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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원과 연보랏빛 산이 창밖으로 그림처럼 펼쳐지고, 벽난로의 따스한 향이 감도는 아늑한 호텔. 그 이름은 '죽은 등산가'다. 이런 무서운 이름의 유래는 과거에 투숙하던 등산가가 조난 사고로 사망한 후, 그가 머물던 방이 박물관처럼 보존되고 그가 키우던 개도 호텔에 계속 살면서 오히려 이곳이 유명세를 얻었기 때문이다. 글렙스키 경위는 온갖 업무로부터 탈출해 모처럼의 휴가를 위해 이곳에 여장을 푼다.
휴가의 기분을 만끽하며 스키를 즐기던 것도 잠시, 경위는 투숙객들이 하나같이 무언가 수상하다는 것을 직감한다. 게다가 호텔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죽은 등산가의 유령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사건에 이어 살인을 예고하는 메모가 발견되고, 경위는 어쩔 수 없이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러시아 SF의 빛나는 랜드마크,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추리소설의 열렬한 애호가임을 자부하며 발표한 소설. 언제나 현실 저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도모하는 SF가 고전 밀실 미스터리와 만나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임을 보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