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선정, 2018년 IBBY 아너리스트 선정, 세계 독자와 함께 읽는 작가 이금이가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판이 될 장편 역사소설을 출간한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의 독립운동가 집안과 친일집안 소녀들의 자리 바꿈,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의 하와이 이민 1세대 '사진신부' 이야기에 이어지는 3부작을 마무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1940년대 사할린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이주한 1931년생 소녀 주단옥. 1944년 본토(일본) 탄광 '전환배치'로 아버지가 떠난 후 갑작스럽게 일본이 패망하며 단옥의 가족은 이산가족이 되고 '소련'의 지배 하에 놓여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주단옥,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 그리고 올가 송으로 이름과 국적이 몇 번이나 바뀌며 단옥은 다가오는 역사를 회피하지 않고 끌어안는다. 작가의 전작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의 인물 '태술'은 죽지 않고 살아, 입담 좋은 광부로 사할린에 살며 단옥의 아버지 만석과 의형제로 지내다 역사의 유탄을 맞기도 했다. 세계관이 연루되고 사건이 연루되는 이 이야기는 역사가 우리와 분리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훗날 사할린 한인 중 대한민국으로 영주 귀국한 이들은 안산시에 정착, '고향마을' 아파트 단지에 살게 된다. 안산에서 학교를 나온 내가 동네 생선가게에서 마주친 웃는 게 귀여운 노년 여성이 단옥의 자매 같은 동무였을 수도 있으리라. 자작나무 그늘과 말린 생선과 고사리 같은 생생한 감각으로 그 땅에 우리가 있는 듯한 생생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단단한 소설을 광복 80주년을 맞아 벅차게 읽어 본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조선 어디에서 왔든 여자들이 살아온 삶은 거의 비슷했다. 가난한 집에서 학교 문턱도 못 밟아보고 자라 부모가 맺어준 남자와 결혼했다.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동네에서 줄줄이 애 낳고 일만 하며 살았다. 그네들의 인생 중 가장 큰 경험은 조선을 떠나 화태까지 온 일이었다.
2015년 2월 친구와 함께 규슈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의 주된 목적은 당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특별전시 중이던 칠지도의 실물을 보기 위함이었지만, 이왕 간 김에 두루두루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다른 몇몇 장소도 방문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나가사키 평화공원도 있었다. 1945년 8월 9일 원자폭탄 ‘팻맨’의 폭발로 15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비극적인 장소에 세워진 평화공원, 거대한 크기의 푸른색 평화기념상과 그곳에서 묵념을 올리는 교복 입은 일본 학생들. 원폭의 피해와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그 전쟁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전시물들. 공원 한쪽 구석에 세워져 찾는 데 한참이 걸렸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그리고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반가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던, 조선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일본인 할머니까지. 내가 익히 알고 있다고, 고정된 불변의 사실로 여기던 과거의 다른 단면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여행지에 나와 직접 발로 걸으며 만나보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장에서 체험하는 역사’를 실천하는 김종훈 기자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항일로드로 독자를 초대한다. <임정로드 4000km>, <약산로드 7000km>에 이은 이 책은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며 독립지사들의 마지막 흔적 앞에 서서 그들을 기억하고, 강제동원과 관동대지진, 원폭으로 숨진 이름 없는 이들을 위령하는 역사 기행이다. 흑색공포단 백정기가 순국하고 의열단 김익상이 15년간 수감되어 있었던 나가사키 형무소에서 윤봉길이 암장된 가나자와성을 거쳐, 윤동주가 마지막 시를 쓰며 거닐던 도쿄 하숙집까지, 여행의 공간을 역사적 시간 속에서 새로이 만난다. 저자는 독립지사들이 순국한 현장에서, 이름 없이 잊힌 사람들의 위령비 앞에서 태극기를 펼치고 술 한잔 올리며 내일을 위한 기억의 여행을 제안한다. 그리고 알라딘 북펀드 1,083% 달성을 통해 이미 많은 독자들이 기억의 여행에 함께 하기를 선택했다.
- 역사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이 책 <항일로드 2000km>가 당신의 귀한 여정에, 중요한 가이드가 됐으면 좋겠다. 당신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켜, 당신이 지금 당장 지사님들을 찾아 여행길을 나섰으면 좋겠다.
일언구정이란 말이 있다. 말 한마디가 가마솥 아홉 개 무게보다 더 나간다는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하니 옛 조상들은 말이 가진 힘을 계속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현재의 사람들은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잊는다. 실수로 뱉은 후, 아차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냥한 한마디로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해보면 더욱 긍정적인 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은 30만 어른의 말투를 예쁘게 만들고 인간관계 고민을 해결해 준 김범준 작가가 청소년을 위해 쓴 책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쓴 글 말미에는 청소년 당사자인 김수민 저자가 어떻게 실생활에 녹여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어 친구와 대화하듯이 읽을 수 있다. 쉽게 욕설을 뱉는 사람, 뾰족하게 말해서 계속 오해가 쌓이는 사람….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십 대 시절에 말의 힘을 통해 좋은 경험을 쌓게끔 도와준다. "할 수 있어" "느려도 괜찮아" 같은 긍정적인 말은 타인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가까운 나 자신을 위해 계속해줘야 할 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편이 되어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 좋을 때만 편이 되어 주는 게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변함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입니다. pp.254~255
무섭지 않은 병이란 없지만 알츠하이머는 왕중왕 같은 느낌이 있다. 환자와 환자의 주변인의 영혼을 모두 사그라들게 한다는 점에서, 나아짐을 기대조차 할 수 없고 오직 가파르게 쇠락하는 미래만이 기다린다는 점에서... 그러나 저자인 뇌과학자 대니얼 깁스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대한 이러한 무력감과 절망감이 왜곡된 것이라 말한다. 그는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발견한다면 병의 진행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출 수 있거나 심지어 멈출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진짜일까? 일단 한번 믿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이 다루는 치매 환자 케이스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던 깁스는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알츠하이머를 발병시키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유심히 관찰한다. 첫 이상 증세는 냄새로 나타났다. 그는 아내가 맡는 장미 향을 맡지 못했고, 있지도 않은 빵 냄새를 곳곳에서 맡았다. 걸을 때, 뛸 때 리듬에 작은 문제들이 생겼다. 임상 치료 환자가 되기엔 아직 큰 증세가 없었지만 병은 분명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인지예비능'을 키우기로 한다. 뇌가 손상되기 전에 뇌의 능력을 더 키워두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 독서, 언어능력을 사용하는 게임, 식단 등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는 대개 진단이 내려진 후 8년~10년 안에 사망한다고 한다. 2015년, 공식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깁스는 2023년에 이 책(원서)을 써서 출간했다. 언어와 인지 능력에 조금의 퇴행이 생기긴 했지만 책 한 권을 쓰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조기 발견과 인지예비능을 키우는 생활 태도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알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 '무슨 일이든' 중 하나다. 살아있는 모든 이를 위한 책.
- 인문 MD 김경영
추천의 글
'치매'라는 단어에 씌워진 무력감과 낙인을 걷어내고, 그 안에서 여전히 생을 살아내는 이들의 존엄을 밝히는 책입니다. 과학자의 언어로 쓰인 가장 깊은 인간학이자, 치매를 둘러싼 공포와 편견에 맞선 정직하고 품위 있는 증언이라는 점에서 제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습니다. - 유성호, 법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