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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0,000원, 184권 펀딩 / 목표 금액 2,000,000원
<어둠에 새기는 빛>으로 출간되었습니다. 
  • 2024-11-28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습니다.
  • 100자평 작성하면 추가 마일리지 2% 적립

*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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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국경과 국민주의 너머를 상상해 온 서경식 선생이 2023년 12월 18일, 세상을 떠났다. 때로는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에세이스트로서, 때로는 전투적 논객으로서 문학과 예술, 정치와 사회를 넘나들었던 그가 남긴 만년의 사유를 담았다. 칼럼이라는 형식을 빌린 시평이지만, 전쟁, 핵 재앙, 혐오, 차별이 끊이지 않는 무자비한 ‘악몽의 시대’에 던지는 물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서경식이 2011년 9월~2013년 2월, 2015년 7월~2023년 7월 ‘서경식의 일본통신’, ‘특별기고’, ‘서경식 칼럼’이라는 연재명으로 『한겨레』에 기고한 72편의 칼럼에 정규 연재 이외의 기고와 타 매체에 게재된 9편을 더해 총 81편의 글을 엮었다. 『한겨레』 게재 시 지면의 한계로 인해 부분적 삭제가 있었던 41편은 복원해 수록했다.

서경식은 마지막 칼럼(2023년 7월 6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역시 승산이 있든 없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엄혹한 시대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고개를 들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자. (…) 세계 곳곳에 천박함과 비속함을 거부하는,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벗이다.”

2008년의 칼럼에서는 글을 쓴다는 행위를 어둠을 향해 던지는 돌팔매, 표류한 사람이 유리병에 넣어 바다에 흘려보내는 ‘투병 통신’에 비유했다.
“누구한테 가 닿을지 모르고, 누군가에게 가닿는다 하더라도 몇 년 뒤일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그래도 누군가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향해 말을 거는 것, 그것이 ‘투병 통신’이다.”

이 책은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의 벗들, 유리병에 넣어 보낸 그의 글이 가닿았던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칼럼집이다.


편집자의 말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한 해가 되어갑니다. 1주기에 맞춰 선생이 만년에 남긴 에세이를 묶어 펴냅니다.
선생의 글을 두고 흔히 ‘아름답다’고 하는데, 그것은 금은세공의 아름다움은 아닙니다. 끌질하듯 한 자 한 자. 그렇기에 “마음을 에는 듯한 글”이 되었습니다. 선생은 2005년부터 타계한 해인 2023년까지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일정한 분량으로,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물며 아름다움까지 담아내는 것은, 대개 언감생심입니다. 그 어려운 일을 선생은 스무 해 가까이 해나갔습니다. “개인적 견해를 드러내는 특정 필자의 짧은 에세이”를 칼럼의 정의로 받아들인다면, 선생은 뛰어난 에세이스트임에 못지않게 뛰어난 칼럼니스트였습니다. “망각에 대한 기억의 싸움”에 한평생 어깨를 걸었던 선생이, 태생적으로 ‘오늘만이 중요한’ 매체인 신문에 실은 일련의 에세이 ‘서경식 칼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습니다.
—편집자 최유철

책속에서

뜻하지 않게 소원해진 사람을 불시에 떠올릴 때면 20년,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가 버린 것을 깨닫는다. 그 사람은 이제 살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변명하고 있는 나를 본다. 무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은커녕 거듭된 실패, 과오, 죄 같은 기억들만 가슴속에 쌓인다. 초로기에서 노년기로 이행한다는 게 이런 것일까. 그리고 이제부터는 ‘인생을 마감한다’는 큰 과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32쪽)

70년 남짓 살아오면서 핵전쟁의 위기감은 항상 존재했지만, 이번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짙어 온몸으로 밀어닥친다. 내 인생이 끝나기 전에 핵전쟁의 참상을 목격해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일상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사람들은 일하고, 웃고, 울고, 싸우고, 사랑을 하며, 아이를 낳는다. 내게는 이런 현실이 더할 나위 없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불가사의함이다. (55쪽)

‘종말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예술 행위는 그것을 알리는 경종이다. 예술에 대한 권력의 간섭은 인간의 감성 자체에 대한 간섭이다. ‘예술과 관련된 것이니까’, ‘예술은 일상생활에 직결되지 않는 일종의 사치니까’ 하는 심리로 시민이 이 경종을 경시하기라도 하면 그것은 곧바로 감성 자체에 대한 통제로 이어진다. 무엇이 ‘미’이고 무엇이 ‘추’인가 하는 기준까지 권력이 휘어잡게 된다. 그런 광경을 우리는 일찍이 일본에서, 독일에서, 세계 곳곳에서 거듭 목격하지 않았던가. (148~149쪽)

후쿠시마에 갈 때마다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현실만이 지니는 비현실감’이라고나 해야 할까. 이미 결정적으로 손상당했고 지금도 계속 위협에 노출된 환경.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얼핏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고 있다. 현실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그것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생각된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방사능 재난의 특질이 아닐까. 요컨대 방사능 재난은 우리의 감각이나 상상력의 원근법에 도전한다. (227쪽)

“권력에 대한 싸움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싸움”(밀란 쿤데라)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적어도 일본 사회에서는) 이 싸움에 언제나 패배해 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망각까지 갈 것도 없이, 기억의 기초가 되는 언어와 그 개념 자체가 안쪽에서부터 썩듯이 무너지고 있다. (…) 평화를, 또는 인간을 지키라고 외치기 위해서는 우선 언어를 지키라고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263쪽)

무릇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행위인가. 젊은 시절, 특별히 이렇다 할 목적도 없이 도서관에 드나들던 때의 엄숙한 기분을 지금도 종종 떠올린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가득 들어찬 서적의책등, 손에 든 책이 주는 묵직한 느낌, 종이와 잉크 냄새, 옛사람이나 외국 사람 등 몰랐던 저자의 경력에서 느끼는 경외심. 얼마나 많은 지적 노력이 거기에 담겨 있을까, 내가 모르는 어떤 심오한 세계가 거기에 펼쳐져 있을까. 하다못해 그 끝자락에라도 닿고 싶었던 겸허한 동경의 마음. 그 외경과 동경이 나라는 인간의 골격을 만들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간단히 답을 얻을 수 없는 깊은 물음(대체로 인간에 관한 물음은 모두 그러하다)에 침잠해 끝없는 문답에 몰두한다. 그 사고과정 자체가 풍요와 기쁨에 차 있다. 그것이 곧 ‘도서관적 시간’이다. (377~378쪽)

‘대재앙’은 전염병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 혼란 속에서 자기중심주의와 불관용이 만연하고 파시즘이 대두하는 사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 역병이나 자연재해는 인간의 생활과 생명을 빼앗지만, 실은 인간을 죽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 자신이다. (394~395쪽)

“아, 세계는 얼마나 무자비한가. 나는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 (…) 손 닿지 않는 세계 곳곳에서, 서로 만날 수도 얼굴을 마주할 수도 없는 곳에서 사람들의 고뇌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고뇌에 ‘공감’하는 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고뇌를 떠안고, 자신의 심신마저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감’ 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공감’하게 되는 게 인간이 아닐까. ‘연대’하려 하는 게 인간이 아닐까. 그런 정신의 기능까지 포기할 때 ‘비인간화’가 완성되고 ‘전염병’이 개가를 올릴 것이다.” (431쪽)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은 간단하지 않다. 적어도 세상사를 ‘수치화’해서 말하는 정치가적·군인적 발상을 거부하고 언제나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아픔, 고독, 분노에 입각해 말하는 것의 소중함을 명심해야 한다. 어려운 과제지만,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국 권력에 철저히 이용당하고 말 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그렇기에 우리 삶의 주권자는 우리 자신이어야 하며, 그 삶은 (그리고 죽음은) 권력자의 손에 착취당해서는 안 된다. (478쪽)

우리 역시 승산이 있든 없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엄혹한 시대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고개를 들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자. 사이드 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 천박함과 비속함을 거부하는,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벗이다. (489쪽)

차례

1. 노년의 초상
체감 시간
이 빠진 연초의 소감
은퇴기
인생의 가을에 생각한다
‘늙음’이라는 타자
마지막 ‘전후 지식인’ 
감옥의 형에게 넣어 준 시집 
어느 목사 
파도에 휩쓸려 간 흔적 

2. 악몽의 시대에 보는 예술
잔혹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난민 화가 이중섭 
‘니시키에’와 근대 일본의 아시아관 
미야기 요토쿠 
불의에 순응하지 않은 미술의 힘 
무언관 방문기 
미군 기지에 저항하는 미술관—오키나와에서 케테 콜비츠를 보다 
어둠에 새기는 빛 
포스트콜로니얼의 표상 
니키가 쏜 총탄은 아직도 날고 있다
계몽의 프로젝트는 진행 중—윌리엄 켄트리지의 작품 세계 
종말은 이렇게 올 것이다 
예술의 힘 
숲은 되살아날 것이다 
악몽의 시대에 본 영화 한 편 
네루다는 죽지 않는다 
긴 행렬—독립운동 100주년에 본 영화 두 편 
끝나지 않는 전쟁—인천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국어 내셔널리즘’을 극복하라 
여름의 끝자락에 드리운 몰락의 그림자 
피서지에서의 일 
아직은 잊어도 좋을 때가 아니다—윤이상 탄생 100주년 

3. ‘후쿠시마 이후’를 살다
기묘한 평온, 공황의 다른 모습 
후쿠시마의 ‘필리핀 신부들’ 
동심원의 패러독스 
합천 보고 
‘기억의 싸움’은 계속된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과 후쿠시마 
들을 빼앗긴 자들의 연대 
자기 주변 
동아시아 위기의 시대 
까마귀 
알렉시예비치와 ‘후쿠시마 이후’ 

4. 출구 없는 세계—냉소와 망각의 틈바귀에서
‘국민주의’에 갇히지 않고 일본 바라보기 
‘한국’을 배우는 일본의 젊은이들 
사라져 가는 식민 지배의 산증인들 
제주도—상상의 공동체 
DNA라고? 
내 고향! 
보고 싶지 않은 것 
레 미제라블 
이쿠미나 
온몸에 박힌 기억이 죽는 날까지 그를 고문하리라—장 아메리의 『죄와 속죄의 저편』 
악몽의 시대 
올 데까지 왔다 
기억의 학살자들 
분단되고 극우화된 세계 
‘민주주의’의 폐허—대량 소비의 말로 
21세기 동아시아에서 미켈란젤로를 생각한다 
쓰라린 진실—영화 〈박열〉을 보고 
두 팔 벌려 맞이하라 
‘도서관적 시간’을 되찾자 
도서관에서 찾은 ‘선한 미국’ 
태풍 19호 
죽음의 승리 
코로나 사태 속의 인문학 교육 
디스토피아와 예술의 힘 
어째서 당신들은 침묵하는가 
미국의 ‘단말마’는 계속된다 
붕괴 과정을 마주하는 나날—2021년을 맞아 
무자비한 시대 
살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하다 
박탈당한 상상력 
고통스러운 상상력—2021년을 마감하며 
이상 없는 시대에 온전한 정신으로 
‘밝은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인천 디아스포라영화제 참관기 
진부화의 폭력 
나쁜 예감 
‘숫자’가 아닌 하나하나의 아픔을 
평화는 잠깐의 ‘휴전’이었을 뿐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자—연재를 마치며 

옮긴이의 말 
인명 찾아보기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지은이ㅣ서경식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펼쳤다. 이때의 체험과 사유는 이후 저술과 강연, 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성장기의 독서 편력과 사색을 담은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2000년 ‘마르코폴로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후광 김대중학술상’을 수상했다. 1992년 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 이후, 그의 미술 순례 여정은 ‘우리’와 ‘미술’이라는 개념을 탈(재)구축하려는 시도였던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거쳐,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 계보를 따라가는 『나의 일본미술 순례』로 이어졌다. 『청춘의 사신』, 『고뇌의 원근법』, 『디아스포라 기행』,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나의 영국 인문 기행』, 『나의 미국 인문 기행』 등의 저서를 통해 폭력의 시대와 차별에 맞선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소개했으며, 『난민과 국민 사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내 서재 속 고전』, 『시의 힘』, 『언어의 감옥에서』,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시대를 건너는 법』 『디아스포라의 눈』 등의 사회 비평, 인문 교양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학에서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하고 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에 정년퇴직했다. 2022년에는 동료와 후학 등이 그의 퇴임을 기념하는 문집과 대담집인 『서경식 다시 읽기』와 『徐京植 回想と對話』(한국어판 『서경식 다시 읽기2 — 회상과 대화 / 최종 강의』)를 발간했다. 2023년 12월 18일 향년 72세의 나이로 나가노에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ㅣ한승동
1957년 경남 창원 대산면에서 태어나 자랐다. 중·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녔고, 1970년대 중반에 대학 진학과 함께 서울로 옮겨 간 뒤, 1980년대 중반에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 지하 출판물 『말』의 기자를 거쳐 1988년 『한겨레신문』에 창간과 동시에 입사했다. 도쿄 주재 특파원 생활 3년을 포함해 30년간 국제부, 문화부 등에서 기자로 일하고 정년퇴직했다. 그 후 출판과 번역 일을 하다가 지금은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국제 및 외교 안보 담당 에디터로 2년째 일하고 있다.


도서 정보



도서명: <어둠에 새기는 빛>

분류: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판형: 150*188mm / 512쪽 내외
정가: 25,000원
출간 예정일: 2024년 12월 18일
펴낸곳: 연립서가

※ 표지 및 본문 구성 등 세부 사항은 최종 제작 시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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