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은 우선 그 대단한 원고 분량만으로도 읽는 이를 질리게 한다. 그러나 첫 장을 여는 순간, 독자는 재미에 질려 버리고, 충격과 감동에 질려 버린다. 미야베 미유키가 만들어 놓은 모든 장치들에 꼼짝없이 걸려들어 기분 좋게 바둥거리게 된다. 그 작은 체구의 여자 작가 손에 꼼짝없이 잡혔다가, 이리저리 흔들렸다가, 롤러코스트를 타듯 허공으로 내던져지고, 빙글빙글 돌다가, 마지막 순간에 간신히 풀려나는 그 기분이, 가히 하늘을 찌를 듯 경이롭고, 행복하다.
이런 식으로 작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기쁨은, 언제든, 어느때든, 대 환영이 아닐 수 없다!
+더보기
원고지 6천매가 넘는 분량, 잡지에 5년간 연재되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의 마지막 장을 이제 막 덮었다. 띠지의 일본 아마존 서평 발췌에 나온 것처럼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모방범'의 의미가 밝혀지는 마지막 50여페이지의 전율!' 은 그야말로 기대이상이다. 한가지 사건.을 이렇게나 긴 호흡으로 쓰면서 꽉 짜인 플롯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 1600여페이지의 소설의 모든 이야기들과 인물들이 독자에게 한꺼번에 덮치듯이 몰려오게 한다. 이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의 시각적 장점과(미야베 미유키의 글을 읽으면, 그 디테일에 그 장소와 사건이 눈앞에 펼쳐지는듯 하다.그것은 배경이나 사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 속에도 해당하는 말이다.등장인물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장치에 노련한 작가이다. ) '글' 이 가질 수 있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의 장점을 동시에 지닌 희귀한 책이다.
+더보기
한권도 무지막지한 두께인데 세권이나 있어서 읽는데 오래 걸리려니, 싶었는데 예상외로 읽히는 속도가 너무 빨라 스스로가 당황해 앞부분을 다시 뒤적거릴 정도다.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가독성에 따라 문학적 가치가 판단 되는가, 란 명제에 섣불리 답안을 낼 수가 없다. 이만한 스토리 텔링을 구사할줄 아는 작가를 어찌 단순한 글쟁이라 할 수 있을까. 사건 발생과 해결 과정이라는, 정석의 기승전결을 답습하고 있다 하더라도 호흡이 끊기지 않고 일관성과 냉철함을 유지하며 꼼꼼하게 글을 쓰는 작가의 자세가 보여져와 그 내공에 깊은 인상과 감명을 받았다. 결말을 빨리 알고 싶어 안달복달 하는 독자 앞에서도 한결 흐트러짐 없고, 오히려 더 촘촘히, 빠진 부분 없이 읽는 대상을 독려하며 차분히 이야기를 끝까지 풀어 나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완성도에 있어서도 일정 수준을 달성 했다고 보여진다.
+더보기
미야베 미유키의 주특기가 사회파 미스터리이고, 그중에서도 <모방범>은 대표작으로 꼽힌다 하여 나는 이 작품이 온통 '사회' '사회' '사회' '사회' '비판' '비판' '비판' '비판' 으로 가득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거 웬걸,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소설 아닌가. 등장인물이 뭐 이렇게 많은지, 그리고 각자들 사연은 뭐 이렇게 깨알같이 갖고 있나.
하지만 자꾸만 읽어나갈 수록 이 점이 바로 <모방범>의, 미야베 미유키의 큰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 혹은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까지 소홀히 하지 않고 전부 품어줄 수 있는 큰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닐까. 아무리 책 속에서 일어나는 허구의 이야기라지만, 재미만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작가가 아니군! 그리고 영화 <화차> 감독 GV 때 변영주 감독님이 하신 말씀도 생각났다. 범죄는 어디 구석진 으슥한 데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 일상적인 장소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이렇게 보면 [피해자 + 가해자 + 사건의 전모]만이 진실의 전부는 아닐 터. 그야말로 '장대한 인간 드라마'라는 설명이 딱 어울렸달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