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인 '나'는 집필에만 전념하고자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 친구는 에메렌츠라는 여성을 추천하며 '그녀가 널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라는 묘한 말을 남긴다. 직접 만난 에메렌츠는 마치 바틀비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자신만의 원칙이 확고하다. 우선 일을 해보고 급료를 직접 정할 것이며, 업무 시간 이외에 성가시게 하는 것과 그 어떤 사례도 거절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처음 '나'는 에메렌츠를 이해하지 못해 다투기도 하고, 감정을 나누려고 했다가 되레 상처받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의도치 않게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게 되면서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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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인 '나'는 집필에만 전념하고자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 친구는 에메렌츠라는 여성을 추천하며 '그녀가 널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라는 묘한 말을 남긴다. 직접 만난 에메렌츠는 마치 바틀비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자신만의 원칙이 확고하다. 우선 일을 해보고 급료를 직접 정할 것이며, 업무 시간 이외에 성가시게 하는 것과 그 어떤 사례도 거절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처음 '나'는 에메렌츠를 이해하지 못해 다투기도 하고, 감정을 나누려고 했다가 되레 상처받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의도치 않게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게 되면서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간다.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대표되는 두 부류가 있고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책과 언어의 세계에 자리하는 '지성인'인 ‘나’와 달리, 전쟁과 혁명 속 힘든 개인사를 거치며 노동과 실천의 가치만을 믿는 에메렌츠는 무척 대조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줄 아는 에메렌츠는 '나'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감응하는 과정이 소설의 한 축으로 전개되는 한편, 비밀이 많은 에메렌츠가 절대로 열지 않는 '문'에 얽힌 미스터리가 다른 한 축으로 흡인력있게 펼쳐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 자체의 역사도 독특하다. 1987년 헝가리에서 출간되며 서보 머그더를 국민 작가 반열에 올려 놓은 이 작품은 2003년 프랑스에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작가 사후인 2015년 뉴욕타임스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등, 계속해서 그 가치를 재평가받고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리커버판의 표지 그림은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여름의 드로잉' 선정 작가인 ‘바랜’의 작품이다. 표지 앞날개가 책배를 감싸는 디자인으로, 작품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듯한 물성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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