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0일 : 7호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
김금희 작가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각자의 하루가 교차하는 연작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저는 김금희 작가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요, 특히 김금희 작가가 상상한 몇몇 아름다운 장면은 유독 마음이 힘든 날 문장을 기억해 다시 찾아 읽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최근엔 <경애의 마음>의 '경애는 비행,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들을 곱씹어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56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와 <복자에게>의 '하지만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라는 문장을 기억해냈습니다.)
세 번째 소설 <월계동月溪洞 옥주>에는 한자가 병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물결에 비친 '달'의 이미지와 함께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대학생 옥주가 맞이한 그 밤을 향해 함께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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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각자의 하루가 교차하는 연작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저는 김금희 작가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요, 특히 김금희 작가가 상상한 몇몇 아름다운 장면은 유독 마음이 힘든 날 문장을 기억해 다시 찾아 읽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최근엔 <경애의 마음>의 '경애는 비행,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들을 곱씹어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56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와 <복자에게>의 '하지만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라는 문장을 기억해냈습니다.)
세 번째 소설 <월계동月溪洞 옥주>에는 한자가 병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물결에 비친 '달'의 이미지와 함께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대학생 옥주가 맞이한 그 밤을 향해 함께 걷습니다. 기숙사에서 만난 자신의 중국어 '선생님' 예후이와 친해진 옥자는 예후이의 고향인 후난성 창사 근방 시골 마을로 여행을 떠납니다. 무리지어 함께 이곳을 방문한 친구들 사이엔 으레 그렇듯 갈등이 발생하고, 친구들은 각자의 이유로 예정보다 빠르게 돌아갑니다. 예후이에겐 고향의 호수가 가장 소중한 친구들에게만 꼭 보여주고 싶은 소중한 장소인데요, 결국 이 호수를 방문한 건 옥주와 예후이뿐입니다. 그리고 옥주는 그 호수를 봅니다.
둘은 호수를 향해 계속 걸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예후이가 말한 순간 옥주는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호수는 더이상 연마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세공된 금속처럼 빛나고 있었다. 세상의 어떤 것도 되비출 수 있을 것처럼. (135쪽)
옥주는 이 '호수'에 대한 기억으로 옥주 자신으로,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장면을 기억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각자 이 '호수'같은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옥주가 가장 옥주다워지는 그 순간에 대한 발췌와 함께 편지를 부칩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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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쪽: 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 흔하디흔한 사람으로.
Q :
첫 소설집 <이중 작가 초롱> 출간 후, 첫 한 달입니다. 2022년 11월을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합니다.
A :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기다리며 보내고 있습니다. 첫 책을 내고 일상에 큰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들뜨고 불안하고 집중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심호흡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소설에 대한 반응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독자분들의 평을 읽으며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2022년 11월은 똑같은 일상을 살지만 약간 발이 뜬 채로 감사함에 젖어 지낸 달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따뜻한 응원 속에서 잠시 위안을 얻고, 그 힘을 받아 다시금 글을 쓰는 것과 동시에 쓴 글에 대해 의심하는 ‘이중’의 시선을 발동시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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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첫 소설집 <이중 작가 초롱> 출간 후, 첫 한 달입니다. 2022년 11월을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합니다.
A :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기다리며 보내고 있습니다. 첫 책을 내고 일상에 큰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들뜨고 불안하고 집중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심호흡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소설에 대한 반응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독자분들의 평을 읽으며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2022년 11월은 똑같은 일상을 살지만 약간 발이 뜬 채로 감사함에 젖어 지낸 달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따뜻한 응원 속에서 잠시 위안을 얻고, 그 힘을 받아 다시금 글을 쓰는 것과 동시에 쓴 글에 대해 의심하는 ‘이중’의 시선을 발동시키려 합니다.
Q :
소설 '여자가 지하철 할 때'의 수진이 '오늘 집을 나와 한 일이 이십 분 동안 지하철을 탄 게 다라는 사실'을 깨닫는 마지막 장면 (152쪽)의 한 문장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설의 인물들은 대체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데요, 그 싸움의 바깥은 '이십 분의 지하철 타기'처럼 평온하고 일상적이라 이 싸움들이 은폐되곤 합니다. 그 가려진 싸움을 기어이 드러내는 소설이라 재미있었습니다.
A :
해당 소설뿐 아니라 소설집 전반에 걸친 핵심을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그런 인물을 좋아합니다. 겉은 평온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내면은 불타고 머리는 터질 듯 복잡한 사람들. 유형화하자면 내향적인 방식으로, 아무도 모르는 내적 원칙을 가지고 세상(외부)을 폭파할까, 나의 내부를 망가뜨릴까, 위태로운 경계에 있는 이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그들의 숨겨진 복잡성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이고 싶고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소설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는 인물도 그리고 싶습니다.
Q :
용기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중 작가가 된 초롱이 자신을 둘러싼 사이버불링의 정체를 알기 위해 문을 나서는 용기는 소설을 쓰는 용기, 합평에서 평가를 기다리는 용기와 결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아직 이미상의 소설을 만나지 못한 독자에게, 각자의 싸움터에서 각자의 일상을 이어나갈 독자에게 용감한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A :
독자에게 용감한 한 마디를 건네려면, 우선 저부터 용기를 끌어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용기가 되는 말을 열심히 생각해 나누어보면 이것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할 수 없다. 나는 부분이고 부분으로서 작은 시도를 해본다. 의미도 결과도 미래도 알 수 없지만(우선 같은 전장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나는 내가 믿는 걸 했다(안 했다면 내일 할 거다. 아니면 2023년 1월에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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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를 한 권에 모으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일반적인 소설집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여러 흥미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독자는 당대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세계를 가진 많은 작가들이 소개되어 ‘작가-작품-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이 일어나길 바라는 취지로 2021년 시작된 <트리플> 시리즈는 15권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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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를 한 권에 모으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일반적인 소설집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여러 흥미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독자는 당대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세계를 가진 많은 작가들이 소개되어 ‘작가-작품-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이 일어나길 바라는 취지로 2021년 시작된 <트리플> 시리즈는 15권을 맞았습니다.
<트리플> 시리즈를 출간한 작가는 박서련, 은모든, 배기정, 임국영, 장진영, 조우리, 정대건, 최진영, 신종원, 심너울, 윤치규, 민병훈, 최미래, 안윤, 이유리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입니다. 이후 출간 예정 작가는 양선형, 이서수, 김남숙, 임선우, 이주혜, 안보윤, 한정현, 조예은, 임솔아 등으로 풍성하고 아름다운 트리플을 계속해서 이루어나갈 예정입니다.
― 최금순 (자음과모음 마케팅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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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공 머리가 달린 어떤 존재가 볼링공에 숫자 5를 그리고 있는 표지화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젊은 작가로 소개되는 김홍의 신작은 이 이미지(김동규의 2017년작 <무게의 탄생2>가 표지화로 사용되었습니다.)에서 읽어나가 봅니다. 어느날 '본체'가 자신을 떠난 이후 내게선 눈물이 엉엉 흐르기 시작하고, 내가 울면 하늘에서도 비가 내립니다. '슬픔에서 시작된 기이한 모험'을 떠나는 열차에 탑승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은 오후에...
믿고 읽는 소설가가 추천하는, 소설가의 '첫'소설집 (과 고양이)를 함께 놓아봅니다. 정선임의 첫 소설집엔 심윤경, 조해진, 한유주 소설가가, 이주혜의 첫 소설집엔 김혜진이 추천의 말을 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