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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누구한테 더 끔찍할까? 그일까, 그녀일까?" (2002년 출간된) 책 표지엔 온통 붉은 색으로 차려입은 한 여인이 서있다. 그녀의 얼굴은 흰 가리개로 가리워져 눈코입을 분간할 수 없지만,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다. 이 소설에서 그녀에게 '이름'같은 건 주어지지 않으니까.
이 책은,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미국을 은유하는) '길리어드'란 나라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하나라고 짚어 말할 수 없는 여러 원인들이 겹치고 겹쳐, 인류에게 끔찍한 재앙이 닥쳐 온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상태에 놓이게 된 것.
그러자 국가에서는 임신이 가능한 여성들을 강제로 징집, 관리하고 통제하기 시작한다. 여성들은 신체적 기능에 의해 역할이 규정되고, 필요한 곳에 '배급'된다. '하녀', '아주머니', '시녀', '아내' 등등등. 여성들에게 개인적 삶은 더이상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지 그녀가 갖고 있는 '기능'만이 중시될뿐.
그중에서 빨간 옷을 입는 '시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시녀'는 출산이 가능한 생식능력을 가진 여성으로,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녀들은 국가를 지배하는 고위층 부부들에게 할당된다. 각 가정에 배치된 그녀들은 그 집의 주인 남자들-'천사'라고 불리는-과 관계를 갖지만, '정부'나 '애인'은 아니다. 말 그대로 '자궁'만을 임대해주는 것이다.
여성의 목소리로 서술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여성'의 이야기인 동시에 '남성'들에 관한 이야기, 아니 '인류 전체'의 미래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두 가지 성의 결합에 의해 잉태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기 안에 남성과 여성의 본질을 모두 지니기 마련인 법이니까.
조지 오웰의 <1984년>처럼 섬뜩하고 암울한 미래상이 세심하게 묘사되지만, 재미있고 어렵지 않게 읽힌다.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되, 낯선 상황설정에 대한 설명 역시 놓치지 않았기 때문. 또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가 중간중간 끼어들면서, 현재의 끔찍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다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지은이의 섬세하면서도 건조한 문장이 소설의 내용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다 읽고 났을 때 큰 충격과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진짜 작품이라 단언할 수 있는 책. - 박하영(2012-07-25)