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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운명이 있다는 걸 믿는 편입니다. 2020년 처음 책이 나올 당시 김하나 작가님은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를 진행하고 있었고, 지금은 황선우 작가님과 함께 팟캐스트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만들고 있습니다. 출간된 지 햇수로 세 번째 해를 지나며 <말하기를 말하기>는 시작과는 또 다른 얼굴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책, 그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요. “좋은 것들에 대해 천천히, 오래오래 말하고 싶다”는 작가의 옆에 이 책이 늘 함께하리라 믿습니다.
_ 편집자 배윤영
<말하기를 말하기>에 담긴 김하나 작가님의 섬세한 고민과 해결의 기록은 말하기가 어려운 저에게 유익한 간섭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서툴게 전한 말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말들이 떠올라 자주 후회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이 읽고 듣고 쓰고 ― 제대로 목소리를 내자는 건강한 권유를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조여봅니다. 기존 표지는 차분하고 의젓하게 읽고 말하는 모습을 담았는데요, 이번 한정판 작업에선 이윤희 작가님의 그림 중 귀여움이 ‘냥냥’한 그림으로 분위기를 전환해보았습니다. 또한 단단한 양장본으로 제작했으니 오래 곁에 두고 목소리가 작아지려 할 때 꺼내어 보는 든든한 응원군이 되길 바랍니다.
_ 디자이너 최윤미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마음을 열려는 태도다. 미리 재단하려는 마음 없이. 여기서 세계를 파악하는 두 태도의 차이를 읽을 수 있다. 즉 세계를 화분들의 집합으로 파악하느냐, 아니면 하나의 거대한 숲으로 이해하느냐. 좁은 화분을 벗어나 울창한 숲속으로 나아가려면 우선 내 마음이라는 화분부터 깨버려야 할 것이다.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된다는 건 내게 그런 의미였다. (P. 56)
여러 조건이 잘 맞으면 이야기는 자연스레 생겨나고 사이를 오가게 된다. “어디, 자네도 얘기 한번 해보게” 한다고 해서 소통이 일어나는 게 결코 아니다. 빛과 온도와 습도가 잘 맞으면 흙속의 씨앗들이 너도나도 싹트듯이, 편안하고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이야기꽃’이라는 표현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P. 138~139)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는 참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이런 침묵은 몇몇 가깝고 특별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한 형태다. 함께 나눈 수많은 대화와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의 결과로, 우리 사이에는 실핏줄을 닮은 무언의 통로 같은 것이 생겨나 있다. 적어도 서로를 오해하지 않으리라는 신뢰와, 무언가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거기 있음을 안다. (P. 167)
나는 마이크 앞에 선 여자가 더 많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자, 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질병을 앓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마이크들을 더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읽고 쓰고 들어야겠지. 내게 마이크가 있는 한, 아니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더 많이 말하고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지금껏 들리지 않았던 수많은 목소리들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싶다. 한없이 내성적이었던 나에게 용기를 주셨던 분들처럼, 나도 편견 앞에 주눅든 많은 사람들에게 목소리 낼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네고 싶다. (P.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