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2일 : 23호
<순이 삼촌> 현기영 대하소설
제주라는 섬에 대해 우리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1978년 <순이 삼촌>을 발표한 후 작가 현기영이 겪은 고초는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교과 과정으로 이 작품을 배울 수 있는 세대였는데요, 교과서로도 만날 수 있는, '청소년 권장 도서'의 작가가 소설을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잡혀가기도 하는 시대가 있었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1948년 제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관한 대하소설을 현기영이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작가의 필생의 역작이라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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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는 섬에 대해 우리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1978년 <순이 삼촌>을 발표한 후 작가 현기영이 겪은 고초는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교과 과정으로 이 작품을 배울 수 있는 세대였는데요, 교과서로도 만날 수 있는, '청소년 권장 도서'의 작가가 소설을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잡혀가기도 하는 시대가 있었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1948년 제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관한 대하소설을 현기영이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작가의 필생의 역작이라고 할 만합니다.
소설은 섬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입니다. 반역자, 범죄자의 자손으로 대대로 멸시받던 땅에서 태어나 가난에 익숙했던 사람들.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에 익숙해 있던 그들은 자신이 키우는 소나 말처럼 말이 없으면서도 깊고 굳센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1권 45쪽)고 묘사되는 말수가 적은 사람들이 배움에 젖어들며 새로운 삶을 말하는 이야기에 얼마나 매혹되었을지, 일제의 패망 이후 다시 싸워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얼마나 분했을지를 상상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김영갑갤러리에 놓인, 김영갑 작가가 쓴 '이어도의 꿈'에 대한 글을 떠올려봅기도 했습니다. '떠날 수 없어 마음에 이어도의 꿈을 키우던 이들', 제주 중산간을 일구던 그들을 생각하게 되는 묵직한 소설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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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쪽 : 검은 현무암의 해변에서 바위를 달군 열기가 해풍에 밀려오는데, 그 속에 아주 향기로운 냄새가 실려 있다. 해초를 햇볕에 말릴 때 생기는 요오드 냄새는 갯냄새 중에 가장 향기롭다. 기포 구멍이 숭숭 뚫린 널찍한 현무암 암반과 풀밭에 해녀들이 채취한 미역과 감태가 널려 햇볕에 꾸들꾸들 말라간다. 달구어진 바위와 돌이 창세의 맨 발바닥을 뜨겁게 지져댄다.
Q :
신작 시집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을 출간하며 진행한 미니 인터뷰에서 ‘시집을 읽으면서 울기보다는 웃어주시기를요’라고 독자께 인사하셨는데요, 웃을 일이 없는 이 계절하고 잘 어울리는 산뜻한 시집이라 즐거웠습니다. 이 산뜻한 정조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제임스 테이트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우스운 시를 좋아한다. 그러나 당신 가슴을 찢는 시를 더 좋아한다. 한 편의 시에서 이 둘을 다 쓸 수 있다면 그게 최고다. 초반에는 웃다가 끝에 가서는 눈물로 마감하는 것, 그게 최고다.” 저는 아직 그 경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바라는 게 있다면 시집을 읽다가 쿡, 하고 웃는 거예요. 누가 제 시를 읽고 울면(그런 경우는 잘 없지만요) 제가 사기를 친 기분이 드는데, 제 시를 읽고 웃으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건 아마 제가 생각하는 웃음은 슬픔보다 개념이 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를 읽고 웃는다면 그 과정에서 슬픔, 행복, 절망, 기쁨 등의 감정을 부지런하게 모두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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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신작 시집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을 출간하며 진행한 미니 인터뷰에서 ‘시집을 읽으면서 울기보다는 웃어주시기를요’라고 독자께 인사하셨는데요, 웃을 일이 없는 이 계절하고 잘 어울리는 산뜻한 시집이라 즐거웠습니다. 이 산뜻한 정조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제임스 테이트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우스운 시를 좋아한다. 그러나 당신 가슴을 찢는 시를 더 좋아한다. 한 편의 시에서 이 둘을 다 쓸 수 있다면 그게 최고다. 초반에는 웃다가 끝에 가서는 눈물로 마감하는 것, 그게 최고다.” 저는 아직 그 경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바라는 게 있다면 시집을 읽다가 쿡, 하고 웃는 거예요. 누가 제 시를 읽고 울면(그런 경우는 잘 없지만요) 제가 사기를 친 기분이 드는데, 제 시를 읽고 웃으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건 아마 제가 생각하는 웃음은 슬픔보다 개념이 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를 읽고 웃는다면 그 과정에서 슬픔, 행복, 절망, 기쁨 등의 감정을 부지런하게 모두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
<야망 없는 청소>라는 시가 재밌었습니다. ‘야망 없음’의 상태는 모래가 되는 책의 이미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소박하고 야망 없음’의 상태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
말씀해주신 것처럼 모래 서점의 책은 제목이 없어요. 모래에 쓸려 제목이 사라지고, 책 스스로도 이름이 지워지기를 바라죠. 어쩌면 그게 책의 가장 큰 야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서재에 꽂혀 있지 않고 모래사장에서 우연히 발견될 뿐인데, 따라서 원하는 책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요. 음, 도서관에서 책의 위치를 검색하고 서가에서 책을 찾을 때, 이따금 책이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나를 사냥하러 오고 있어...! (책의 비명) 그런데 모래 서점에서는 그저 모래사장에서 발에 치이는 책을 주워서 읽는 것만이 가능해요. 그게 제가 원하는 책과의 만남이고 소박하고 야망 없는 모습인 것 같아요.
Q :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처럼, 독자를 초대하고 싶은 서점이 있을까요? 현실 세계의 서점이든, 모래 서점 같은 공간이든 어디든 좋습니다.
A :
낙서 서점이요.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은 공간이에요. 친구와 책을 정해서 읽고, 낙서를 해서 교환하곤 해요.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 중 여러 편이 낙서에서 시작했어요. 저는 그냥 책의 가장자리에 낙서를 했을 뿐인데 친구가 재미있게 읽어주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낙서가 시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제 낙서보다 친구의 낙서가 훨씬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서점을 구상해봤어요. 같은 책이 딱 두 권씩 있는 거예요. 쌍둥이 책인데, 낙서가 되어 있어서 사실은 전혀 다른 책이죠. 책은 낙서가 가득한 책으로만 교환이 가능해요. 낙서 서점에서 책을 사려면 낙서한 책을 가져와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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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는 분들이라면 직장 정보를 기입 후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인 모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직장인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스릴러 소설을 소개합니다. 성실하게 하루를 꾸려가던 '오 과장'은 퇴근 전 사내 카페테리아에 비치된 우유 한 팩을 가져가 퇴근했습니다. 엄격하게 따지자면 횡령 내지는 절도일 수 있는 이 행동을 누군가 보고 있었는데요. 익명 사용자가 직장인 어플 '비하인드'에 '카페테리아 우유는 진짜 좀 아니지 않아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그의 평화로운 일상은 서서히 파멸을 향해갑니다. 회사 생활이라는 건 참 묘해서, 내가 자랑스러울 때는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은데 또 나의 사소한 창피한 순간은 모두가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과 밀착된 K-오피스 스릴러를 표방하는 소설을 소개해 봅니다.
‘북다’와 ‘붉다’의 발음이 [북따]로 같다는 것을 혹시 알고 계실까요? 때 이른 불볕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세상에 나온 종합 출판 브랜드 ‘북다’는 ‘붉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붉은, 紅, red’에 담긴 ‘젊고, 열정적이고, 잘 여물고, 성공적인’이라는 의미가 저희 북다 편집자들의 자세와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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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와 ‘붉다’의 발음이 [북따]로 같다는 것을 혹시 알고 계실까요? 때 이른 불볕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세상에 나온 종합 출판 브랜드 ‘북다’는 ‘붉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붉은, 紅, red’에 담긴 ‘젊고, 열정적이고, 잘 여물고, 성공적인’이라는 의미가 저희 북다 편집자들의 자세와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는 지금 : 북다 VOOKDA
이런 저희들은 ‘북다’의 영문명인 ‘VOOKDA(Variated bOOK, Delivers Aspiration)’에 담아낸 의지대로 기존 질서에 얽매임 없이 다양하게 변주된 책으로 여러분과 소통하려 합니다. 순문학과 장르문학, 그리고 그 둘을 넘나드는 경계문학, 미리 길을 보여주기도 하고 바로 옆에서 같이 걷기도 해주는 지금 우리가 가장 원하는 비문학, 서브컬처의 가치를 더하는 고스펙 아트북,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내심 누구나 바랐던 예측불가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가치를 품은 책들을 기반으로 전에 없던 문화적 경험까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내친김에 북다 편집자들이 숨겨왔던 야망을 알려드리자면 이렇습니다. 꽤 오래 출판계에 몸담아온 시니어 편집자들과 청운의 꿈을 안고 출판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주니어 편집자들이 북다에 모여 그간 꿈꿔온 새롭고 더 나은 출판 체계를 만들겠다는 야망. 출판인, 독자분들은 물론 작가분들까지 기꺼이 그 과정을 함께해 주실 마음이 절로 생기도록 말입니다.
몇 마디의 말로 ‘북다’라는 출판 브랜드가 앞으로 무얼 하겠다는 건지를 알기란 다소 막연하실 테지요. 저희의 꿍꿍이는 우선 출간작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책들을 가지고 독자, 작가분들과 무얼 하는지도 지켜봐 주세요. 오래 기다리시지 않아도 됩니다. 준비는 이제 끝났으니까요.
- 북다 편집장
북다 인스타 vook_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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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창작활동으로 '허슬'하는 작가, 장강명이 SF를 테마로 소설집을 엮었습니다.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탐구하는 학문 분야인 STS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우리가 기술로 인해 변질된다는 감각과 함께, 그 변질을 포착하는 STS SF를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목표입니다. 정형화된 인간의 개념을 넘어서는 소설을 쓰는 SF 작가, 최의택의 작품도 함께 놓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