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란, 이 책과 같은 것입니다"
돌아보면 정답 없는 수학 문제를 풀어본 기억이 없다. 수학은 정답을 찾아내는 효율적이고 정확한 방법이고, 정답을 찾아내지 못한 수학은 실패로 여겨진다. 그토록 많은 수학 책이 ‘쉽게, 재미나게, 흥미롭게’에 도전했지만, 여전히 수학에 대한 감각과 이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옥스퍼드대 수학과 정교수로 임용되어 화제를 모은 수학자 김민형은 수학의 정의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학만 논리적인 학문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거니와 수학 역시 논리학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불완전한 "인간이 하는 작업이 완벽하고 영원불멸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 아니냐는 반문에 수긍하게 된다.
이렇게 수학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니, 비로소 수학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학문인지 편안하게 들여볼 수 있게 된다. 수학이 문제를 만들고 풀어가는 방식, 그렇게 찾아낸 방법과 답안의 조건을 바꿔가며 섬세하게 한계를 넓혀가는 모습에서,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는 수학적 사고를 확인하는 동시에 이러한 수학적 사고가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지 깨닫게 된다.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수학에 가장 가까운 수학 책이라 할 수 있겠다.
- 과학 MD 박태근 (2018.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