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2일 : 15호
판단을 유보한 채, 고증하고/번역한 이상의 시
무엇을 한국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 국적의 작가가 한국어로 쓴 문학이라면 한국문학이라고 분류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습니다. 일본 국적인 시인 사이토 마리코가 한국어로 쓴 시집(<단 하나의 눈송이>)은 어떨까요? 여기 한 권을 함께 놓아봅니다. 이상이 1931년부터 1932년까지 잡지 《조선과 건축》에 연재한 일본어 시를 엮은 <영원한 가설>이 김동희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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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한국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 국적의 작가가 한국어로 쓴 문학이라면 한국문학이라고 분류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습니다. 일본 국적인 시인 사이토 마리코가 한국어로 쓴 시집(<단 하나의 눈송이>)은 어떨까요? 여기 한 권을 함께 놓아봅니다. 이상이 1931년부터 1932년까지 잡지 《조선과 건축》에 연재한 일본어 시를 엮은 <영원한 가설>이 김동희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세로조판으로, 띄어쓰기 없이 서술된 원문과 나란히 놓인 한글 '번역'으로 1930년대 이상의 형식과 의미를 함께 살펴봅니다. 저는 71쪽에 실린 <광녀의 고백>이라는 시가 재미있었습니다. "여자는 물처럼 때때로 미쳐 날뛰는 일이 있다."는 문장을 읽으며 '이상'적으로 히죽 웃어봅니다. 굳이 이해되기를 원하지 않은 시인의 태도와 함께, 저도 '콧노래 같은 ADIEU'(79쪽)를 흥얼거리며 3월을 향해 ADIEU를 보내볼까 합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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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
나의 보조는 계속된다
언제까지나 나는 시체이고자 하면서 시체이지 않은 것인가
Q :
<초급 한국어>에서는 뉴욕, <중급 한국어>에서는 동해에 맞닿아 있는 도시로 강의실
공간이 달라집니다. 이 '시리즈 인 시리즈' 소설이 다시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이 시리즈에 대한 계획 및 앞으로의 출간 계획 등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앞으로도 저와 평행우주에 살고 있는 소설 속 ‘지혁’의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어요. 영화
<보이후드>처럼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시간을 담는 형식이고, 이 <한국어> 시리즈는 그에 알맞은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 사이에는 작품 안의 시간 기준으로 7년 정도의 시차
가 있으니, 아마도 이 오토픽션 세계관을 유지하는 다음 <한국어> 시리즈는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할 것 같아요. 대신 제목은 미리 정해두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처럼 <고급 한국어>는 아니지만, 다른 종류의 ‘한국어’가 될 거예요. 힌트를 조금 드리자면 더 자라난 제 ‘아이들’과 대학 밖의 공간을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책이 몇 권 더 나올 예정인데, 그중 가장 주요한 작업은 세 번째 소설집이 될 듯 합니다. 저는 지난 2~3년간 집중해서 이민자와 디아스포라를 다룬 단편들을 써 왔는데요, 이 결과물을 정리해서 하반기에 책으로 묶을 계획입니다. 하지만 ‘신을 웃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계획은 계획일 뿐이고, 저는 저의 일을 계속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매일 쓰는 것만이 제 유일한 계획이자 소망입니다.
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매일 쓰는 것만이 제 유일한 계획이자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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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작중 주인공의 첫 소설인 '체이싱 유'에 달린 악평을 곱씹는 장면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써야 할 이유보다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훨씬 많은데, 이 인물이 계속 '쓰기'를 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A :
작가는 쓰기를 즐기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괴로움과 쓰지 않는 괴로움 중에
후자가 더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쓰지 않는 괴로움’의 원천은 아마도 그에게 있
어 ‘쓰기=살기’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일 거예요. 쓰지 않으면 살지 않는 것처럼, 살
아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해도 소설 속 ‘지혁’은 계속 써야만
하는 사람, 살기 위해서 쓰기를 계속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책에 달
린 악플을 곱씹는 것 역시 일상 속 수많은 괴로움을 쓰기-살기의 동력으로 삼는 그의
생존 방식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Q :
주인공의 강의 계획서엔 결국 가장 '보수적인 작가와 작품'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셰익스
피어, 체호프 등 이 작가 리스트 중, 가장 먼저 계획서에 올리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가일지 궁금합니다.
A :
보수적이라는 표현을 다른 말로 바꾸면 ‘시간을 견뎌 낸’ 작가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이겠지요. 그중에서도 셰익스피어야말로
가장 오랜 시간을 견뎠으니 강의 계획서에 먼저 들어갈 자격이 있을 것 같고요, 제 개인적 취향으로는 하드보일드로 리얼리즘을 쓰는 작가들, 헤밍웨이나 카버 등이 뒤를 이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강의 계획서는 들어 있지만 소설에는 넣지 못한 여성 작가들의
이름도 호명하고 싶은데요. 메리 셸리, 플래너리 오코너, 어슐러 르 귄 같은 작가들도 그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
<초급 한국어>에서는 뉴욕, <중급 한국어>에서는 동해에 맞닿아 있는 도시로 강의실
공간이 달라집니다. 이 '시리즈 인 시리즈' 소설이 다시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이 시리즈에 대한 계획 및 앞으로의 출간 계획 등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앞으로도 저와 평행우주에 살고 있는 소설 속 ‘지혁’의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어요. 영화
<보이후드>처럼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시간을 담는 형식이고, 이 <한국어> 시리즈는 그에 알맞은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 사이에는 작품 안의 시간 기준으로 7년 정도의 시차
가 있으니, 아마도 이 오토픽션 세계관을 유지하는 다음 <한국어> 시리즈는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할 것 같아요. 대신 제목은 미리 정해두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처럼 <고급 한국어>는 아니지만, 다른 종류의 ‘한국어’가 될 거예요. 힌트를 조금 드리자면 더 자라난 제 ‘아이들’과 대학 밖의 공간을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책이 몇 권 더 나올 예정인데, 그중 가장 주요한 작업은 세 번째 소설집이 될 듯 합니다. 저는 지난 2~3년간 집중해서 이민자와 디아스포라를 다룬 단편들을 써 왔는데요, 이 결과물을 정리해서 하반기에 책으로 묶을 계획입니다. 하지만 ‘신을 웃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계획은 계획일 뿐이고, 저는 저의 일을 계속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매일 쓰는 것만이 제 유일한 계획이자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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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버즈'라는 음식을 아시나요? 저는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오리목에 붙어있는 고기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차이나타운에서나 구할 수 있는, 다소 희귀한 식재료라고 합니다.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의 자극적인 맛'인 마라탕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반면, 아직 어떤 식재료는 일반적인 한국인이 받아들이기엔 생경합니다. 이 나라에 잘 녹아드는 이주민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이주민의 경계처럼, 이 맛의 경계는 은근하고 완고합니다.
고즈넉이엔티는 스릴러, 미스터리, SF, 로맨스 등 장르소설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입니다. 자사의 대표적인 장르소설 브랜드인 <케이스릴러>는 현재 31종이 출간되어 작품의 절반 이상 영화, 드라마, 웹툰으로 계약되었으며,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 10여 나라에 수출되었습니다.
내가 나인 채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 한국소설 독자의 모험을 올해도 계속될 듯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의 윤정은 작가가 첫 소설로 얼룩 지우듯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세탁소를 그렸고, 피로한 채 길을 잃으면 도착할 수 있는 '환상서점'에서 당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서점주인의 낭독소리가 들려올 듯한 <환상서점> 역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2011년 한국에 와 문학을 공부한 조선족 작가 전춘화의 첫 소설집을 읽으며, 엄마 친구인 조선족 아줌마, 제 동기인 조선족 언니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습니다. <파친코> 등의 디아스포라 문학과 함께 읽고 싶은 소설집을 소개해 봅니다.
출판사는 지금 : 고즈넉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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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이엔티는 스릴러, 미스터리, SF, 로맨스 등 장르소설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입니다. 자사의 대표적인 장르소설 브랜드인 <케이스릴러>는 현재 31종이 출간되어 작품의 절반 이상 영화, 드라마, 웹툰으로 계약되었으며,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 10여 나라에 수출되었습니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제작사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소설 출판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우수한 영상 원작을 통해 출판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케이스릴러 작가 공모전 당선작 『행복배틀』은 <케이스릴러> 브랜드의 작품으로, 프랑스를 비롯 6개국에 수출되었습니다. 최상위 계층 부모들의 허황된 탐욕과 파멸을 밀도 높은 서스펜스로 풀어낸 『행복배틀』은 올해 상반기에 이엘, 손우현, 진서연, 차예련, 박효주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입니다.
- 고즈넉이엔티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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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