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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025
  • 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은이) | 문학동네 | 2025년 7월 "여름, 습기, 향취, 조예은"

    여름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이탈리아의 가족 별장에서 보내는 티모시 살라메의 여름 휴가, 에릭 로메르 영화의 해변가의 연인들 같은 표백된 여름의 풍경은 영화 속에나 있다. 조예은 소설의 여름은 이런 여름과는 다른, '진짜'의 감각을 깨운다. 여름 밤, 보증금이 모자라 구하게 된 셋집은 하수구가 심상치않고, 1층에선 여름 밤의 낭만을 즐기는 취객들이 소리를 지른다. (<보증금 돌려받기>) 산뜻한 낭만은 너희들의 것이고, 내게 남은 건 참을 수 없는 습기와 쿰쿰한 냄새. 조예은은 이런 여름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진짜' 여름의 작가다.

    '무덥고 습한 계절에, 차가운 바닥을 뒹굴며 먹는 주전부리 같은 이야기들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조예은이 치즈 플래터 같은 한 상을 차렸다. 덥고 습한 계절에 어린 날의 상처는 부패되기 마련. 방치된 채 썩고 문드러진 기억은 푸른곰팡이 특유의 냄새가 나는 블루 치즈의 향처럼 퀴퀴하다. '짜고, 달고, 역하고, 사랑스러운' 조예은의 세계로 다시 모험을 떠난다. <비눗방울 퐁> 이유리의 추천처럼 '이야기가 대체 어떻게 끝나려는 건지 궁금해 미치겠어서, 이끄는 대로 그저 끌려가며 읽게 되는 이야기.' 직시에는 늘 쾌감이 있다. 잘 만들어진 공포체험 테마파크를 한바퀴 돌고 나온 것처럼, 소설집을 다 읽고 나면 어느새 더위가 가시고 속이 후련해진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를 잇는 여름 테마파크의 세 번째 개장이다.

  • 여름에 내리는 비, 잠비
    김도영 (지은이), 해랑 (그림) | 비룡소 | 2025년 7월 "신분을 넘어 우정을 꽃피운 두 소년의 이야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어린이들을 위해 한 편 한 편 엄선하여 수상하는 '비룡소 역사동화상'. 많은 사랑을 받은 <한성이 서울에게> 이후, 2년 만에 새로운 대상 수상작이 탄생했다. 이 계절에 무척 잘 어울리는 작품 <여름에 내리는 비, 잠비>는 1763년 여름에 만난 두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으로 아픈 기억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잠들지 못하는 왕세손 '이산', 양반인 아버지와 천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차별과 굶주림 속에 살아가는 얼자 '규안'. 어느 날 갑자기 규안은 궁으로 불려 가, 이산의 말벗이 된다. 청력이 뛰어나고 역관의 꿈을 품고 사는 규안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산은 마음의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하고,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밤, 이산의 침소에 두 자객이 나타나는데…

    뜨거운 여름 아래, 진중하고 사려 깊은 소년 이산과 능청스럽지만 속이 맑은 규안이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과정이 잔잔히 내리는 비처럼 그려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우정을 나눌 때, 신분의 제약이나 서로의 다름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산과 규안이 몸소 보여준다.

  • 폭주하는 남성성
    권김현영, 김효정, 유호정, 이리예, 이우창, 이한, 추지현, 황유나 (지은이),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 동녘 | 2025년 7월 "우리 사회가 마주한 최전선의 폭력"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자 가장 먼저 언급해 둘 것이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폭주하는 남성성’ 개념은 남성에게 선천적으로 해로운 특성이 내재해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남성성이란 여성을 평가 절하하며 구성되는 비대칭적인 개념이며, 단일하지 않고 늘 복수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남성성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작동하며,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도 다르다. 이 책은 묻지마 흉기 난동, 딥페이크 성범죄, 사이버레커의 온라인 폭력, 극우화된 청년 남성 집단의 정치적 움직임 등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건들을 ‘남성성’이라는 해석의 틀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사회학자, 활동가, 연구자 등 여덟 명의 저자가 각기 다른 주제와 관점에서 한국 남성성의 현재를 해부하며, 우리가 무엇을 놓쳤고 무엇에 맞서야 하는지를 묻는다.

    <폭주하는 남성성>은 혐오의 정치가 일상이 된 지금, ‘남성성’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개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젠더 권력 구조를 다시 묻는 책이다. 이 책은 단지 일부 남성 개인의 일탈이나 심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성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 그것이 어떻게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배제의 동력으로 작동하는지를 추적한다. 혐오가 결속의 언어가 되고, 피해의식이 정치적 동원을 위한 자양분이 되는 시대에 이 책은 복잡하게 얽힌 젠더, 권력, 미디어, 정치의 교차점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도록 돕는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20~30대 여성들이 비상계엄에 항의하며 어렵게 연 공론장의 틈을 무엇으로 채워야 사회가 진보하는지”를 풀어낸 책이라며 추천했다.

  • 먹는 욕망
    최형진, 김대수 (지은이) | 빛의서가 | 2025년 7월 "먹는 욕망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가"

    공복 커피, 크림이 잔뜩 들어있는 빵, 엽기적으로 매운 떡볶이, 분모자 당면을 잔뜩 넣은 마라탕... 먹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해치운 후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되뇌면서도 며칠 뒤면 스트레스받으니까, 생리 전이니까, 이번 주엔 건강한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까,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같은 별별 이유를 대며 또 시켜 먹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왜 건강을 해칠 것이 분명한 음식들을 자꾸만 찾게 될까. 왜 인간의 자제력은 음식 앞에서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지게 되는가.

    이 책은 우리가 가진 먹는 욕망의 실체를 분석한다. 인간의 뇌가 어떤 시스템을 통해 음식에 대한 욕망을 조절하는지, 인류의 진화와 발달에 이 욕망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알려준다. 이유와 과정을 알면 해결책에도 조금은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책은 우리의 날뛰는 욕망을 제어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행동유전학의 권위자인 김대수 교수와 식욕 억제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최형진 교수가 오랫동안 연구한 내용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 건강한 식생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배경지식을 든든히 챙겨준다.

8.52025
  • 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지은이), 김하현 (옮긴이) | 윌북 | 2025년 7월 "수전 손택 국내 초역 에세이집"

    여는 글에서 정희진은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수전 손택이 있다." 여성 해방을 향해 가는 이 지독히도 거칠고 도무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여정 속에서 다시금 정신을 다잡도록 냉수를 끼얹는 텍스트, 우리에게는 수전 손택이 있다. 이 선명한 문장,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통찰, 읽기를 신나게 만드는 리듬감.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한국 여성 독자들 사이를 이미 수많은 텍스트들이 거쳐갔다고 해도, 그래서 이제 페미니즘적 텍스트라면 조금은 이골이 났다고 해도 수전 손택의 글엔 여전히 새로운 특별함이 있다.

    50년도 더 전에 쓰인 글, 한국 사회가 조금은 이미 지나온 듯 여겨지는 내용도 있지만 대체로는 여전히 사무치게 유효하다. 그의 글은 지치지 않았고 낡지 않았으므로 현재의 우리에게 생생한 힘을 건넨다. 투쟁의 지리멸렬함 속에서는 이따금씩 본질을 다시 환기시키는 불쏘시개를 넣어주어야 하고, 손택의 텍스트들은 그 역할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지적 자극을 열망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문장마다 줄을 긋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타이거
    SF 사이드 (지은이), 데이브 매킨 (그림), 송섬별 (옮긴이) | 책읽는곰 | 2025년 7월 "영국 도서상, <가디언> <더 타임스> 올해의 책"

    인종 차별과 노예제가 만연한 가상의 디스토피아. 아랍인 소년 '아담'은 강도를 피해 도망치던 중, 부상당한 호랑이 '타이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그 일을 계기로 아담과 타이거는 비밀 친구가 된다. 큰 규모의 동물원 관리자 '말데하이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이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사실을 알게 된 아담은, 타이거를 지키기 위해 과감히 모험에 뛰어든다. 아담은 무슬림 소녀 '자이디'와 친구가 되고, 자이디에게 타이거의 존재를 공유한다. 타이거는 가슴에 남다른 불꽃을 품고 있는 두 아이에게 세상을 구원할 '인식의 힘', '상상의 힘', '창조의 힘'을 가르친다. 타이거는 아담의 형의 신고로 위치가 탄로나고, 말데하이드의 덫에 걸려 잡히고 마는데...

    "마침내 찾아온 걸작", "다가올 시대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2023 영국 도서상 올해의 어린이책, 더 위크 주니어 도서상 외에도, <가디언> <더 타임스> 등의 올해의 어린이책으로 선정되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단숨에 몰입하게 된다. 그 정도로 스토리의 박진감과 흡입력이 대단하다. 신적인 존재인 타이거와의 만남을 통해, 아담과 자이디가 분노, 두려움, 고통을 깨고 마침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내면의 가능성을 발견해 내기까지, 그 모든 신비로운 여정이 감탄을 자아낸다. "세계에는 무한히 많은, 가능성으로 열린 역사들이 존재하고, 마찬가지로 너희에게도 무한히 많은, 가능한 다른 모습들이 존재해. 그러니 세계와 그 속의 모든 것을 향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렴. 어떤 것들이 다를 수 있었는지 질문하렴." 아이들을 향한 타이거의 이 말이, 작가가 타이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 메시지가 가슴을 뛰게 만든다.

  • 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
    서경석 (지은이), 염명훈 (감수) | 창비교육 | 2025년 7월 "재미있게 읽고 평생 기억하는 한국사"

    방송인 서경석이 이번엔 ‘한국사 이야기꾼’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돌아왔다. 스타 방송인이 된 이후에도 한국어교원 2급 자격 취득, 공인중개사 합격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험에 도전했던 저자는 십여 년 전부터 사람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재밌게 소개해 주는 ‘한국사 이야기꾼’이라는 꿈을 키웠고, 꾸준히 한국사 공부에 정진해 왔다. 그리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준비 과정에서 닿은 인연으로 69세의 어르신 열다섯 분을 모시고 시작했던 그의 한국사 강의가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사까지 두루 살피며 시대별 핵심 사건들을 엄선해 유쾌한 스토리텔링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낸 저자는, 누구나 부담 없이 역사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친절한 길잡이로 자처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일상적인 예시와 적절한 유머를 곁들여 생생하게 전달하며, 만화, 이미지, 연표 등의 시각 자료까지 더해 이해를 돕는다. 오랜 시간 대중과 소통해 온 저자의 따뜻하고 유쾌한 설명과 ‘시험의 신’ 서경석의 노하우를 담은 ‘한 줄 코드’도 저자를 새로운 ‘한국사 이야기꾼’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게 한다.

  • 시티 보이즈
    정보훈 (지은이) | 창비 | 2025년 7월 "우리가 정의하는 성공"

    운동만큼 성과가 잘 보이는 게 있을까. 똑같이 전력으로 질주해도 누군가는 1등으로 결승선을 넘지만, 누군가는 제일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넘는다. 그 냉엄한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해체 위기의 무진고 육상부. 전학생 '희재'는 육상부 아이들과 함께 400미터 계주 경기에 참여한다. 계주는 누구 하나만 잘 한다고 이길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혼자 뛴다고만 생각하기 쉬운 육상이 팀플이라는 걸 알려주는 현명한 은유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생은, 혹은 달리기는 혼자만의 경기가 아니라는 건 어째서 겪어봐야 아는 걸까.

    육상부 아이들의 이야기가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켓소년단」 작가 정보훈의 생생한 글맛 때문이리라. 언뜻 스치는 땀 냄새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뜨거운 트랙 위를 같이 뛰는 것 같은 생동감을 주는 이 책은, 결국 성공과 실패는 스스로 결정하는 거라는 걸 다시금 알려준다. 최선을 다했으면 실패한 거야? 라고 동그랗게 반문하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8.82025
  • 킹 달러
    폴 블루스타인 (지은이), 서정아 (옮긴이)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7월 "모든 길은 달러로 통한다"

    지난 100여 년간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미중 갈등 심화, 고관세 정책, 글로벌 금리 인상, 그리고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탈달러화 움직임이 격렬하게 맞부딪히는 지금, 세계경제는 새로운 균열과 재편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외화보유고의 60%, 국제무역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달러의 압도적 지배력은 단순히 미국의 경제규모나 군사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달러 패권의 진정한 원동력은 세 가지 핵심 요소에 있다. 첫째,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배관 'CHIPS', 둘째, 그것을 타고 흐르는 마르지 않는 물 '페트로달러', 셋째, 위기 상황에서 '최종 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는 연준의 독립적 통화정책이다. 이러한 구조적 우위는 달러를 단순한 화폐가 아닌 세계경제의 혈관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폴 블루스타인의 <킹 달러>는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책이 아니다. 세계경제의 구조를 통째로 움직이는 달러 패권의 작동 원리를 해부하며, 오늘날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왜 달러가 여전히 '판'을 쥐고 있는지 그 내막을 짚어낸다. 위안화, 유로, 엔화, 암호화폐 등 잠재적인 대항마들의 결함을 분석하는 과정은 달러의 힘이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 책은 '달러의 무기화'와 같은 양날의 검이 어떻게 미국의 선택에 따라 패권을 강화하거나 흔들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결국 달러 패권은 국제 금융과 무역, 그리고 각국의 경제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달러의 흐름은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따라서 우리는 달러를 단순한 환율의 대상이 아니라, 글로벌 질서를 관통하는 구조적 힘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그 힘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향방을 한눈에 보여주며, 불확실한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달러를 읽는 일은 곧 세계를 읽는 일이라는 사실, 이 책이 그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읽고 나면, 달러는 더 이상 '멀리 있는 국제 뉴스'가 아니다. 내 통장 잔고, 내 투자, 내 일상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뼛속까지 실감난다. 세계를 움직이는 진짜 힘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바로 그 열쇠다.

  • 보수 본능
    최정균 (지은이) | 동아시아 | 2025년 7월 "인간의 보수 본능에 대한 과학적 분석"

    세계가 극우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인다. 가짜뉴스, 혐오 조장, 폭력적 분위기의 고조와 인간성 상실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들이 날마다 까매진다. <유전자 지배 사회>에서 유전자가 인간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던 최정균 교수가 이번에는 인간의 보수 본능을 파헤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기득권층을 지지하는지, 불평등한 분배를 용인하다 못해 적극적으로 원하는 이들이 많은지, 안티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남성이 많은지, 어떤 여성은 스스로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지 답답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질문들에 대한 과학적 대답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최정균 교수는 심리학, 행동경제학, 뇌과학, 유전학의 최신 연구들을 모아 인간이 왜 본능적으로 보수를 지향하는지에 대해 여러 갈래로 분석한다.

    그가 분석을 위해 모은 연구 주제와 내용들만 해도 다채롭고 흥미로워서, 인간의 무의식적 본능과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에 대해 평소 관심 있었던 독자라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책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명확한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 주문하신 복근 나왔습니다
    캥맨 (지은이)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7월 "당신의 운동 친구가 되어드립니다"

    오늘도 작심삼일과 씨름 중인 당신께 복근을 배달해줄 책이 나왔다. 웹툰 ‘캥맨툰’의 작가이자 헬스 트레이너인 ‘캥맨’의 신개념 건강서다. 미대생 출신인 저자는 운동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과 운동에 관한 이야기와 회원들과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그려 수많은 독자와 소통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복잡한 설명 대신 웃기고 직관적인 한 컷 한 컷의 그림으로 운동의 핵심을 콕콕 짚어준다.

    책에는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필요한 하체 스트레칭 루틴과 부상 없이 운동하는 법, 그리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실전 포인트가 아낌없이 담겨 있다. 헬스장에 가면 궁금했던 각종 기구의 쓰임새도 친절히 알려준다.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운동을 유쾌하게 풀어내, 집에서도 헬스장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운동이 서툴고 재미없는 당신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책. 자, 덤벨 모두 집에 하나씩 가지고 있으시죠?

  • 하와이 딜리버리
    김하나, 황선우 (지은이) | 아키노프 | 2025년 8월 "여자 둘이 듣고 있습니다"

    평소 음악 듣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가끔 음악이 필요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유독 지친 하루의 끝에 내 몸과 맘을 녹이는 감미로운 선율, 그리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 퇴근 30분 전부터 듣기 시작하는 빠른 비트의 강렬한 리듬 같은 것. 이 책은 음악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함께하기 위해 365일 모든 날들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 담았다.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나의 특별한 날의 음악을 찾아봐도 재미있고, 그러다 각 페이지 하단에 있는 QR코드로 곧장 그 음악을 플레이해 감상해 볼 수도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하와이 딜리버리'는 김하나, 황선우 두 작가가 언젠가 은퇴한 후 열기로 한 바의 이름이자, 그 바에서 플레이할 음악들의 플레이리스트 명칭이기도 하다. 4년 넘게 SNS를 통해 차곡차곡 쌓인 이 플레이리스트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이 에세이는 일상의 흐름 속에 작은 감정의 쉼표를 원하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무해하고 다정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쩌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로 내가 직접 이름 지은 바 하나를 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8.122025
  • 슬픔의 틈새
    이금이 (지은이) | 사계절 | 2025년 8월 "온몸으로 역사를 끌어안는 이금이 소설"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선정, 2018년 IBBY 아너리스트 선정, 세계 독자와 함께 읽는 작가 이금이가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판이 될 장편 역사소설을 출간한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의 독립운동가 집안과 친일집안 소녀들의 자리 바꿈,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의 하와이 이민 1세대 '사진신부' 이야기에 이어지는 3부작을 마무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1940년대 사할린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이주한 1931년생 소녀 주단옥. 1944년 본토(일본) 탄광 '전환배치'로 아버지가 떠난 후 갑작스럽게 일본이 패망하며 단옥의 가족은 이산가족이 되고 '소련'의 지배 하에 놓여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주단옥,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 그리고 올가 송으로 이름과 국적이 몇 번이나 바뀌며 단옥은 다가오는 역사를 회피하지 않고 끌어안는다. 작가의 전작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의 인물 '태술'은 죽지 않고 살아, 입담 좋은 광부로 사할린에 살며 단옥의 아버지 만석과 의형제로 지내다 역사의 유탄을 맞기도 했다. 세계관이 연루되고 사건이 연루되는 이 이야기는 역사가 우리와 분리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훗날 사할린 한인 중 대한민국으로 영주 귀국한 이들은 안산시에 정착, '고향마을' 아파트 단지에 살게 된다. 안산에서 학교를 나온 내가 동네 생선가게에서 마주친 웃는 게 귀여운 노년 여성이 단옥의 자매 같은 동무였을 수도 있으리라. 자작나무 그늘과 말린 생선과 고사리 같은 생생한 감각으로 그 땅에 우리가 있는 듯한 생생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단단한 소설을 광복 80주년을 맞아 벅차게 읽어 본다.

  • 항일로드 2000㎞
    김종훈 (지은이) | 필로소픽 | 2025년 7월 "광복 80주년, 일본에서 다시 만난 독립투사들"

    2015년 2월 친구와 함께 규슈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의 주된 목적은 당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특별전시 중이던 칠지도의 실물을 보기 위함이었지만, 이왕 간 김에 두루두루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다른 몇몇 장소도 방문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나가사키 평화공원도 있었다. 1945년 8월 9일 원자폭탄 ‘팻맨’의 폭발로 15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비극적인 장소에 세워진 평화공원, 거대한 크기의 푸른색 평화기념상과 그곳에서 묵념을 올리는 교복 입은 일본 학생들. 원폭의 피해와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그 전쟁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전시물들. 공원 한쪽 구석에 세워져 찾는 데 한참이 걸렸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그리고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반가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던, 조선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일본인 할머니까지. 내가 익히 알고 있다고, 고정된 불변의 사실로 여기던 과거의 다른 단면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여행지에 나와 직접 발로 걸으며 만나보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장에서 체험하는 역사’를 실천하는 김종훈 기자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항일로드로 독자를 초대한다. <임정로드 4000km>, <약산로드 7000km>에 이은 이 책은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며 독립지사들의 마지막 흔적 앞에 서서 그들을 기억하고, 강제동원과 관동대지진, 원폭으로 숨진 이름 없는 이들을 위령하는 역사 기행이다. 흑색공포단 백정기가 순국하고 의열단 김익상이 15년간 수감되어 있었던 나가사키 형무소에서 윤봉길이 암장된 가나자와성을 거쳐, 윤동주가 마지막 시를 쓰며 거닐던 도쿄 하숙집까지, 여행의 공간을 역사적 시간 속에서 새로이 만난다. 저자는 독립지사들이 순국한 현장에서, 이름 없이 잊힌 사람들의 위령비 앞에서 태극기를 펼치고 술 한잔 올리며 내일을 위한 기억의 여행을 제안한다. 그리고 알라딘 북펀드 1,083% 달성을 통해 이미 많은 독자들이 기억의 여행에 함께 하기를 선택했다.

  • 이렇게 말하면 행운이 올 거야
    김범준, 김수민 (지은이) | 클랩북스 | 2025년 8월 "마음과 사람을 당기는 말 한마디"

    일언구정이란 말이 있다. 말 한마디가 가마솥 아홉 개 무게보다 더 나간다는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하니 옛 조상들은 말이 가진 힘을 계속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현재의 사람들은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잊는다. 실수로 뱉은 후, 아차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냥한 한마디로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해보면 더욱 긍정적인 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은 30만 어른의 말투를 예쁘게 만들고 인간관계 고민을 해결해 준 김범준 작가가 청소년을 위해 쓴 책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쓴 글 말미에는 청소년 당사자인 김수민 저자가 어떻게 실생활에 녹여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어 친구와 대화하듯이 읽을 수 있다. 쉽게 욕설을 뱉는 사람, 뾰족하게 말해서 계속 오해가 쌓이는 사람….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십 대 시절에 말의 힘을 통해 좋은 경험을 쌓게끔 도와준다. "할 수 있어" "느려도 괜찮아" 같은 긍정적인 말은 타인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가까운 나 자신을 위해 계속해줘야 할 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대니얼 깁스, 터리사 H. 바커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 더퀘스트 | 2025년 8월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

    무섭지 않은 병이란 없지만 알츠하이머는 왕중왕 같은 느낌이 있다. 환자와 환자의 주변인의 영혼을 모두 사그라들게 한다는 점에서, 나아짐을 기대조차 할 수 없고 오직 가파르게 쇠락하는 미래만이 기다린다는 점에서... 그러나 저자인 뇌과학자 대니얼 깁스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대한 이러한 무력감과 절망감이 왜곡된 것이라 말한다. 그는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발견한다면 병의 진행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출 수 있거나 심지어 멈출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진짜일까? 일단 한번 믿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이 다루는 치매 환자 케이스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던 깁스는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알츠하이머를 발병시키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유심히 관찰한다. 첫 이상 증세는 냄새로 나타났다. 그는 아내가 맡는 장미 향을 맡지 못했고, 있지도 않은 빵 냄새를 곳곳에서 맡았다. 걸을 때, 뛸 때 리듬에 작은 문제들이 생겼다. 임상 치료 환자가 되기엔 아직 큰 증세가 없었지만 병은 분명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인지예비능'을 키우기로 한다. 뇌가 손상되기 전에 뇌의 능력을 더 키워두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 독서, 언어능력을 사용하는 게임, 식단 등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는 대개 진단이 내려진 후 8년~10년 안에 사망한다고 한다. 2015년, 공식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깁스는 2023년에 이 책(원서)을 써서 출간했다. 언어와 인지 능력에 조금의 퇴행이 생기긴 했지만 책 한 권을 쓰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조기 발견과 인지예비능을 키우는 생활 태도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알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 '무슨 일이든' 중 하나다. 살아있는 모든 이를 위한 책.

8.192025
  •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은이), 이은선 (옮긴이) | 황금가지 | 2025년 7월 "스티븐 킹의 정점을 재갱신한 최신 단편집"

    스물다섯 살 청년 필 파커는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을 이제 막 졸업했으며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가 있었다. 그리고 25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그를 뒤흔드는 고민거리도 있었다. 아버지와 예비 장인처럼 보스턴에 있는 유서 깊은 명문 로펌에서 일할 것인가, 아니면 집안의 여름용 별장이 위치한, 메인주와 뉴햄프셔주 경계선에 위치한 상주인구 2천 명의 시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것인가. 그의 생각에 그곳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곳이지만 지금 당장에는 읍내에 식당 하나, 주유소 두 개에 철물점과 슈퍼마켓이 하나 씩 들어선 초라한 동네였다. 이런 곳에서 살겠다고 한다면, 약혼녀는 과연 집안의 반대를 물리치고 자신의 청혼을 받아줄까. 그런 그의 앞에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해 주겠다는 앤서 맨이 나타난다. 반신반의하던 필의 개인사는 물론, 그의 고민거리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대답’하는 앤서 맨. 주어진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필은 그가 가장 궁금해하던 것을 묻고 답을 얻는다. 삶의 모든 답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1974년 데뷔한 이후 반세기 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의 최신 단편집. “오랜 작가 경력을 지녔음에도 가장 뛰어난 작품을 계속해 갱신하고 있다(시애틀 타임스)”라는 언론의 극찬과 함께 미국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앞서 소개한, ‘스티븐 킹이 쓴 것 중 가장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은 <앤서 맨>을 비롯해, 삶의 다양한 어둠과 그 속에 드러난 진실을 아우르는 열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왕’의 치세가 길이길이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Long Live the King!

  •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이세돌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내가 두는 수가 곧 나 자신이다."

    인생은 종종 바둑에 비유된다. 바둑판 위에서는 한 수가 곧 인생의 선택처럼 무겁게 다가온다. 당장의 이익을 좇을 수도 있지만, 몇 수 앞을 내다보지 못하면 금세 형세가 무너진다. 때로는 불리한 국면에서야 비로소 길이 명확해지고, 승부수를 던지는 과감함이 새로운 길을 연다. 정답은 어디에도 없고, 단지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나만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바둑과 인생은 닮아 있다. 우리가 두는 매 수는 책임을 동반하며, 그 축적이 결국 삶의 모양을 결정짓는다. 그렇기에 바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생을 압축해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이세돌은 그 거울 앞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인류 최초의 1승'을 거둔 그는, 바둑이 단순히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움과 선택의 본질을 비추는 무대임을 증명했다.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는 그가 수천 판의 대국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시대에 어떻게 자신만의 수를 둘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그는 "이기는 수보다 최선의 수를 둔다"라는 원칙으로 승부사의 길을 걸어왔고, 그의 철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결국, 이 책은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다음 수는 무엇인가?

    완벽한 수는 없지만 언제나 최선의 수는 있다. 앞으로 흔들리더라도 내 기준을 지키며, 나만의 한 수를 두어가리라.

  • 혈당 스파이크 제로
    조영민 (지은이) | 서삼독 | 2025년 8월 "서울대병원 내과 명의의 기적의 솔루션"

    계절이 바뀔 때 절기를 세듯, 식후 찾아오는 노곤함이나 갑작스러운 피로감에도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혈당 스파이크’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건강 키워드인 혈당 스파이크의 모든 것을 서울대병원 내과 명의 조영민 교수가 풀어냈다. 왜 인간이 단맛에 끌리도록 진화했는지, 의식적인 절제가 없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과학적으로 짚어내며, 아직 당뇨 전단계가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달콤한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먹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부터 생활 습관 관리, 수면의 질, 환경까지. 혈당을 둘러싼 전반적인 삶의 요소를 짚어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쌓고, 효과적인 관리 전략을 세우며, 자신에게 꼭 맞는 생활 처방을 발견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곧바로 점검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원칙들이 담겨 있어,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면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실용적인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 전학생
    김화요 (지은이), sujan (그림) | 이지북 | 2025년 8월 "낮의 교실과 밤의 교실, 그 경계에 선 아이들"

    <내가 모르는 사이에>로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화요 작가는, <엘리베이터 비상벨을 누르면>(토토북, 2025)에서 결핍과 가족애를 판타지 동화로 매끄럽게 풀어냈다. 새롭게 선보인 작품 <전학생>은 제각기 사연을 지닌 네 아이의 이야기를 여러 시선에서 보여준다.

    비밀을 가진 시크한 전학생 하도. 반의 중심에 서서 아이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선동하는 혜정. 혜정과 주변 아이들의 시선이 두려워 남몰래 하도와 친구가 된 아현. 그 누구에게도 선을 넘고 싶지 않은 유신. 혜정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도가 따라주지 않자, 하도에 관한 잘못된 소문을 퍼트려 하도를 곤란한 상황으로 내몬다. 혜정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싶지 않은 아현은 하도와 친구가 된 사실을 숨기고, 학교에서는 하도를 냉랭하게 대한다. 하도를 향한 괴롭힘과 따돌림을 방관만 하던 유신은 우연히 하도의 사연을 알게 되고 용기를 내어 선을 넘어보기로 한다.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아이들, 다수의 말이 진실이라고 쉽게 믿어버리는 아이들, 무리 지어 다니며 자신들의 생각과 말에 갇힌 아이들, 내 일이 아니니 상관없다며 귀를 막고 눈을 감는 아이들… 이 책은 각기 다른 결핍과 사정을 가진 네 명의 주인공 아이들의 시점에서,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의 폭력을, 누군가는 폭력을 가하고 또 누군가는 폭력을 당하는 교실 속 일상을, 그리고 그 안에서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른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를 이 책을 통해 선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네 아이들이 결국 선택하고 나아가는 마지막 이야기까지 눈을 거둘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8.222025
  • [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은이), 김희진 (옮긴이) | 열린책들 | 2025년 8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전혀 새로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른 살 젊은 나이에 이미 탁월한 생물학자로 인정 받고 있는 알리스 카메러는 정부 지원을 받아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변신’. 앞으로 지구에 닥쳐올 것이 거의 확실한 미증유의 재난으로부터 인류의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지구 환경이 인류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로 변했을 때 적응력을 발휘하여 생존할 수 있는 ‘혼종 인류’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에어리얼, 물속에서 살 수 있는 노틱, 땅속에서 살 수 있는 디거. 세 혼종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는 가운데 반대자들의 테러로 생명의 위기를 겪은 알리스는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피신하여 연구를 계속해 나간다. 하지만 알리스가 우주 공간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사이 지구에서는 3차 대전이 발발하고, 지구의 대부분이 핵전쟁으로 파괴되고 만다. 우주 정거장의 연료가 소진되어 낙하하기 전, 세 혼종의 배아를 완성한 알리스는 탈출 포트를 타고 생존 인류의 신호가 감지되는 파리로 귀환한다. 이제는 ‘구 인류’가 되어버린 인간, 그리고 인간을 대체할 ‘신 인류’의 자리를 차지한 혼종. 협력과 공존이 아닌 통제와 배제를 선택하여 스스로 멸망의 길로 걸어 들어간 구 인류의 행태 앞에서, 신 인류 키메라들은 과연 어떤 생존의 길을 선택할까.

    전 세계 3천만 부, 한국어판 누계 3천 쇄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인류가 스스로의 과오로 자멸하다시피 한 지구 위에 유전자 실험의 결과물인 키메라들이 새로운 지배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 세 혼종과 구 인류는 서로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의 지배종이 되기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혼종의 창조자인 알리스와 함께 종의 창조와 번성, 쇠퇴, 협력, 반목, 평화, 전쟁으로 점철된 장구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작가가 그린 독특하고 매혹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상을 누비게 된다. 더 이상 인간이 살아가기 어려워 보이는 지구 곳곳의 자연 환경, 기후 위기로 인해 눈앞에 닥친 전 지구적 재난과 식량 문제, 빈번한 핵전쟁의 위협 속에서, 작가가 상상해 본 종 진화의 이야기는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김지완 (지은이), 김지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긴긴밤> <5번 레인> 등 좋은 어린이 책을 꾸준히 발굴해온 보름달문고 시리즈. 그 100번째 출간작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저자 김지완은,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아일랜드>(문학과지성사, 2025)를 통해서도 뛰어난 필력을 선보인 바 있는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는 여섯 편의 단편을 통해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엄마는 아프고, 반려 토끼는 다른 곳으로 보내지며 마음 속에 '울고 있는 돌'을 품게 된 아이, 알레르기로 인해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불쌍히 여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이, 세상에 태어난 모두가 언젠가 이별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아이, 과거의 일로 죄책감에 사로잡힌 아이…

    작가는 담백하게 풀어낸 여섯 개의 이야기 속에서 각 아이들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따스하게 보듬으며 응원한다. 슬픈 아이는 덜 슬프게, 외로운 아이는 덜 외롭게, 불안한 아이는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도록 말이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납작해지고 구멍 난 마음이 서서히 펴지고 메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지금의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토닥이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 기술공화국 선언
    알렉스 C. 카프, 니콜라스 W. 자미스카 (지은이), 빅데이터닥터 (옮긴이) | 지식노마드 | 2025년 8월 "기술의 뒤에 숨은 시대정신을 묻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실리콘밸리는 국방과 공공의 문제를 풀어내는 실험실이었다. 엔지니어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불확실한 내일을 설계했고, 그 도전의 정신은 곧 미국의 힘이자 서구 문명의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정신은 희미해졌다. 신념은 퇴색하고, 기술은 더 이상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장의 단기 이익을 추종하는 도구로 변질되었다. '지능의 불꽃'을 피워 올리던 시대는 지나고, '끈이 끊겨버린 풍선'처럼 표류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술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방향을 잃은 힘은 때로는 결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 질문을 마주한다. 기술이 소비와 오락의 장난감으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와 문명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거듭날 것인가. 민주주의의 토대마저 흔들리는 이 시기에, 기술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범용 기술은 우리 삶을 바꿀 자원이자 동시에 불안을 키우는 불씨이기도 하다. 갈림길 위에 선 지금, 역사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을 요구한다. 우리가 외면하면 그것은 위협이 되고, 우리가 붙잡으면 그것은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거대한 결단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떤 책임을 받아들이느냐에서 시작된다.

  • 말뚝들
    김홍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2025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말 그런가? 장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까? (28쪽)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하는 '장'은 '그 날'도 출근중이었다. 와이퍼에 꽂힌 '트렁크에 넣어뒀습니다.'라는 쪽지를 발견했기 때문에 트렁크에 감금, 납치되어 오줌똥을 싸는 신세가 되었다. 묶인 이유도 모르고 풀려난 이유도 모른다. 납치사건과 연루된 장은 이제 다가오는 그것들을 피할 수 없다. 파혼을 했고, 상사에게 밉보였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난 장의 세계. 이 세계엔 죽은 자들이 바다에 나가 거꾸로 박혀 있다는 전설로 전해지는 '말뚝들'이 있는데, 이 말뚝들은 이토록 불행한 장에게 다가오고 있다. “바다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내 앞으로” 다가온 이 죽은 자들, 말뚝들과 장은 아무 관련이 없을까? 산 사람이 죽어 거꾸로 박히는 동안 장은 정말 아무 것도 몰랐을까?

    <프라이스 킹!!!>으로 2023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김홍의 장편소설. 30회의 수상자를 쌓아올리며 <탱크> 김희재,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표백> 장강명,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등의 이름을 목록에 올린 이 문학상이 그간 소개해온 작품들과 나란히 놓일 만한 시의적절한 수상작을 심사위원 전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더해 내놓았다. 고전소설의 혼령들이 부사 앞에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고하듯, 말뚝들도 할 말이 있어 도시로 오고 있다. 이미 밀랍화가 된 시체들에게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이 세계는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김홍의 소설은 정형화된 형식을 넘나들며 이 미스터리 활극을 짊어지고 서늘하게 웃기고 내달린다. 제 죽는 이유를 모르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세상, 장은 눈을 부릅뜨고 말뚝들을 본다. 애도와 연대, 윤리라는 거창하고 아름다운 말은 이 부릅뜬 눈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262025
  • 호의에 대하여
    문형배 (지은이) | 김영사 | 2025년 8월 "더 올바른, 더 나은 길을 향한 성찰과 제언"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우리는 한 사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그가 오랫동안 읽어 내려가던 판결문을 드디어 마무리한다. 그 어느 선고 때보다도 국민 눈높이에 맞춘 단어 선택과 논리 전개, 단정하고도 단호한 태도의 재판관을 우리는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상을 수없이 반복하며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는 바로 헌법재판관 문형배다. (2018년 4월 19일 헌법재판관 임기를 시작하여 2025년 4월 18일 퇴임했다.) 지난 12월부터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정체절명의 시간을 함께해오며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삶을 살았다. 우리에겐 따뜻한 위로와 더불어 올바른 길을 제시할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 앞에 놓인 것이 바로 이 책 <호의에 대하여>이다.

    재판관으로서 원칙과 정의를 지켜온 그의 목소리는 이번에는 법정이 아닌 글 속에서 다정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향해 있다. 나무와 계곡, 책과 사람, 일상의 사소한 장면들을 통해 문형배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일러준다. 판결문 속의 단호한 언어와는 다른,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사유의 언어이다. 이 책은 법관의 엄정함과 한 인간의 따뜻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에게 길잡이가 되어 준다. 이 책을 보며 우리는 다시금 확신하게 된다. 위기의 시대를 지탱하는 힘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작은 호의와 올곧은 원칙이라는 것을.

  • 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김성민 (지은이) | 창비교육 | 2025년 8월 "제4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어느 날 내게 이런 메시지가 온다면?

    '이 각박한 세상에는 요정도 산타도 램프의 지니도 없지만, 이곳에 들어오시면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당신의, 당신에 의한, 당신을 위한 문제 해결 사이트입니다.'

    물론 모르는 전화도 받지 않고 낯선 링크도 클릭하지 않는 무심한 성격인지라 해당 채팅 링크에 접속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여기 가림중학교 안에 이 채팅창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이 해결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관계없어 보이는 두 이야기는 인물들이 누군가 해결 사이트를 통해 해민을 모함하려는 것을 눈치채며 하나가 된다. 비밀리에 열리는 오픈 채팅방, 악의가 다분한 의뢰인의 정체 등 살벌한 이야기가 팽팽한 긴장으로 독자를 결말로 밀어 넣는다.


    “청소년들이 무거운 이야기를 너끈히 짊어지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선다는 점에서 청소년소설의 미덕을 충분히 살렸다” 는 심사평과 함께 성장소설상 심사 위원 및 100여 명의 독자 심사단의 지지로 제4회 대상을 수상하였다.

  • 잘 벌고 잘 쓰고 잘 살고 싶어서 돈 공부를 시작했다
    래빗해빛(김아름) (지은이) | 토네이도 | 2025년 8월 "오늘이 달라야 내일도 달라진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20대에는 이렇게 살아야지, 30대에는 저렇게 되어 있어야지" 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정작 현실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 버겁게 하루를 견뎌내는 순간이 쌓이고, 꿈꾸던 미래와는 멀어진 듯한 느낌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것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소수만의 영역이 아니다. 한 번에 이루어내는 화려한 성취보다는, 작은 걸음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이어가는 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끈기, 그것이 결국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열쇠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전해 주는 메시지도 바로 그곳에 닿아 있다. 돈 공부라는 것은 거창한 비밀을 풀어내는 일이 아니라, 매일의 습관을 바꾸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새롭게 세우는 과정이다. "나는 할 수 없다"라는 체념 대신 "나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품는 순간, 삶의 궤도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돈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불리는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내일을 두려움이 아닌 기대 속에서 맞이하도록 만드는 내적 힘을 기르는 일이다. 결국 꾸준히 이어가는 작은 실천이 모여 나를 단단하게 세우고, 언젠가 꿈꾸던 미래를 현실로 불러오는 길이 되는 것이다. 잘 벌고 잘 쓰고 잘 살고 싶다면 이 책을 안 읽을 이유가 없다.

    오늘의 나는 아직 부족하지만, 내일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기를 소망한다.

  • 블루 아워
    폴라 호킨스 (지은이), 이은선 (옮긴이) | 문학동네 | 2025년 8월 "<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의 압도적 심리 스릴러"

    은둔 예술가 버네사 채프먼이 사망한 후 테이트모던에서 그녀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런데 전시를 관람하던 한 법의인류학자가 전시품 가운데 인간의 뼈가 사용된 작품이 있다고 주장하는 메일을 보내온다. 문제는 버네사의 남편이 20년 전 실종되어 아직도 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버네사의 유언에 따라 작품을 모두 상속받은 페어번 재단은 작품의 재료인 뼈가 정말 인간의 것인지 조사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커다란 스캔들로 번지기 전에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큐레이터이자 버네사 채프먼 전문가인 베커를 버네사가 살던 에리스섬으로 보낸다. 썰물 때만 육지와 연결되는 그 섬에 살고 있는 버네사의 친구 그레이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예술가의 작품과 삶에 얽힌 비밀을 서서히 드러낸다.

    치밀한 플롯과 압도적인 긴장감으로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릴러의 대가 폴라 호킨스의 신작. 작가는 인간 본성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등장인물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해 긴장감을 쌓아나가며 심리스릴러의 정수를 완연하게 보여준다. 썰물 때만 육지와 연결되는 섬이라는 독특한 배경 속에서 어느 예술가의 작품과 삶에 얽힌 비밀을 파고든 이 소설은 시간과 공간과 화자를 넘나들며 독특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버네사의 작품에 사용된 유골은 정말 실종된 남편의 것인가? 바깥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이 섬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가?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8.292025
  • 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은이) | 래빗홀 | 2025년 8월 "우리가 깊은 바다로 갈 수 있다면"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을 필두로 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독자를 만난 김초엽의 2025년 최신작. 세번째 소설집에 이르러 작가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만개했다. 작가의 손에 이끌려 우리는 미지의 바다, 깊은 곳으로 헤엄친다. 표제작 <양면의 조개껍데기>의 주인공은 '외계인'으로 한 몸을 공유하는 자아와 타자아는 같은 사람을 동시에, 각자 사랑하고 있다. 두 자아가 한 몸을 액체처럼 흔들리며 점유하는 이 외계존재, '셀븐인'의 고독이 낯설게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볼 때의 찬란한 빛'(68쪽) '외계의 바다가 나에게 주는 기이한 안도감'(69쪽) 같은 감각에 대해서라면 지구인인 독자도 대체로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쥐고 좁게 난 가능성의 길로 헤엄치듯 나아가는 김초엽의 소설과 함께라면 우리도 가능성으로 진동할 수 있다.

    화학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은 보통 통계상으로 관측하기 힘들다는 것이고, 확률이 너무 작은 수치여서 0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비구름을 따라서> 336쪽)

    김초엽의 소설은 삼투현상의 예외가 될 존재들, 세계 사이의 막을 건널 수 있을, 0이나 다름없다고 하지만 0은 아닌 존재들을 본다. 안드로이드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안드로이드로 다시 자기 존재를 바꾸길 원하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의 수브다니의 꿈결 같은 목소리를 듣는다. "녹슨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로 녹슬고 싶은"(27쪽) 어떤 바람, 희소하지만 0은 아닌 그 바람들이 비로소 편하게 놓일 수 있을 자리를 찾아 나선다. 검고 외로운 물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김초엽은 과학의 언어로 옮겨 적는다. 그 바다에서 어떤 우리 역시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 렛뎀 이론
    멜 로빈스 (지은이), 윤효원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8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꿀 마법의 주문, LET THEM"

    회의 시간에 열심히 아이디어를 준비해 발표했는데, 정작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곧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가 버린다. 친구들이 단체 대화방에 나만 빼고 모임 사진을 올려놓았을 때, 괜히 뒤처진 듯한 기분에 서운함이 밀려온다. 열심히 도와주고 친절하게 대했지만, 되돌아오는 건 기대만큼의 인정이나 감사가 아니다. 오히려 "왜 나는 늘 이런 상황을 겪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의심과 불안이 쌓여 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순간에 스스로를 탓하지만, 사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애초에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렛뎀(LET THEM)’, 즉 내버려두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렛뎀 이론>은 상대방을 바꾸려는 무의미한 시도에서 벗어나,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들이 어떻게 하든 내버려두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하자"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칙은,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지쳐 있던 마음을 단번에 가볍게 만든다. 누군가의 비난이나 무관심에 흔들리지 않고, 비교와 두려움 대신 자신에게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더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살게 된다. 렛뎀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의 기술이며, 그 선택이야말로 나다운 인생을 시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문득, 비틀즈의 노래가 떠오른다. "Let it be, let it be" 흘러가는 멜로디처럼, 억지로 붙잡지 않고 내버려둘 때 삶은 훨씬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흐른다. 아마 이 책이 전하고 싶은 것도 그 단순한 진리일 것이다. 이제 나도 조금은 가볍게, 마음속으로 ‘렛뎀’이라고 흥얼거리며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 내가 없던 어느 밤에 (스페셜 더블 커버 에디션)
    이꽃님 (지은이) | 우리학교 | 2025년 8월 "넌 어떤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

    문 닫은 놀이공원이 전부였던 소도시. 박가을, 문유경, 모균 이 셋의 영원할 것 같던 우정도 학업이라는 난항 앞에 삐그덕거린다. 같았던 내일이 달라지는 시기, 누군 아직 정해진 게 없어 혼란스러워 하고 누군 공부를 좇아가고 누군 부모님의 편의점을 물려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박가을은 자동차에 치일 뻔한 사고를 당하고 그 이후 자꾸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걸까? 그 아득한 목소리에 끌려 사라진 박가을을 찾아 유경과 모균 그리고 소도시의 사람들이 묻어두었던 옛 일을 다시 떠올린다.

    밀리언셀러 작가 이꽃님이 10년 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다는 이 이야기는 청소년 소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어른이 될, 청소년들이 결코 잊어선 안 될 상실을 극복하는 힘과 치유의 과정을 이꽃님 작가만의 문체로 담았다. 어른이 된 독자들이라면... 우리가 잊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이다.

  • 하에다마처럼 모시는 것
    미쓰다 신조 (지은이), 심정명 (옮긴이) | 비채 | 2025년 8월 "도조 겐야, 11년 만의 귀환"

    험난한 산과 깎아지른 절벽에 둘러싸여 다른 고장과 왕래가 쉽지 않은 외딴 바닷가 마을. '고라 지방'이라 불리는 이곳 사람들은 앞바다에 잘린 머리처럼 떠 있는 바위를 '하에다마 님'이라 부르며 경외한다. 앞바다는 암초로 뒤덮이고 수심이 얕아 제대로 된 어업조차 어려운 가난한 이곳에는 시대와 배경이 각기 다른 네 가지 괴담이 전해진다. 고라 지방 출신 대학 후배에게서 이 괴담들에 관해 들은 도조 겐야는 담당 편집자 소후에 시노를 대동해 마을을 찾아간다. 그러나 험난한 길을 뚫고 도착한 마을에서,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괴담 속 이야기를 연상케 하는 '열린 밀실' 살인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악의를 품은 것은 과연 괴이한 존재일까.

    합리적인 미스터리와 초현실적 괴이의 공포를 오가며 국내외 많은 마니아를 사로잡은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국내에는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출간 이후 11년 만의 신작으로,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부응하듯 치밀한 미스터리와 서늘한 호러를 넘나드는 도조 겐야의 활약은 여전하다. 일곱 편이나 이어진 작품답게, 더욱 깊어진 등장인물 간 관계와 곳곳에 보이는 전작과의 연계성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물론 이 작품으로 도조 겐야를 처음 만난 독자들도 민속학자 명탐정의 매력에 빠져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