 함께 사느냐, 또 어디에 사느냐다. 삶을 그나마 ‘견디는’ 법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 무성한 가운데, “우리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또박또박 명세서를 열어 보이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아직 그들만 한 행운을 만나지 못한 1인 세대주에게는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듀엣 응원가다. 게다가 두 여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다부지고 청량한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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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ㅣ
에디션 D(desire) 15
필립 지앙
(지은이),
장소미
(옮긴이) |
그책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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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는 강간범을 좇는 스릴러 서사와 나란히 미셸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스케치한다. 친구인 동업자 안나를 제외하면 그녀 주변의 모든 인물이 미셸을 저어하면서도 그녀의 경제력과 권위에 의존하고 있다. 전남편, 생활력 없는 아들과 뻔뻔한 그의 여자친구, 실속 없는 연애와 성형에 빠진 어머니, 둔감한 불륜 상대 등은 하나같이 미셸의 눈에 한심 무인지경이지만 미셸은 자신이 주재하는 영역에서 그들이 이탈하기를 원치 않는다. 모두를 초대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고양이처럼 집 곳곳을 누비며 상대에 따라 유혹하고 공격하고 경악시키는 미셸은 거의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엘르」의 대다수 주변 인물들은 미셸에게 짐이자 필요한 존재이고 이 극점에 가장 최근 그녀의 자장(磁場)에 뛰어든 강간범이 있다. 미셸은 성폭행의 피해자로서 범인을 법과 물리력으로 처단하는 데에 무관심하다. 대신 성폭력 안으로 들어가 폭력적 성의 주도권을 탈취하는 쪽을 택한다. - <씨네21>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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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 잘해야만 했고 버텨야만 했던 나를 구하는 법
이종범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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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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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은 어디선가 들었던 충고를 반복하지 않는 조언자다. 꿈은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지, 문제는 당장 직면하는 것만이 상책인지, 스스로 뚜벅뚜벅 통과한 시간에 비추어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의 주관은 감탄스런 자기객관화 능력으로 뒷받침된다. 어쩌면 한 사태를 다양한 앵글로 볼 수 있는 눈이, 그를 만화가로 만들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지경이다. 특히 인간 심리의 덕후이자 학습 성애자인 필자가 창작 지망생들에게 구체적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열렬히 설명하는 글은 최상의 해상도를 자랑한다.『그래, 잠시만 도망가자』는 잠깐씩 도망칠지언정 대체로 정성껏 사는 성실한 쾌락주의자의 수첩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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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은이),
송태욱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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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침묵을 경청해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도 그랬다. 가늠조차 못할 이유로 남편을 잃어버린 유미코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검고 긴 옷으로 몸을 감싼 그 여자의 혼잣말과 인생을 향해 던졌을 힐문들을 오랫동안 상상했다. 영화를 먼저 접한 한국 독자에게 소설 「환상의 빛」은 뒤늦게 도착한 유미코의 편지다. 하지만 그것은 서러운 독백도, 죽은 남편을 그리는 ‘미망인’의 연서도 아니다. 유미코의 수취인은 차라리 신(神)이다. 쓴다는 행위를 통해 버틴, 기도에 가까운 문체의 이 소설은 두려운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인간은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죽고 싶어서 죽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생의 무도한 불가해함은 가혹한 허방인 동시에 매일 몸을 일으켜 다시 살게 만드는 요염한 신기루-환상의 빛이라는 것.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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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Choice
신형철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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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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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해 동안 영화잡지 기자로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신형철에게 영화에 대한 원고를 청해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내러티브 비평이란 고작해야 “영화의 줄거리와 메시지에 붙이는 자의적 코멘트”라는 인식을, 신형철의 글은 차곡차곡 뒤엎었다. 청탁한 날부터 고대한 그 광경을, 나는 질투를 누르며 바라보았다. 신형철의 영화서사론을 읽는 나의 즐거움은 희미한 유대감으로 배가됐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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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감상법
주성철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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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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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은 관객이 방금 본 영화에 대해 자신 혹은 타인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완결된다. 아니, 어쩌면 영화 자체가 잠정적으로 완성되는 자리도 거기다. 영화라는 시청각 체험, 미디어 현상으로부터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화제들을 곧장 목차로 옮겨온 이 책은 따라서, 일종의 사례집이다. ‘시네마가 무엇인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우리가 영화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대화하면 더 즐거운 관객이 될 수 있을지 시범을 보이는 책이다. 주성철 기자는 언제나처럼 문장을 위한 문장은 쓰지 않는다. 무덤덤한 척 사실을 기술(記述)하는 행간에 시침 뚝 떼고 묻어놓는 특유의 유머도 여전하다. 음악으로 치면 2박자 폴카의 호흡으로 착착 읽어나가면 된다. 독자는 이 책을 징검돌로 참조한 다음, 자기만의 영화 개론서 목차를 짜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랬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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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그리다
- 올드독 작가 정우열과 반려견 소리 그리고 풋코의 동고동락 10년
정우열
(지은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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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면, 개를 그리게 된다.” 정우열 작가의 이 간단한 문장이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책이 태어나게 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위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일찍이 동의한 바 있다. “눈이 아름다운 것을 보면, 손은 그것을 그리고자 한다.” 유의할 점이 있다면, 이 책에 묶인 만화와 사진들은 소리와 풋코, 두 마리 귀여운 와이어폭스테리어의 앨범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된 생활양식으로서 개와 사람의 동거를 기록한 일기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동물의 반려를 통해서만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낙과 조용한 각성,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눈높이가 포함된다. 내가 볼 때 정우열 작가는 개를 귀여워한다기보다 흠모한다. 그들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인이 아니라 룸메이트로서 개들과 안정적으로 더 잘 사는 법이 무엇일까 궁리한다. 사람이 동물과 함께 행복해질 방도를 심각히 고민하기 시작할 때 얼마나 많은 사회적 이슈와 ‘철학적’ 결단이 끌려 들어오는지 《개를 그리다》를 읽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개를 그리다》의 몇몇 페이지는 사진으로 구성된 네 컷 만화처럼 보인다. 온통 까만 동자로 채워진 폭스테리어 소리와 풋코의 단추 같은 눈은 (의인화할 만한) 감정과 생각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표정을 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귀와 다리와 꼬리이고 두 마리를 둘러싼 자연과 살림살이들이며 정우열의 카메라는 그것을 능란히 잡아낸다. 말미의 부록으로 실린 극화 <방문>은 이 작가의 맑은 소년다움을 버티고 있는 경험의 더께와 다른 문체를 엿보게 하는, 짧지만 강렬한 추신이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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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좋은 날
-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전망 없는 밤을 위한 명랑독서기
이다혜
(지은이)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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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가 내 기사의 편집을 담당하는 주의 마감은 유난히 조마조마하다. 그녀는 100% 진심으로 원고가 재미있을 때만 재미있다고 말한다. 《책읽기 좋은날》은 그런 미더운 깍쟁이가 엄정한 눈으로 고른 책들이 꽂힌 서가다. 이 책에 묶인 칼럼들이 패스트푸드 식당 주방 같은 주간지 편집실의 북새통에서 태어났음을 아는 독자로서, 매주 쓰는 서평을 평이한 문장으로 열지 않기 위해 어떤 크기의 열정이 필요한지 아는 동업자로서 읽는 동안 부러웠다. 수고롭게 쓰고도 읽는 이에겐 더없이 경쾌한 풋워크로 다가가는 솜씨가, 글의 길이에 맞는 문장의 그루브를 낚아채는 랩퍼 같은 감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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