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외로운 도시》에서 올리비아 랭은 고독을 개인의 내밀한 문제로 시작해 사회적 소외로 확장하며 끝을 맺는다. 이 책은 그 연장선에서 더 잰걸음으로 차별과 소외에 저항한 예술들을 살핀다. 그녀에게 예술은 환대의 공간이다. 점점 더 냉엄해지고 분열이 만연해지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게 해줄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이 책에 담았다.
그녀의 유려하고 은유적인 문장들 속에서 장미셸 바스키아, 진 리스, 데릭 저먼, 존 버거 등 미술과 음악, 문학, 영화 전방위에 이르는 예술가들의 삶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전작들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그녀 자신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항적 환경운동의 한가운데 있었던 젊은 시절의 경험담, 성소수자 가족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통 등 자기 고백적 글이 책의 메시지에 울림을 더한다. 작가 특유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차별과 소외를 방관하는 시대, 저항이자 치유, 해독제로서 예술을 찬미하는 책이다.
에드워드 호퍼에서부터 앤디 워홀까지, 저자는 뉴욕의 예술가들이 남긴 외로움의 다양한 조각을 유연하게 이어 붙이며 고독의 맨얼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예술가들의 궤적을 따라가는 이 내밀하고도 대담한 여정 끝에 우리는 홀로 오롯이 설 수 있는 담담함과 서로에게 다정함을 잃지 않는 눈부신 연대의 가능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