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적인 추리소설"
칼에 가슴을 찔려 사망한 중년 남자. 두 시간 뒤에 한 청년이 불심 검문을 피하다 차에 치여 의식불명이 된다. 청년의 소지품에서 칼에 찔린 피해자의 소지품이 발견되고, 경찰은 청년이 피해자의 회사에서 계약직 현장 근로자로 일하다 사고로 다친 후 산재 처리를 받지 못한 채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론은 산재 은폐 기업을 성토하고, 기업은 책임을 어디로든 떠넘기려 애쓴다. 그런데 금방 새로운 문제가 발견된다. 범행 흉기에서 정작 용의자의 지문을 찾지 못한 경찰은 이번에는 용의자의 범행 당시 알리바이를 찾아낸 것이다.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피해자가 생전에 특이한 의식을 갖고 있었음을 알아낸다. 지역의 신사를 돌아다니며 자기 손으로 직접 접은 종이학을 바치고 계속적으로 속죄의 기도를 올렸던 남자. 가가 형사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의 진상에 접근한다.
특유의 인간미를 품은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기린의 날개>는 그 중에서도 사연의 분량이 더 높은 편이다. 범죄 트릭은 주역이라기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에 가깝다. 살인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슬픈 이야기와 함께 부조리한 세상의 압력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간성'의 힘 같은 드라마적 요소들이 전면에 나선다. 확실히 히가시노 게이고는 점점 스토리텔링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다. 특별히 미스터리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마치 티비 드라마를 보듯이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 소설 MD 최원호 (201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