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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수업 시간에 생체 해부 실험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과학실에 혼자 남겨져 벌을 받던 니콜은 케이지에 갇혀있던 640마리의 쥐들을 학교에 풀어놓는다. 그녀는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한다. 니콜과 동갑내기 소녀 모니카는 무리 지어 동급생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고, 웅성거리며 모여드는 학생들을 피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그녀는 저런 멍청이들을 견딜 수가 없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니콜은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참지 못하는 모니카는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다. 천재적인 지성을 가진 두 사람은 우연히 체스 대회에서 맞붙는다. 가장 약하지만 가장 수가 많은 폰의 장벽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니콜과 체스보드 위에서 가장 강력한 말인 퀸을 활용하여 순식간에 전황을 흔들어 놓는 모니카. 두 사람은 서로가 정반대의 가치관과 신념을 지닌 영혼의 숙적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체스보드 위에서의 전적은 막상막하. 이윽고 두 사람의 대결은 전 세계를 체스보드 삼아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고 상대방을 파멸시키기 위한 싸움에 돌입한다.
한국인이 특별히 사랑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 소설.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라고 여기는 모니카와, 함께 뭉친 집단의 힘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니콜, 두 여성이 국제 정치 무대에서 격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두 주인공이 IRA와 MI5, KGB와 CIA 등 형태를 바꾸어 가면서도 서로 다른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격동하는 세계 정세를 움직이며 벌이는 치열한 두뇌 싸움을 보면서 독자들도 세계를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인류 진보의 답이 어디에 있을지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전작들과는 달리 말하는 동물도, 전생이나 사후세계도, 신이나 외계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IRA 무장 투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 붕괴, 이란 핵 위기 등 세계사의 굵직한 실재 사건들을 배경으로 두 천재의 양보 없는 대결을 녹여내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히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